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꿈 속에 본 촬영장
② 꿈 속에 본 촬영장
  • 이세리
  • 승인 2006.04.13 15: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살다보면 그런 경우가 있다. 갈급하거나 애절하면 그것들이 꿈에서 이루어 지는 경우.

 지난 봄이다. 필자는 그때 ‘왕의 남자(감독 이준익·주연 감우성, 정진영)’와 ‘사랑을 놓치다(감독 추창민·주연 설경구, 송윤아)’, ‘잘살아보세(감독 안진우·주연 김정은, 이범수)’라는 작품을 한꺼번에 진행하고 있었다. 물론 한번에 여러 작품 진행하는 것이 새삼스럽지는 않지만 이 경우는 달랐다. 세 작품 모두 문제가 많았기 때문이다.

 준공허가와 관련한 행정상의 문제에 놓여 있던 ‘왕의 남자’, 감독이 결정을 내려주지 않아 촬영을 몇일 앞두고 아직까지 양어장세트 시공을 못들어간 ‘사랑을 놓치다’, 여기에 결정타로 2005년 모두가 이 첨단시대에 초가집 찾아내라고 울어대는 ‘잘살아보세’까지. 다들 짐싸들고 전주에 눌러앉아서는 상대편보다 자신들이 더 급함을 이야기하면서 내 뒤를 계속 따라다니고 있었다.

 결국 육중한 이놈이 저절로 감량되는 혹독한 스트레스를 겸비하게 될쯤의 어느 날이다. 간밤에 꿈을 꾸는데 내가 차를 타고 어느 시골 마을 비포장도로를 가고 있었다. 구불구불 도로를 넘어 보니 초가집으로만 이루어진 마을이 나타나는것이 아닌가! 기쁜마음에 차에서 내려 달려가 보니 이 마을 앞산에는 왕궁이 있는거라. 혼자 한숨에 앞산을 올라서니 앞산의 반대편엔 너무나 아름다운 저수지가 안개에 쌓여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도대체 이 마을은 어디란 말인가!’

 꿈에서 깨어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일장춘몽(?)이라 하였던가……. 사랑하는 사람, 혹은 애절하게 보고픈 사람이 있으면 꿈에 보이 듯 난 그렇게 찾고 있는 것들을 꿈에 그리고 있는 것이었다.

 이것뿐이 아니다. 가끔 친구들이 내 옆에서 잠을 자다 깜짝 놀라 깨곤 한단다. 하루는 일어나보니 “어제 병원헌팅 갔었니?”하고 묻는다.

 이야기인즉슨, 자다가 앉아서는 친구들에게 장소를 설명한다는 것이다. 오밤중 친구들에게 그 병원의 곳곳을 설명하더란다. 장·단점을 이야기 해가면서.

 이쯤이면 병이라며 밤에 어디 뛰어나가는 것은 아닌지 잘 표시해두라는 친구들에게 웃고 말았지만 가끔 아침에 일어나서 발바닥을 쳐다보는 버릇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오늘도 이른 아침 이메일을 열어보니 여기저기서 자료 사진을 ?어붙힌 헌팅리스트가 들어와 있다. 오늘 저녁엔 모악산을 걷는 것 아닌가 모르겠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