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선량(選良)들에게 거는 기대
지역 선량(選良)들에게 거는 기대
  • 김용재
  • 승인 2006.05.31 1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방 선거가 막을 내렸다. 선거 홍보용 소형 트럭이 시내를 누비는 것도 이제는 멈추었다. 신나는 유행가 리듬에 맞춰 노랫말만 바꿔 “내가 진짜 일꾼”임을 강조한 스피커의 강렬한 소리도, 나 좀 보라면서 손가락을 펴든 홍보 대사들의 현란한 춤도 이제 끝났다. 선거에 나선 이 지역 동량들은 긴장감을 늦추지 않은 채 동네 주민을 만나기에 너무 바쁜 시간들이었다. 명함 한 장 내밀며 인사를 하면서 자신을 알리기에 열을 올린 날이 얼마이던가.

 광역단체와 기초단체의 장과 의회의 구성을 어제 하루 결정하였다. 선거 전에는 유권자의 참여가 급선무였다. 여느 선거와 달리 투표율 올리기에 노력을 많이 한 것 같다. 중앙선관위에서 추진한 ‘Pride 5·31 투표율을 잡아라!’라는 구호는 ‘5월 31일에 투표율 53.1%를 넘어서 민주시민의 자부심을 보여주자’는 간곡한 의미가 담겨 있었다.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여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모범유권자 찾기 이벤트나 선거 관련 패러디 포스터 공모행사를 마련하여 관심을 유도하기도 했다. 각종 시민단체에서도 진보, 보수 진영을 불문하고 투표 참여 호소 마당을 열었다.

 이제 시내 거리는 조용하다. 열띤 선거 홍보 시간이 멈추고 대의 민주주의의 결실을 위해 진정한 일꾼들이 뽑혔다. 이제는 다시 시작이다. 난무했던 공약이나 상대보다 우위에 있음을 강조했던 말들도 이제 정돈될 필요가 있다. 차근차근 챙길 일이 너무 많다. 오늘부터 유권자들은 당선된 자치단체장에 대한 애정과 응원을 보내야 하고, 지방의회 의원들의 행보에 힘을 더해 주어야 한다. 당선의 기쁨과 낙선의 패배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의연한 유권자의 모습이 필요하다. 당선자들은 낙선자들을 감싸고 낙선자들은 당선자를 인정하면서 선거가 지역인재 축제의 장으로 환원되게 노력해야 한다. 유권자는 선거 유세기간에 보인 관심으로 끝날 게 아니라, 오히려 당선자가 정해진 이후 우리 선량(選良)들에게 지속적 관심을 보여야 한다.

 지자체의 발전은 자치단체장의 리더십이 중요하다. 여기에 의회의 성숙한 자세와 견제의 미덕이 겸비하면 우리 지역은 달라진다. 선거가 끝난 이후 단체장이나 의원들은 여느 때와 달리 많은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 경제의 활성화와 빈부격차 해소, 교육 경쟁력 강화와 선진 문화 창조 등 이루 셀 수 없는 문제를 떠안고 있다. 먼저 당선자들은 도덕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인재라고 인정받아야 한다. 그 힘으로 이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을 할 때는 정치적 이해관계나 학연, 지연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먼저, 단체장들과 의원들은 조선의 붕당 정치의 득실을 따지는 혜안이 있었으면 좋겠다. 붕당(朋黨)이 대립하여 당쟁으로 번지기도 하여, 이들 당파의 대립과 반목이 국력의 쇠퇴를 빚기도 했음을 알아야 한다. 사실 붕당대립의 직접적 발단은 1575년(선조8) ‘이조전랑’직을 둘러싼 김효원과 심의겸의 반목에서 비롯되었다. 전랑직은 정5품으로 직위는 낮았으나, 인사권을 쥐는 핵심 직책이면서 자신의 직책에 대한 후계자까지도 추천할 수 있었다. 인사 문제 하나로 당쟁이 싹텄던 것이다. 어느 자치단체이든 그 출발은 인사부터 시작된다. 조선의 르네상스기라고 칭송되는 영?정조 시대, 정조가 당쟁을 뛰어넘어 부국강병을 꿈꾸었던 시절, 그 가운데에는 정약용이 있었다. 정조의 치적을 일일이 열거할 것 없이 인사가 만사라는 사실을 역사는 가르치고 있다.

 의원들은 본연의 모습에 돌아가 전문성을 한껏 발휘했으면 좋겠다. 잘 알다시피, 의회란 행정부에 대한 견제와 균형의 제도적 장치이다. 또한 민주주의에서 두 개 이상의 정당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들의 이익의 균형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그러므로 행정부의 시녀나 들러리, 정당의 거수기가 되면 안 된다.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지역민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필요하면 대학이나 연구소를 활용하고 언제나 공부하여 행정부서 공무원에 버금가는 행정업무 처리능력이나 기획력을 보여줘야 한다.

 선거는 끝났다. 이제 지역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것만 남았다. 우리 모두는 하나라는 사실과 승리의 뒤편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미래 시대를 보는 혜안은 과거를 보는 역사적 안목에서 비롯된다. 역사는 지역의 선량들에게 본연의 모습이 중요하다는 사실, 행정은 인사부터 시작된다는 것, 우리의 리더들은 전문성과 도덕성을 겸비해야 한다는 사실을 웅변하고 있다.

<전주교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