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마당의 ‘내빈’은 누구?
공연마당의 ‘내빈’은 누구?
  • 송영석기자
  • 승인 2006.09.10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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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예술은 진정으로 공연자들과 시민들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판’이 되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네 마당에 모여앉아 우리 소리를 즐기며 서로의 시름을 잊고 흥을 나누던 판소리는 나이와 성별을 불문하고 즐기는 우리 고유의 야외 공연문화였다.

 최근 선선한 가을바람 탓인지 다양한 야외공연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어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8월 초 전주예총 주관으로 열린 전주예술제와 9월 초 5일간의 향연으로 열렸던 제 45회 전라예술제, 그를 이어 지난 8일 펼쳐진 ‘국악과 재즈 퓨전발표회’까지.

 이런 예술행사들은 각박한 현실에 찌들어 있는 시민들에게 문화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런 행사들 속에서 한 가지 눈살 찌푸려지는 현상이 발견된다. 바로 행사 개막에 으레 이어지는 ‘내빈소개’가 그것이다.

 예향의 도시답게 ‘예’를 숭상해서일까? 모든 행사에서는 사회·정치적으로 이름께나 있는 분들의 소개가 이어진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고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하나 둘 공연장을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대부분 도의회 혹은 시의회에서 뱃지를 달고 나오신 분들이나 행사에 금전적 지원을 한 관계기관의 관계자들이다.

 이런 모습을 시민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공연을 잔뜩 기대하며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시민들은 공연에 있어서 가장 불필요한 요소로 이 점을 꼬집는다. 실제로 지난 주 열린 ‘전라예술제’에서도, 주말 열린 ‘국악과 재즈 퓨전발표회’에서도 길고 긴(?) 내빈소개가 이어져 관람온 시민들은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길어지는 내빈소개가 마련되는 행사의 공통점은 모두 기관에서 배정된 예산으로 치러지는 행사들. 그렇기에 행사 주최 관계자들도 어쩔 수 없이 소개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이들을 내빈으로 소개하는 것이 정치를 위한 목적인 듯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연장은 정치인들의 ‘낯내기’ 장소가 절대 아님을 모두가 함께 인식해야 할 때다. ‘내빈소개’에 있어서 진정 내빈을 소개해야 한다면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 모두가 돼야 할 것이다. 벌여진 판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하는 시민들이 ‘내빈’이라면, 낯내기를 목적으로 이 곳을 찾았다가 정작 공연은 제대로 감상하지도 않은 채 유유히 떠나는 이들은 모두 ‘객(客)’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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