[우먼파워] 道 여인천하 시대 ⑧
[우먼파워] 道 여인천하 시대 ⑧
  • 박기홍 기자
  • 승인 2006.02.01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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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맙습니다. 여성을 중용해 주셔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13일 강현욱 지사를 만나자 대뜸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북도청 내 국장 9명 중 여성이 2명이고, 각종 시책에서 여성을 우대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던 박 대표였다. 폭설 피해와 복구계획을 청취하기 위해 도청을 방문한 박 대표는 강 지사 옆에 여성 고위직들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강 지사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건낸 것. 제1 야당 대표의 감사에 강 지사는 웃음으로 화답했고, 분위기는 시종 화기애애했다. 도내 공직사회의 여풍(女風)당당이 낳은 훈훈한 미담이다.

  도청 내 여성 시대는 진행형이다. 그것도 막 시작하는 단계를 벗어나 정점으로 치닫는, ‘아이엔지(∼ING)형’과 흡사하다. 고위직 뿐 아니라 중·하위직까지 여인의 향기가 곳곳에서 물씬 풍긴다.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남자의 독과점처럼 느껴졌던 공간을 여성이 접수하면서 남녀의 벽도 자연스럽게 허물어지고 있다. 어느 어느 자리는 남성 국장석이라는 고정관념은 깨진 지 오래다.

 사상 최초로 2명의 여성국장 시대를 맞는 등 여성 우대 인사행정은 전국적인 수범 사례로 손꼽힐 정도다. 도는 기존의 복지여성국 산하 부서에 한정했던 여성 공무원들을 행정능력과 적성을 고려해 도정 주요 부서에 과감히 발탁, 전진 배치했다. 덕분에 행자부의 남녀평등 인사관리 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되는 등 화려한 조명을 받기도 했다.

 여성 발탁의 하이라이트는 지난달 27일 단행한 실·국장급 고위직 인사였다. 문화관광국장 자리에 유숙자 문화예술과장이 전격 발탁돼, 장정하 복지여성국장과 함께 사상 초유의 ‘여성 2국장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여성 국장이 단 한 명도 없는 일부 타 지역과 비교할 때 ‘파격’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풍의 무서운 질주는 장 국장이 주도해왔다. 장 국장이 진두지휘하는 도의 복지여성 분야는 행자부 등 각종 중앙평가에서 ‘최우수’와 ‘우수’를 독차지해왔다. 여성만의 섬세함과 집요함, 조직을 아우르며 앞으로 나가는 장 국장의 ‘유중강(柔中剛·부드러움 속의 강함)’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라고 주변은 귀띔한다. 신임 유 국장 역시 도청내 여성시대의 선전을 이끌 대표주자다. 추진력은 기본, 남성들의 허를 찌를 법한 탁월한 협상력과 지휘력을 자랑하고 있어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보무도 당당한 과장급(서기관)에는 심정연 환경정책과장과 이옥진 사회복지과장, 장순주 여성가족과장, 이송희 공무원교육원 교육지원과장 등 4인방을 꼽을 수 있다. 남성을 능가하는 실력으로, 남자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일 욕심으로 이들은 전북도청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업무 욕심이 많은 이옥진 과장은 주무과장 자리에 전진배치됐고, 이송희 과장은 샤프한 두뇌와 온화한 마인드로 직원들의 신망을 받고 있다. 심 과장과 장 과장 역시 승부욕이 뛰어나고, 업무 처리능력에선 빈틈이 없기로 유명하다.

 전북도청에서 여성은 이제 ‘당당한 주류’다. 아직은 5급 이상 여성공무원이 15명에 불과해 같은 직급의 5% 정도에 만족하고 있지만 결코 이들의 역할을 감안하면 ‘일시적 현상’이나 ‘튀는 소수’라고 치부할 순 없다. 그동안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인사, 감사 부서에도 6급 여성 공무원을 실무자로 배치해 타 시·도의 모범이 되고 있다. 예산, 국제통상, 기업지원 등 도정의 핵심 포스트마다 중·하위직 여성 공무원들이 다양하게 포진해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도는 총 10개 주요 부서에 일반직 여성 공무원 39명을 배치함으로써 21%의 일반직 여성공무원 비율을 기록, 전국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3위에 랭크되어 있기도 하다. 또 5급 이상의 관리직 확대를 위해 일선 시·군 여성 공무원의 전입을 확대한 결과 도청 내 전체 여성 공무원 202명 중 30.7%인 62명이 시·군에서 영입되기도 했다. 도청 내 여인천하가 일반인의 귀를 쫑긋 하게 만드는 핫 뉴스도, 관심사도 아닐 정도로 ‘평범한 일상’, ‘당연한 결과’로 자리잡을 날도 멀지 않았다.

 강현욱 지사는 “업무 추진력과 행정 능력에 따라 여성 공무원의 주요 보직 진출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앞으로도 일 잘하는 여성 공무원이 도정의 주요 부서에 전진 배치돼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배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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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공직자들은…> 

 파워는 스스로 능력을 키울 때 축적된다. 공직사회 내 우먼파워도 여성들 자신이 힘을 기르고 남성 중심의 조직을 뛰어 넘을 때 가능하다고 말한다.

 과거보다 주요 부서에 많은 여성들이 활동하고 있지만 아직도 수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 소수의 고위층이 두각을 나타내지만 중간간부급 여성이 상대적으로 약체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9급 공채 시험에서 40% 가량 여성의 진출이 두드러지고 있어 10년 후엔 전북 공직사회도 여초(女超)현상이 도래할 전망이다.

 이런 시대를 앞두고 여성 공직자들은 외부의 의식전환만큼 내부의 변화도 필요하다고 진단한다. 여성이라 해서 꼭 여성 관련 분야만 고집할 게 아니라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업역 파괴, 능력 파괴, 실력 충전에 여성이 진취적으로 전진하자는 말로 해석된다. 도청 내 한 여성 공무원은 “여성을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도 바뀌어야 하지만 여성 스스로 혁신으로 중무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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