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우리는 어떤가.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젓갈, 장아찌가 모두 염장 발효식품이다. 옛날에는 식초나 민속주도 가정에서 만들어 먹었다. 대체적으로 우리의 주종음식은 삭임의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삭임과 풀림, 여유와 은근을 우리의 정서적 특성으로 꼽는다면 이는 필시 음식문화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으리라. 푹 고아져 웅숭깊은 소리를 소리맛의 제일로 치는 판소리가 그렇고 신명난 흥과 애절한 한이 함께 스며있는 육자배기, 민요, 잡가, 춤사위 등이 그렇다. 어디 그뿐이랴. 피 맺힌 한도 세월이 어느 정도 지나면 소망의 한으로 진화된다. 이른바 원한(怨恨)이 원한(願恨)으로 발전된다. 이것이 한국인의 정서적 특징이다. 우리의 음식이 발효의 삭임과정을 통해 완성되듯이 우리의 정서 역시 음식처럼 삭임을 특성으로 한다. 음식과 문화가 거멀못의 관계가 있음은 바로 이를 통해 입증된다.
음식과 정서의 상관성은 가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스턴트식품 위주로 식탁을 차리는 가정의 아이들은 진드근함이 부족하고 공격적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흥미를 끈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어 식탁에 올리면 아이들은 음식을 먹는 게 아니라 어머니의 손끝에서 빚어지는 사랑과 정성의 정서를 먹는 셈이다. 이런 아이들은 성인이 되어서도 모성과 유년의 살가운 추억을 음식을 통해 간직하게 된다. 음식이 딱히 정서 형성에만 관여하는 것은 아니다. 지적 능력을 형성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오색오미를 골고루 장만해 먹을 경우 우리의 신체는 두루 발육되며 음식을 꼭꼭 씹어먹는 과정에서 뇌에 산소공급이 원활해져 뇌활동이 왕성해진다. 음식은 끼니를 때우는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지적, 정서적으로 막대한 영향을 주는 문화창조의 중요한 원동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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