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1 지방선거와 월드컵
5·31 지방선거와 월드컵
  • 이병렬
  • 승인 2006.05.28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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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5·31 지방선거는 이틀을 남겨놓은 목전에 두고 있다. 14일간의 선거기간도 내일이면 종료된다. 이번에 뽑는 기초의원 선출 수는 지역구의원 2513명과 비례대표의원 375명을 합쳐 2888명이다. 전북은 지역구의원 173명과 비례대표 24명을 포함하여 197명을 뽑는다. 이번 선거에서는 개정 선거법에 따라 ‘만 19세’도 유권자로서 투표를 할 수 있게 된다. 19세 투표권 행사는 지난해 10·26국회의원 재선거 때 처음 적용됐지만 전국 단위 선거로는 이번 지방선거가 처음이다. 기초자치단체 의원에 대해 정당공천제 및 선거구당 2~4명을 선출하는 중선거구제도도 처음이다. 지방의원의 유급화와 3선 연임 단체장의 첫 출마금지도 달라진 점이다. 또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영주자격 취득 후 3년이 경과한 외국인에 대해서도 당해 지역에서 실시하는 지방자치단체선거의 선거권을 부여함에 따라 이번에 투표권을 받은 외국인은 모두 6726명인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전조사를 보면 조사 대상 6438명 가운데 화교가 94.9%, 일본인이 3.8%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미국인 20명, 영국인은 10명이다.

 처음으로 1인 6표제를 도입하여 1차로 투표용지 3매(시장·군수/ 비례대표 시·군의원/ 지역구 시·군의원)를 교부받아 기표하여 연두색 투표함에 한꺼번에 투입하고 2차로 투표용지 3매(도지사·광역시장/비례대표 도의원/ 지역구 도의원)를 교부받아 기표하여 백색투표함에 한꺼번에 투입하고 투표소를 나오는 선거를 하게 되어있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메니페스토(참공약 선택하기)운동이 활발하다. 후보들이 앞다퉈 내놓는 공약에 언론과 유권자들도 과거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메니페스토가 인맥·지연주의의 선거문화를 바꾸고 정치개혁을 앞당길 것이라는 기대도 높다. 이웃나라 일본은 3년 앞서 이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2003년 4월 지방선거와 11월 총선에서 메니페스토운동이 확산돼 큰 방향을 불러일으켰다. 전라북도 선거관리위원회에서도 혈연·지연·학연이나 허황된 깜짝쇼 공약은 안되고 참공약을 꼼꼼이 따져보고 올바로 선출하자는 운동이 우리지역의 미래에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발표한 공약 7개중 6개는 실현가능성이 없는 “헛공약”인 것으로 분석됐다. 매니페스토운동 전북추진본부는 5월 25일 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주, 익산, 군산, 정읍, 남원, 김제시의 후보자 총 36명이 제출한 203개의 공약내용을 평가한 결과 “방향설정이나 구체성 등은 한 단계 발전된 것으로 보이나 재원조달의 방법, 추진방법과 시기의 조절, 구체적 실현가능성 등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무래도 한국의 지방자치는 축구와 악연이 있는 것 같다. 4년 만에 지방선거와 월드컵축구와 만난다. 그나마 2002년과는 달리 선거일이 월드컵 기간안에 있지 않고 살짝 비켜났다는 것이 다행이다. 요즈음의 월드컵 평가전에 대한 열기를 보며 지방선거에 관한 참여와 관심에 걱정이 앞선다. 기본적으로 지방선거 투표율과 참여에 대한 관심이 낮다. 젊은 층의 참여는 더욱 낮다. 오죽하면 7대 종단대표자 모임인 한국종교지도자 협의회는 지난 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화합과 축제, 아름다운 선거를 통한 국가사회발전을 위한 대국민 호소문’ 을 발표, 국민들에게 5·31 지방선거에 적극 참여해 아름다운 선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할 것을 제안 했겠는가.

 문제는 이번 지방선거가 더 중요한 이유이다 4대 15년의 실험을 거쳐온 지방자치와 지방권력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지방의원유급제 등의 제도 변화에 따른 지방자치 발전과 향상여부가 관건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진정한 지방자치의 실현과 지방정치개혁을 위해 무관심보다 관심을, 냉소보다는 참여하여, 회피하기보다는 행동하는 깨어있는 시민의식을 가진 유권자들에 의해 시민에게 헌신하는 봉사형 정치인을 새롭게 등장시키는 ‘유권자 축제의 날’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월드컵에 쏠린 열기만큼이나 6000억 원이 넘는 우리들의 세금으로 치루어지는 우리지역의 살림꾼을 뽑는 일에 지극 정성을 쏟자. 월드컵은 아직도 10여일 이상이 남아있지 않은가? 우리가 낸 세금이 낭비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우리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 청렴하고 실력있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을 뽑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월드컵에 나갈 선수들은 뽑고 한국과 경기를 하는 상대팀의 전력을 분석하는 예리한 눈빛으로 후보자들의 자질을 하나하나 따져가며 선택하는 일은 월드컵만큼이나 아니 더 중요한 일이다고 본다.

<우석대학교 문화사회대학장,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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