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와 내 집 마련
경부고속도로와 내 집 마련
  • 안진
  • 승인 2006.11.20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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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X가 경부고속도로를 가로지르며 시원스레 달릴 때 농촌의 들녘 너머로 21세기를 준비한 최첨단 시스템을 자랑하는 공장과 빌딩, 군데군데 빼곡히 들어찬 아파트 숲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마주할 때면 우리사회도 5만 불시대가 멀지만은 않게 느껴진다.

십년 전 우리경제는 자만하게 보일만큼 힘으로 밀어붙였다. 그 결과 여기저기서 불협화음과 길이 막히고 공장과 항구하역까지 때로 멈추자, 10원도 공짜가 없다는 시장은 우리에게 경고로서 IMF를 선물하였다. 그로인해 생명까지도 버려야 했던 희생자와 가족해체의 아픔을 겪었던 사람들이 얼마였던가?

그러한 오늘날 수출이 잘된다고 한다. 그러나 원화의 강세를 두려워하고 있다. 이유가 있는 이야기다. 경부고속도로에서 보면 그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 속도시대에 시간의 절약은 경쟁력 향상에 보약이 아닌가? 그 동안 글로벌시대에 대비한 숨겨진 노력의 결과다.

그러나 서울로 눈을 돌리면 참으로 딱하기 그지없다. 북한산에서 내려다보면 서울은 그렇게 아름다울 수 없는데 느닷없는 아파트 값 폭등으로 난리법석이니 말이다. 정부는 우선 금융기관을 통해 대출을 규제하거나 용적률을 올려 긴급한 시장의 뇌동을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지금 아파트 시장의 혼란을 안정시키기는 어렵다. 먼저 주택에 대한 생각과 정책이 올바르게 가닥을 잡아 나가야 한다.

적어도 전주나 진주에서 대학을 나온 사회초년생도 강남에서 조그만 보금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가 하면 70을 넘은 어른들도 옛 추억을 생각하며 적당하고 아늑한 보금자리에서 여생을 보낼 수 있어야 한다. 지금의 어른들은 대가족시대를 살았지만, 자녀들은 핵가족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기에 다양한 크기와 기능을 가진 주택들이 라이프 사이클을 고려하여 지역공간에 골고루 적절하게 공급되어야 한다.

흔히 용적률을 높이면 아파트를 보다 많이 지어 문제를 해결한다고 생각하지만 차별성을 바탕으로 공급자가 고급아파트를 선호할 경우 오히려 가구 수가 줄어들 수 있다. 그리고 금융기관이 신용보다는 주택담보를 선호하여 이자율을 낮추어 대출하는 한 투기적인 환경은 계속 조성된다고 본다. 문제 해결은 보금자리 수와 종류에 있다.

오늘날 성공적인 경제발전의 40년은 생활환경의 글로벌화, 그리고 도시와 도시간의 생활권의 이동을 변화시켰고, 주5일제는 지역과 서울이 따로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게다가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은 주택을 골프회원권처럼 상품화하고 있다. 또한 핵가족화와 장수시대는 주택 수요에 큰 영향을 주고 있다.

정부는 강남을 들어 세금폭탄 등 극단적인 이분법적인 사고로 정책을 추진하기 보다는 실용적인 입장으로 돌아가 긴장된 수요를 완화시키고 공급 측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더라도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의 주택을 공급하는 전략을 마련해 실행에 옮겨야 한다. 공급전략에는 적어도 시장의 유연성을 위한 부동산중개업자들의 가수요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이제 서울은 보편적이고 공정한 국내와 국제 시장 환경을 더욱 생각해야 한다. 지역에서 형성되고 있는 교육, 첨단산업기술, 사회, 문화 부문의 가치까지 다 가지려는 서울지향구조는 우리 사회의 리스크를 자꾸만 크게 한다. 한나절 생활권의 한국의 중심에 서려면 좀더 먼 미래를 보고 협력 정신과 상생의 도덕적인 시장원리를 터득해야 한다. 그래야 한반도와 동북아를 리드하는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전북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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