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부는 바람, 선거에 대한 바람
선거에 부는 바람, 선거에 대한 바람
  • 김용재
  • 승인 2006.03.08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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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실 풍경 하나. 6학년이 된 L양은 새 교실, 새 친구들을 만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있다. 매년 반장을 했던 그 학생은 전교 어린이 회장에 출마하기로 마음을 다졌다. 기왕 시작하기로 맘먹은 것, 어떻게 하든지 회장에 당선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새 친구들에게 먼저 인사하기, 잘 난 척 안하기, 우선 우리 반 아이들과 친하게 지내기, 언제나 웃고 다니기 등 몇 가지 행동강령을 정하고, 나름대로 노력한다. 엄마는 엄마대로 딸아이의 회장되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하였다. 돈 몇 푼 더 쓴다고 대수냐.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여는 ‘새 학기 반장선거 대비 강좌’도 들으러 간다. 회장 출마 선거소견을 어떻게 써야 할지 인터넷을 뒤져 자료를 모으고 학교 상황에 맞는 공약사항 정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요즘 L양과 그녀의 어머니는 너무 바쁘다.

 어느 동네 풍경 하나. 봄볕이 완연하다. 동네 아줌마들이 모여 대화를 한다. “이번 도지사는 누가 나온데?” “시장 후보는 누구야?” “몰라, 난 관심도 없어.” “지방선거일이 언제지?” “그 정도는 알아야지 이번 5월 31일 아냐. 뭐 우리 집에서는 그 날 어디 놀러 가기로 했어. 선거일은 쉬는 날이니 땅끝 마을이라도 다녀올까 해.” “얘, 부럽다. 우리 남편은 그런 계획도 안하나 봐. 부인을 위해 헌신할 자세가 되지도 않았어. 얼마나 좋은 날이야. 넌 좋겠다. 남편과 데이트도 하고.” “지난 선거 때도 투표 안하고 놀러갔었어. 우리 부부는 선거일이 우리 둘만의 날이지 뭐.” “근데 우리 동네 현재 기초의원이 누군지 알아?” “몰라. 그것 알아서 뭐해.” “어떤 아이 아빠야?” “몰라, 나도.” “누가 하면 어떠니. 난 걱정이 우리 아이 반장 선거야. 올해도 꼭 반장에 되어야할 텐데.”

 선거의 계절이 왔다. 따뜻한 봄날부터 불어오는 바람은 선거 바람이다. 기초의회 선거에서부터 지방자치단체장, 광역단체장 선거가 있다. 또, 도내 몇 대학의 총장 선거도 치러진다. 여기에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새 학년이 시작되면 으레 각급 학교 회장, 반장 선거가 있다. 학교 선거의 바람은 치맛바람과 함께 거세게 분다. 초등학교 전교 회장이 되기 위해서는 거의 필수적 과정이다. 학부모는 선거 벽보 사진 제작에서부터 원고쓰기는 물론, 전화기를 하루 종일 붙들고 앉아 친한 학부모에게 자기 아이를 회장으로 뽑아줄 수 있도록 아이를 설득해 달라고 부탁도 한다. 선생님을 찾아가 우리 아이 회장 되게 분위기 잘 잡아달라고 부탁도 한다. 엄청난 바람이 아닐 수 없다.

 지방 선거도 마찬가지이다. 주민들은 무관심하지만, 선거에 입후보하는 당사자는 다르다. 학연, 지연을 총 동원하여 자신을 알리기에 여념이 없다. 잘 나가지도 않았던 봉사단체에도 이 때는 적극 참여한다. 각종 이벤트성 행사를 기획하고, 인터넷이나 언론을 적절히 활용하는 것은 거의 상식 수준이다. 봄바람은 선거바람과 함께 점점 험악해지기 쉽다. 지극히 상식적인 얘기이지만, 민주주의는 올바른 선거 문화의 정착에서 완성된다. 선거는 국민의 참정권을 최대한 확보케 하는 민주주의의 꽃이며 민주정치 제도의 시금석이다.

 선거 문화는 민주사회의 가늠자이다. 바람직한 선거문화의 필수조건은 선거권자의 관심과 참여이다. 아이들 선거에 관심을 보이는 그 열정이 왜 지역을 위한 선거에는 없는지 답답하다. 역대 기초의원 투표율이 50%를 넘지 못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지방선거의 경험도 1991년 이후 이제 4번째를 맞는다. 그러나 투표율은 오르지 않는다. 이번 선거에서는 참정권의 행사를 제일 목표로 삼았으면 좋겠다. 누가 우리 지역의 의원으로, 시장이나 군수로, 지사로 나오는지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의 일면 일면을 파악할 줄 알아야 한다. 언론이나 각종 단체에서도 지방선거에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층 더 노력했으면 좋겠다. 이번 지방선거가 진정한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회장 선거처럼 높은 관심과 적극적 참여이다.

<전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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