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락 신음… 중소수출기업 살려야
환율급락 신음… 중소수출기업 살려야
  • 전재일
  • 승인 2006.05.08 1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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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환율하락에 따른 영향이 어느 정도 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도내 중소 수출기업들을 방문한 적이 있다. 전체 매출의 약 90% 가량을 수출하는 도내 모 중소 수출기업, 금년 들어서만 환차손으로 5억원에 이르다고 한다. 이 기업은 지난 해 이어 금년에도 환율이 하락할 것으로 예측하여 목표환율을 980원으로 책정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새해 들어서자마자 1000원대가 무너지고 4개월만에 7.2%나 떨어진 930원대까지 떨어져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눈앞이 안 보인다고 한다. 그동안 전사적으로 환율관리에 나름대로 노력도 해 보았고, 원가절감, 생산성 극대화에도 모든 수단을 동원했으나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하느냐는 얘기다. 그 사장님의 여러 가지 푸념과 절규에 가까운 얘기만 듣다 속 시원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한 채 무거운 마음을 안고 살며시 방문 회사를 빠져나와 사무실로 발길을 옮겨야 했다.

 위 사례는 최근 환율하락, 고유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도내 수출기업들의 현주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달 말 한국무역협회 전북지부가 도내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긴급 조사한 “환율급락 영향조사”에 따르면 도내 수출기업의 적정 환율이 평균 1,028원, 손익분기점 환율은 평균 977원으로 조사되어 현 환율수준(930원대)에서 수출기업 대부분이 출혈 수출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환율하락에 따른 이익감소에도 불구하고 기존 거래선 확보 차원에서 전과 동일하게 수출한다는 경우가 전체의 61.8%였고, 나머지는 수출을 중단하거나 수출일부를 내수로 전환하고 있다고 하는데서 이에 대한 영향이 심각함을 알 수 있다.

 한편, 중소수출기업이 직면한 문제의 본질은 환율변동에 의해 발생한 환차손보다 생산비용 증가분을 수출가격에 반영하지 못함에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중소수출기업의 8.8%만이 환율변동에 의한 원가상승부담을 수출가격에 전가하고 있고 나머지 91.2%는 비용부담을 자체적으로 내부화하고 있어 수출중소기업의 수익성 악화는 필연적이라 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대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겠지만 원가부담 요인을 중소기업에 모두 전가하고 있으니 중소기업의 설 땅이 어디에 있겠는가?

 최근 우리 경제는 지난 몇 년간 극심한 내수의 침체에서 바닥을 치고 회복의 기미를 보이고 있는 시점에 新3高의 복병을 만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다시 내리막길을 걷지 않을까 걱정이다.

 우리 경제의 회복을 위해서는 중소수출기업이 살아야 하고 나아가 수출이 살아야 한다. 이제 중소수출기업 지원에 대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해야 할 때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愚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경제의 주춧돌인 중소수출기업이 이번 위기를 잘 견뎌낼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우선, 정부는 우선 수출금융 확대, 중소수출기업 특례보증, 환변동보험 확대등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그리고 원가절감 및 품질향상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을 위해 정책자금을 대폭 확대하여 중소기업의 체질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한다.

 기업 스스로의 노력도 무엇보다 중요하다. 환율 급락을 막는 거야 정부가 해야 할 일이지만 한계가 있다. 결국 가격 경쟁력 약화는 기업의 원가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불가피한 현실이다. 따라서 품질, 디자인 등 비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고 뼈를 깎는 체질개선을 통해 스스로 난국을 헤쳐 가는 길 밖에 없다. 대기업도 중소기업을 상생의 동반자로 받아들여 기술지도나 이전 등을 통해 이 어려움을 같이 극복해 나가겠다는 자세와 실천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하겠다.

<한국무역협회 전북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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