義犬띠 새해 병술년을 열며
義犬띠 새해 병술년을 열며
  • 황병근
  • 승인 2006.02.02 1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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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만명의 인명과 살림을 송두리째 앗아간 나라밖의 허리케인과 지진. 그리고 수천억원대의 재산피해를 갖어온 우리고장의 폭설로 엄청난 재앙을 불러왔던 을유년을 보내고 지인용(智仁勇)을 갖추고 주인에게는 의리와 충성을 다하는 의견(義犬)의 해 병술년의 새해가 밝았다. 개과는 이리군과 여우군으로 나누는데 이미 에오세 중기(약4,500만년 전)부터 분리 존재해 왔으나 가견(家犬)의 조상은 이리군으로서 이리와 자칼 초원이리가 가견을 이루었다고 한다. 이리는 구대륙 북방의 대표였고 자칼은 남방의 대표였으며 초원이리는 북아메리카 지역의 대표로 보고 있다. 12,000년 전으로 추산되는 덴마크 해안의 구석기시대 말기의 유적인 조개껍질 퇴적층의 음식물 찌꺼기에서 개의 뼈가 발견되었다. 이리나 자칼이 인가(人家)의 근처에 왔을때 먹다 남은 찌꺼기를 청소해주기도 하고 밤에는 야수나 다른 종족들의 습격을 짓는소리로 알려주게 됨으로서 인간과 친해지게 되었으며 사냥에도 조수로 이용하게 되면서 사육하게 되였든 중부유럽 신석기시대의 유물이 발견되었다. 우리나라 의견설화를 보면 진화구주형(鎭火救主型) 수유구아형(授乳救兒型) 맹인인도형(盲人引導型)등 14개 유형이 있는데 거개의 유형이 다른동물의 설화와 중복되어 전해오고 있으나 그중에서도 오직 진화구주형만은 다른동물과 대치됨이 없다. 진화주구형은 전국 22개 지역에 분포되고 있으나 특히 전북지역에 6군데나 설화가 전해지고 있으며 가장 대표적으로 알려져 지역축제로 발전되여 기리고 있는 오수 의견제의 설화는 참으로 감동적이다. 주인이 장에 갔다가 술에 취해 길가 풀밭에 잠이 들었는데 그 옆에 들불이 나서 위험에 처하자 개가 냇물에 가서 몸에 물을 적셔서 주위의 잔디를 축여 불을 꺼서 주인을 살리고 개자신은 지쳐서 죽었다. 주인이 깨어나서 개의 무덤을 만들고 비석을 세워서 오늘날도 그 개의 의로움을 칭송하며 기리고 있다. 불의 상극인 물을 찾았음으로 판단(지혜)이 뛰어났고 즉시 신속한 행동을 취했으니 실천(용기)이 뛰어났으며 주인의 은혜에 생명을 바쳤으니 정과 의리가 뛰어났다. 지인용을 구비한 충직과 의리정신을 실천했으니 인간이상의 영감적인 동물이라 아니할수 없다. 고려 충열왕 8년(1282)개성의 진고개에서 개가 사고무친의 눈먼 아이를 데리고 밥과 물을 얻어 먹이며 키웠다. 관청에서는 개에게 벼슬을 내리고 그 충직함을 기렸다고 한다. 개의 충직과 의리정신은 패륜적인 이기주의에 사로잡힌 현대인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교훈이 되고도 남음이었다. 덕성과 의리정신은 우리 선비정신에서 찾을 수 있다. 선비의 인격적 조건은 생명에 대한 욕망도 뛰어넘는 궁극적인 것이다. 공자는 선비나 어진사람은 살기위하여 어진 덕을 해치지 않고 목숨을 버려서라도 덕을 이룬다. 하였고 자장(子張)은 선비가 위태로움을 당하여서는 생명을 바치고 이익을 얻게 되면 의로움을 생각한다 하였다. 군자는 의리에 밝고 소인은 이익에 밝다 함은 선비정신은 의리정신임을 말해준다. 불의에 대한 비판정신의 확보를 위해 이익을 따라 나아가기를 어려워하고 도리에 어긋나면 물러서기를 쉽게 한다. 그래서 선비정신은 신분적 존재가 아니라 인격의 모범이요 시대사회의 양심으로서 인간의 도덕성을 사회질서 속에서 확립하는 원천이 된다 하였다. 의리를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은 모두 선비정신에서 비롯되었다. 1905년 을사보호조약이 체결되자 면암 최익현은 400여명의 의병을 거느리고 왜군과 싸우다가 체포되여 대마도에서 왜놈의 음식을 거절하고 굶어서 자결했다 대신을 역임했던 민영환과 대사헌 송병선도 조약체결을 막지 못한 울분을 터트리고 자결을 했다. 1910년 한일합병이 되자 매천 황현은 절명시 4편을 남기고 음독자결을 했으며 장태수 참판과 송병순등도 자결로 의리를 다 했다. 세속적인 가치를 인간의 욕망이 지향하는 이익이라 한다면 선비가 지향하는 가치는 인간의 성품에 내재된 의리라 할 수 있다. 충무공 이순신이 선조 핍박에도 백의종군도 마다하지 않고 끝내 왜군을 물리치고 장열히 전사한 것도 오직 국가민족에 대한 의리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사회는 개인주의가 만연되면서 최고의 도덕적 가치로 승화되여 온 의리정신이 자리를 잃고 있다. 부모형제 간에도 의리가 있는 법이며 정치인과 국민간에도 당연히 의리가 존재한다. 개의 주인이 집주인이라면 선량(選良)들의 주인이야 마땅히 국민일 것이다. 근래 전직 고관과 대기업회장 젊은 경찰간부등의 자살사건이 이어졌지만 모두가 자신의 비리에 관한 치부를 은폐하기 위한 막다른 고뇌의 결단에 불과했다. 민생은 뒷전에 두고 정쟁과 개인의 영달에만 몰두하고 있는 정치권은 가슴에 손을 얹고 의견정신을 되새겨 볼 때다. 개만도 못한 놈이란 속담이 있다 국민들의 아프고 가려운 곳이 어디인지 치유를 위한 정치인들의 희생정신이 그리운 때다. 진화구주형의 충직한 의리정신을 외면하는 정치인들은 우매한 국민들도 구원의 손길이 멈추게 될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북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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