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볼만한 곳] 무주 구천동 33경
[가볼만한 곳] 무주 구천동 33경
  • 무주=김정중기자
  • 승인 2006.08.10 1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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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볕에 지치고 지글거리며 달아오른 도시의 아스팔트 도로, 콘크리트 담벼락에 숨막힌 당신, 바람 한점 없이 후끈거리는 잠자리에서 불면의 밤을 밝힌 당신. 한여름의 별천지 무주구천동 별천지로 뛰어들어보자.

 열대야로 한반도 전체가 뜨거운 공기덩어리에 짓눌릴때도 오슬오슬 소름이 돋게 하는 구천동 찬 바람은 무주구천동이 왜 한반도의 허파라 불리우는지 실감케 한다.

 덕유산 국립공원(1천614m) 북쪽 70리에 걸쳐 흐르는 계곡으로 입구인 나제통문을 비롯해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수심대, 구천폭포, 연화폭포등 구천동 33경의 명소들이 계곡을 따라 위치해 있다.

 향적봉 정상에서 발원한 옥수가 흘러 내리며 구천동 33경을 만들고, 북사면의 무주 리조트, 서남쪽의 칠연계곡을 이루어 수많은 탐방객들을 맞이하는 덕유산 중심의 구천동은 두문산(1천51m), 칠봉(1천305m), 거칠봉(1천178m)등의 고봉 등을 거느리고 봄철이면 칠십리 계곡에 빨간 철쭉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짙푸른 녹음으로 피서객을 손짓하며 가을이면 붉게 타는 단풍으로 만산을 물들이고, 겨울이 되면 하얀 눈이 뒤덮인 설경 속에 설화를 피워 신비경을 이룬다.

 무주군 무풍면과 설천면의 덕유산 계곡을 일컫는 구천동은 지금이야 관광객이 끊어지지 않는 관광명소가 되었지만 예전에는 깊은 산골의 대명사로 일컬어지는 첩첩 산중이었다.

 조선 명종때 광주 목사를 지낸 임갈천이 쓴 덕유산 향적봉기에 의하면 성불공자 9 천명이 이 골짜기에서 수도를 하였으므로 이곳을 구천둔(9천 명이 은둔한 곳)이라고 했으며 그들의 아침밥을 짓기위해 쌀을 씻은 뜨물이 개울물을 부옇게 흐렸다고 한다.

 구천동에서 무주로 오는 물길 중간에 자리하고 있는 설천의 지명에 영향을 주었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수행자가 많았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전해진다.

 혹자는 이곳에 기암괴석들이 9천개가 널려있는 곳이라서 구천동이라는 설도 함께 전하여 지고 있을 만큼 이곳 구천동의 이름에 관한 이야기는 많기도 하다. 여하튼 구천동의 다양한 유래를 반추해 보더라도 구천동 33경에 담겨있는 비경과 계곡의 옥수가 주는 감명이 어떠한지 짐작할 수 있다.

 구천동을 찾은 관광객들의 공통적인 느낌은 일상에서 지친 심신이 무주 구천동 계곡의 원시림이 이루는 녹색 차양과 호쾌한 물결을 만나면 덩달아 맥이 빨라지고 야성의 본능이 꿈틀 깨어나는 듯 하다고 입을 모은다.

 구천동 33경의 일경은 전국적으로 가장 인기있는 드라이브코스 중 한 곳인 라제통문으로 부터 시작된다.

 이곳은 삼국시대 신라와 백제가 국경을 이루던 곳이다.

 석모산의 기암절벽을 뚫고 동서를 통하는 길을 내었는데 지금도 양쪽지역의 언어와 풍습이 다르다. 요즘은 관광철을 맞아 지역 주민들이 수문장을 배치해 관광객들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추억을 만들어주고있다.

 2경 은구암을 지나 3경 청금대에 이르는데 옛날 선녀가 내려와 가야금을 타는데 계곡의 물소리가 가야금에 맞추어 신비한 음률을 냈다는 곳이다. 이어 4경 와룡담, 5경 학소대를 지나면 6경 일사대가 있다.

 학소대 상류 0.3km지점, 서벽정 아래 계곡에 있는 일사대는 조선 말기 학자 송병선이 이곳의 아름다운 경치에 반해 서벽정이라는 정각을 짓고 후진을 양성하며 소요하던 곳이다.

 이곳을 일사대라 한 것은 송병선이 동방에 하나밖에 없는 선비라는 뜻의 동방일사라한데서 비롯한다. 천길 낭떠러지의 우뚝한 창암, 수성대가 천년송을 머리에 인 채 일사대를 굽어보는 모습은 장관을 이룬다.

 이어 7경 함벽소, 제 8경 가의함, 전설에 임진왜란 때의 명장 김천일장군의 장인 양도사가 이곳에서 공을 드리다가 어느 해 가을밤 이 담에 비치는 아름답고 신비로운 달을 보고 도를 깨우쳤다고 전해지는 제 9경 추월담, 구천 승려가 아침저녁으로 쌀을 씻던 뜨물이 이곳까지 흘러내렸다 하여 뜨물재라고도 하는 만조탄, 폭포수 같은 물보라가 장관인 11경 파회를 지난다.

 제 12경 수심대, 제 13경 세심대로 부터 수경대, 월하탄, 인월담, 사자담, 청류동, 비파담, 다연대, 구월담, 금포탄, 호탄암, 청류계, 안심대, 신양담, 신양담, 만경담, 구천폭포, 백련담, 연화폭, 이속대, 제 32경 백련사까지 하루에 둘러보기 어려울 만큼의 절경이 이어진다.

 특히 32경 백련사는 신라 신문왕 때 백련 선사가 숨어 살던 곳에 하얀 연꽃이 솟아나왔다 하여 절을 짓고, 백련암이라 했다고도 전하는 고찰이다.

 이곳부터 2시간여 부지런히 오르면 33경의 마지막 덕유산의 정상이다. 이곳이 백련사에서 2.5km 지점의 해발 1천614m 향적봉이다.

 삼남을 굽어보는 덕유연봉의 최고봉인 향적봉에 오르면 북으로 가깝게는 적상산을 아래로 두고 멀리 황악산, 계룡산이 보이며 서쪽은 운장산, 대둔산, 남쪽은 남덕유를 앞에 두고 지리산, 반야봉이 보이며 동쪽으로는 가야산, 금오산이 보인다.

 정상에는 등산객을 의한 산장과 우물이 있고 주변에는 고산식물인 주목이 군락을 이루고, 철 따라 피어나는 진달래 철쭉, 현재는 원추리 군락이 절경을 이루고있다.

 8월의 더위 속에서도 무주 구천동 33경의 비경은 도심 속 에어컨 바람 가득한 사무실, 은행이나 백화점과는 달리 자연이 주는 친근한 서늘함이 무더위에 지친 당신을 유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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