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대박에 관한 미신
충무로 대박에 관한 미신
  • 이세리
  • 승인 2006.06.15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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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최민수는 촬영장을 신성한 작업장이라 생각하고 언제나 빗자루질을 직접한다. 배우 차승원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 꼭 큰병에 걸린다. 감독 장선우는 영화가 들어가기 전 면벽수행을 꼭 해야만 한다. 감독 김상진은 영화가 시작하기 전 꼭 새 운동화를 사서 신어야 하고 촬영 중 절대 새로사거나 빨지 않으며 머리도 자르지 않는다.

 이건 웬일일까? 온갖 첨단장비가 가득하고 집한채 태우는기, 폭풍치는 바다에 배띄우기, 상상 속의 괴물 실체만들기 등 생각지도 못하는 일들을 실제로 만들어 내는 영화 현장에 아이러니하게도 구시대적인 미신들이 공존한다.

 하늘과 땅의 모든 신들에게 촬영시작을 고하는 제를 올리는 일과 인력의 힘으로 어찌 할 수 없다 믿었던 일을 손가락 하나로 만들어내는 일을 같이 하는 사람들. 아이러니한 공존.

 어느 영화주간지에서 얼마 전 ‘믿거나 말거나 충무로 미신 11가지’를 읽으면서 참 이상한 동거 관계라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 해보면 이렇다.

 하나, 날씨 운이 좋으면 영화가 흥행도 잘 된다. 강수확률이 높음에도 비를 잘 피해가는 팀들이 있다. 우연의 일치 인지는 모르지만 영화 ‘접속’, ‘아라한장풍대작전’등이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충무로에 떠도는 이야기다. 최근 군산에서 촬영 된 ‘구미호가족’도 이런 팀중 하나이다. 그들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서 대박을 예감한다고 한다. 어찌 생각하면 그냥 운이었을지 모르는 일이거늘, 그 작은 운에도 주문을 외우는 것이다.

 둘, 스태프나 가족이 출산을 하면 대박난다. ‘공동경비구역JSA’촬영 당시 유독 많은 스태프들이 출산을 했다고 한다. ‘웰컴투 동막골’, ‘나쁜남자’, ‘해피앤드’ 등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익산에서 촬영 중인 ‘거룩한계보’역시 작가의 아내가 출산을 하는 반가운 소식에 흥행을 예감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셋, 귀신을 보면 흥행이 잘된다. 강박에서 오는 환청인가? 환각인가? 영화스태프 중 귀신 안봤다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현장에서의 귀신이야기는 끝이 없다. 그 중 유명한 일화 중 하나가 바로 ‘올가미’촬영 중 일어난 귀신목소리녹음 사건이다. 또 서울 양수리종합촬영장엔 유치원복 입은 귀신 아이가 나타난다는 소문도 있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사생결단’은 촬영하기로 한 창고에서 살인사건이 난 후 촬영중 아무도 타지 않은 승합차의 경적이 울리는 이상한 사건이 발생했었다고... 실제로 ‘사생결단’은 흥행에 성공했으니 현장의 귀신이야기는 점점 신빙성을 더해가는 듯하다.

 그 밖에도 ‘고사 때 눈이나 비가 오면 흥행이 잘 된다’, ‘촬영장에 불이 나면 대박이다’, ‘포스터는 무조건 빨간글씨를 써야 영화사 불붙듯 잘된다’, ‘촬영장엔 종종 신비의 아저씨가 나타난다’, ‘대박나는 숙소는 따로 있다’, ‘ 등 말도 안되는 이야기에 귀를 쫑긋 세우면서 가끔은 우리 현장에도 그런 일이 나기를 바라는 스태프들이 많이있다.

 비단 귀신을 봤다하여, 또는 빨간글자로 제목을 썼다하여 꼭 흥행이 나기만은 하겠냐만서도 그렇게라도 해서 대박을 터뜨리고 싶은 제작진들의 마음은 늘 간절한 것이다.

 하룻밤에 귀신 100명을 만들었다 없애기를 수십번 반복하면서도 실제 일어나기를 바라는 그들의 마음. 점차 산업화되고 현실적으로 변해가는 충무로 이지만 영화인들의 간절한 염원과 자기위안으로 해석되는 이 일들은 너무 순수할 뿐이라는 생각이다.

 50회 이상 찍으면 100만이 들고 100회차를 찍으면 1000만이 든다는 공식이 있었다면 이런 재미난 속설들도 생겨나지 않았겠지? 그럼 영화현장 참 심심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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