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좋은 행사도 전북에서 열면 푸대접’
‘아무리 좋은 행사도 전북에서 열면 푸대접’
  • 한성천 기자
  • 승인 2006.09.24 1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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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화행사는 굴뚝 없는 공장이다’ ‘문화는 21세기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등등.

 문화산업에 대한 다양한 평가다. 통상적으로 문화는 돈을 잡아 먹는다. 그렇지만 돈을 생산하기도 한다. 문제는 어떻게 기획하고, 상품화하느냐에 따라 문화행사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변한다.

 ‘돈 먹는 하마’가 되거나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는 것이 문화행사이기 때문이다.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한국전통문화 중 하나인 ‘판소리’를 중심으로 한 전주세계소리축제가 9일간의 일정을 모두 마치고 24일 폐막공연을 끝으로 여섯 번째 발을 내렸다.

 행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끝난 지금. 전북지역 문화예술계에서는 끝냈다는 안도감도 잠시, 한가지 고민에 빠져 들었다. ‘언제까지 자력갱생해야 하느냐’다.

 가장 한국적인 무형문화유산을 글로벌상품으로 포장하고, 지구촌 시민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한국형 문화행사’로 전북문화예술인은 키웠다. 척박한 토양 속에서 여섯 차례 축제를 개최했다. 마치 갓난아이를 어엿한 청년으로 키워낸 마음이지만 걱정이 끝나지 않은 것이다. 내년 축제를 위한 재원마련 때문이다.

 올해 전주세계소리축제장에는 외국관람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같은 동양인이라 확연한 구분이 안된 부분까지 감안하면 줄잡아 행사기간 동안 1천 명이 넘었던 것으로 추산된다. 외신기자들의 열기도 뜨거웠다. 아시아문화예술인들도 단체로 축제장을 찾았다. 여하튼 소리축제가 국제상품으로서의 개발가능성을 확인케 한 축제마당이었다.

 이런 행사에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 어떻게 내용물을 담아 포장하느냐에 따라 소리축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변할 수 있다. 문화적으로 한국전통문화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다. 한(韓)브랜드의 한 가지로 육성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북행사로 축소시키고 있다. 그러면서 다른 지역 문화행사엔 너그러운게 정부다.

 단순비교지만 문광부 등 정부가 지역문화행사에 보조금을 지원한 현황(2005년 기준)을 보면 이해가 빠르다.

 20억에서 300만 원 부족한 예산이 소요되는 소리축제에는 국고보조가 전무하다. 단지 문예진흥기금 7천만 원이 다다.

 반면 광주에서 격년제로 개최되는 ‘광주비엔날레’에는 60억원(2년 간)이 지원된다. 또 경남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사업비 10억 원)에는 2억5천만원, 전남 완도 장보고축제(4억2천만원)에는 2억1천500만원, 전남 함평나비축제(7억 원)에는 1억3천만원, 경기 양평은행나무축제(2억2천만원)에는 1억5천만원 등을 국고보조금으로 지원했다.

 모든 지역문화행사들은 나름의 지리적·문화적 독창성을 지니고 있다. 단순비교는 금물이다. 그렇지만 국고보조 현황을 보면 차별이 심한 것이 현실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북지역 전북문화예술인들 사이에는 자조 섞인 말이 돌고 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전북에서 열면 푸대접 받는다’

 결국 정부 문화정책이 전북에 대한 인색으로 한국전통문화의 전형을 잘 보존하고 있는 전북문화예술인들은 하나 둘 생활인의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한국전통문화를 정부 스스로 포기하는 우를 범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지자체가 수십억 대 재정을 영구히 부담할 것이라 단정지어서는 안될 일이다.

 한성천기자 sc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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