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착해져라
제발! 착해져라
  • 김진
  • 승인 2006.11.15 15: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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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경제주간지의 커버스토리의 타이틀에서 <착한 기업이 살아남는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동안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문구들이나 윤리경영에 관한 많은 글들은 접해보았지만 기업이 착해야 한다는 표현은 처음인지라 눈 확 띄었다. 사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것은 그리 거창하거나 어려운 문제만은 아니다. 기업이 성장하고 발전하게 되면 주주나 경영자, 그리고 종업원과 소비자, 또는 지역사회나 중소기업 등과 여러 형태의 관계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의 모든 행위는 사회전반에 영향력을 미치게 된다. 또 사회전반에 걸쳐 자연스레 영향력이 커짐과 동시에 사회의 일정한 기능을 담당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 도달한 기업에게는 독선적인 경영이나 일방적인 이익추구가 허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사회에 대하여 일정한 행동을 취해야 할 책임이 부과되는데, 이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고 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과정은 기업성장과 맞물린 자연스런 진행과정이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 역시 인간의 도리와도 같은 극히 기본적인 문제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기업의 사회적 기능들을 살펴보자면, 우선 생산을 효율적으로 수행해야 할 사회성과 공공질서를 지켜 다른 업체·집단에 피해를 주지 않는 공공성, 그리고 특정한 집단만이 아닌 이해관계자 모두의 이익을 증대시키는 공익성 등을 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유해식품을 생산하거나 거래 하는 일은 사회성에 대한 위반이며, 노동력을 착취하거나 허위·과대광고는 공공성에 위반되고 경영합리화를 기하지 않고 여타의 노력 태만에서 오는 가격인상이나 특정 시기를 노린 가격인상 등은 공익성에 심각한 위반이 되는 것이다.

 캐롤(Caroll)이란 학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 책임으로 나누었는데 앞의 두 개 사항은 기업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것인 반면, 윤리적 책임은 기업이 이를 이행해줄 것으로 기대하는 것으로 구분했고, 자선책임은 기업이 하면 좋은 것으로 분류하였다.

 캐롤의 이런 분류법에 따르면 삼성이 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으로 인한 불법증여나 불법정치자금 제공 논란 이후 8000억 원의 사회공헌 기금을 내겠다고 한 것이나 현대자동차가 글로비스를 통해 1300억 원 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사법처리에 직면하게 된 후, 1조원 가량의 글로비스 소유 주식 전부를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한 것은 법적 책임마저 이행하지 못하는 기업이 윤리적 혹은 자선 책임을 다하려 드는 모순적이고 기만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국내 대기업의 모순적인 경영행태는 우리 전북지역에서도 쉽게 볼 수가 있다. 요즘 한창 논쟁이 되고 있는 대형할인점들의 전북 진출사례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은 옳지 않은 주장이다. 그 이유는 앞서 전제한 대로 재벌기업들의 기업경영이 공공성과 공익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그것은 윤리경영에 위배되는 것이며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다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 예로 대형할인점들이 대도시의 과포화를 극복하고자 인구30만 명 이하의 지방중소도시에 경쟁적으로 진입하는 것은 재래시장과 소상공인들의 생존권에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에 공공성에 위배되는 것이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자기회사나 주주 등 특정집단의 이익에만 치중했으므로 공익성에 위배된다. 이젠 일방적인 이익추구에만 눈먼 기업들이 성장하던 시대는 지나갔다. 착한기업들이 소비자와 함께 성장해 나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사회책임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전략 임을 깨닫지 못하고, 아직도 <내 돈 놓고 내가 번다는 식>의 구태에 빠져있는 일부 기업들에게 <제발! 착해져라>고 권하고 싶다.

<경희대 무역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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