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선선한 가을바람 탓인지 다양한 야외공연들이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어 많은 시민들의 발걸음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난 8월 초 전주예총 주관으로 열린 전주예술제와 9월 초 5일간의 향연으로 열렸던 제 45회 전라예술제, 그를 이어 지난 8일 펼쳐진 ‘국악과 재즈 퓨전발표회’까지.
이런 예술행사들은 각박한 현실에 찌들어 있는 시민들에게 문화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어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런 행사들 속에서 한 가지 눈살 찌푸려지는 현상이 발견된다. 바로 행사 개막에 으레 이어지는 ‘내빈소개’가 그것이다.
예향의 도시답게 ‘예’를 숭상해서일까? 모든 행사에서는 사회·정치적으로 이름께나 있는 분들의 소개가 이어진다. 그리고 공연이 시작되고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하나 둘 공연장을 빠져나가기 마련이다. 대부분 도의회 혹은 시의회에서 뱃지를 달고 나오신 분들이나 행사에 금전적 지원을 한 관계기관의 관계자들이다.
이런 모습을 시민들은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까? 공연을 잔뜩 기대하며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을 시민들은 공연에 있어서 가장 불필요한 요소로 이 점을 꼬집는다. 실제로 지난 주 열린 ‘전라예술제’에서도, 주말 열린 ‘국악과 재즈 퓨전발표회’에서도 길고 긴(?) 내빈소개가 이어져 관람온 시민들은 볼멘소리를 터뜨렸다.
길어지는 내빈소개가 마련되는 행사의 공통점은 모두 기관에서 배정된 예산으로 치러지는 행사들. 그렇기에 행사 주최 관계자들도 어쩔 수 없이 소개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이들을 내빈으로 소개하는 것이 정치를 위한 목적인 듯 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시민들이 많이 찾는 공연장은 정치인들의 ‘낯내기’ 장소가 절대 아님을 모두가 함께 인식해야 할 때다. ‘내빈소개’에 있어서 진정 내빈을 소개해야 한다면 행사장을 찾은 시민들 모두가 돼야 할 것이다. 벌여진 판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하는 시민들이 ‘내빈’이라면, 낯내기를 목적으로 이 곳을 찾았다가 정작 공연은 제대로 감상하지도 않은 채 유유히 떠나는 이들은 모두 ‘객(客)’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