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사람 만나는 전주영화제
특별한 사람 만나는 전주영화제
  • 이세리
  • 승인 2006.05.1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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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화려하게 막을 내린 제7회 전주국제영화제. 영화제 속에서는 여기 저기서 모인 사람들의 숨소리가 거리를 가득 메우면서 그 열기를 더한다.

 그 열기의 대열에 함께 했던 필자는 영화의 거리를 걷다가 반가운 사람들을 만났다. ‘파랑주의보’의 전윤수 감독. 전 감독의 다음 작품을 진행하게 된 나는 얼굴도 처음보는 감독님을 향해 문 사이로 얼굴을 빼꼼히 내밀고선 인사를 건냈다. 첫 인상이 너무 좋아 왠지 앞으로 행복한 작업이 될 듯하다.

 일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조수급 스텝들도 모였다. 1박 2일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참 오랜만에 모여 그 동안의 일을 되묻고 대답하고 밤이 새는 줄 모른다.

 이렇게 만난 많은 사람들 중에 특별한 그 분이 있으니 바로 필자가 처음으로 영화의 맛을 알아버린 그 영화 ‘대한민국헌법 제1조’의 이동삼 촬영 감독이다.

 필자는 어린시절부터 연극을 했다. 당연히 난 배우가 될 것이라는 꿈을 꾸고 살던 어느 날 영화와의 만남은 내 인생을 뿌리째 바꾸어 놓는 큰 계기가 되었다. 대학 4학년, 이미 정해진 진로대로 취업을 생각해야 하는 순간 필자는 다시 ‘막내’라는 직함으로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대학시절 간간히 맛을 본 영화판의 매력에서 이미 나올 수가 없었던 것이다.

 모르는 것이 너무 많았다. 35mm 필름 카메라는 처음봐서 신기하기만 할 뿐이고, 조명기며 크레인이며 엄청 큰 장비들이 우르르 나타나면 어찌할 바를 몰라하곤 했었다. 그땐 왜그리 용기도 없었는지 모르면 물어볼 생각도 안하고 궁금해 하기만 했으니...

 제일 궁금했던 장비가 바로 발전차이다. 나중에 안것이었는데 발전기를 차에 싣고 다니는 것이 발전차인데 필자는 이 개념자체가 머릿속에 없었던 것이다. 밤샘촬영을 하던날 기름 떨어졌다고 사다달라던 발전기사말에 차에 기름 떨어진지도 모르고 다닌다고 실컷 욕을 하며 휘발유를 사다 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런 어린시절의 나에게 영화에 대해 꿈을 심어 준 분이 계시는데 그 중 한분이 이동삼 촬영감독이다. 막내라고 특별히 예뻐해 주시면서 내편이 되어주셨던 감독님. 연일 계속되는 밤샘 촬영이 힘들어서 걸음도 못 걸을 만큼 힘이 들어 떨고 있던 내게 점퍼를 벗어주시면서 남몰래 가서 쉬라며 등을 밀어주신 그 따뜻한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현장과 멀리 떨어져 차를 막아야 하고 사람들에게 온갖 욕설을 다 듣고 여자라는 배려는 전혀 없이 무거운 박스를 번쩍들고 다녀야 하고 매일 밤을 새야하고 강이 얼정도로 추운 날 강우기에서 쏟아지는 비를 맞아야하고 촬영이 끝난 후 남아서 누가 피웠는지 모르는 담배꽁초까지 주워야하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에 매일 밤 눈물을 닦아야 했지만 그 생각을 뒤로 한체 계속 영화판을 꿈꾸는 이유는 나도 그들처럼 되고 싶은 설렘 때문이기도 하다.

 특별한 사람을 만나는 기분 좋은 거리. 오늘 저녁도 귓가를 한가득 메우는 거리의 음악인들, 굳이 영화를 보지 않아도 사람들과 눈빛을 마주칠 수 있고, 어깨를 마주 델 수 있고, 뜨거운 숨소리를 내뱉을 수 있어 마냥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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