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방경찰청 여성기동순찰대
전북지방경찰청 여성기동순찰대
  • 김강민기자
  • 승인 2006.12.11 2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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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여성의 힘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경찰 역시 ‘우먼파워’가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여겨져 온 형사·수사 분야에까지 여경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과거엔 주로 내근, 민원 부서나 여성 업무 관련 부서에서 일해왔지만 지금은 정보와 교통 등은 물론이고 ‘험악한’ 형사·수사 분야에서도 여경의 진출이 자연스러운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도 일부 편견은 남아있지만 여경들 스스로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영역에 과감히 자원하면서 이런 편견들은 하나 둘 허물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여경기동순찰반’의 활약은 눈부시다.

 지난 2001년 12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 대여성범죄를 비롯해 아동학대와 청소년문제 발생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여성기동반이라는 명칭으로 처음 탄생한 이 부서는 그간 개인 사생활로만 치부되며 사회적 관심에서 동떨어져 있던 가정 내 폭력을 수도 없이 해결하면서 가정폭력이 심각한 범죄임을 시민들에게 인식시키는 커다란 성과를 거뒀다.

 창설 당시부터 현재 여성기동순찰대장으로 한결같이 대여성범죄 근절을 위해 힘써온 송미영 경위는 “대부분의 대여성 범죄가 당사자끼리 은밀히 이뤄지거나 가정 내 문제라는 그릇된 인식으로 신고 자체를 꺼려하는 경우가 많아 증거나 진술확보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여성이라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 세심하고 배려 깊은 상담과 피해자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으로 하나둘씩 해결해나가다 보니 어느덧 가정 폭력은 더 이상 개인 사생활이 아닌 심각한 사회 범죄라는 인식이 확산되더라”고 말했다.

 송 경위의 말처럼 여성기동반의 가장 큰 성과는 시민 대부분이 범죄라고는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가정 내 폭력 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더 이상의 확산을 막아낸 것.

 이런 유공을 인정받아 여성기동반은 지난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여성기동순찰대로 이름을 바꿔달고 성매매와의 전쟁 최전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여성기동반 당시부터 현재까지 수장으로 근무 중인 송미영 경위를 필두로 여성기동순찰대 내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는 김정배 경사, 힘든 업무 속에서도 항상 대원들을 먼저 생각하는 유승완 경사, 최일선에서 범법자들과의 충돌에도 결코 물러섬이 없는 이윤재, 황유창, 박재희, 전진숙 경장 등 수사 베테랑들로 포진된 여기대 직원들은 다른 어떤 부서보다도 힘든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과 함께 이어지는 회의를 시작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서류 검토와 성매매·성폭력 관련 첩보 수집, 그리고 기약없이 이어지는 잠복근무까지...

 특별법 이후 성매매 자체가 불법이다보니 음성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성매매 현장을 적발하기 위해서는 심야 시간대 유흥업소 주변에서의 잠복은 기본이며, 점차 지능화되고 있는 변종 성매매업소를 찾아내기 위한 첩보 및 탐문을 잠시도 쉴 수 없는 형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에는 지원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힘든 부서로 소문이 나버렸지만 이들 여성기동순찰대원들의 자부심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다.

 “우리가 고생하면 원치 않는 성매매에 나선 여성들의 피해는 그만큼 줄어들지 않겠느냐”는 전 경장의 말처럼 최근 전북지역의 성매매 집결지는 거의 초토화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퇴색했다.

 전 경장은 “처음 여기대로 발령받아 단속에 나가면 부끄러워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지만 이제는 성매매 피해자들을 돕는 과정이라 생각할 정도로 여유가 생겼다”면서 “여성의 몸으로 성매매에 대한 단속을 행하다보니 어려운 점도 많지만 팀원들과 함께 도내 성매매 근절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성매매에 대한 단속이 심해지다보니 휴게텔, 안마시술소, 이발소, 대딸방 등 유사성행위 업소는 물론 사람이 아닌 인형을 대상으로 한 성매매업소까지 등장하는 등 속속 등장하고 있는 변종 업소를 법이 미처 따라가지 못하는 점이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고 지적한 박 경장은 “성매매 근절을 위해서는 이들 업소에 대한 단속만이 아닌 성매매 여성들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이 절실하다”면서 “여성의 전화나 각종 상담소 등과 연계, 이들 여성들의 탈 성매매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장은 “저는 물론 박 경장이나 전 경장 등 모든 여경들이 무술 유단자라 범죄자 검거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면서 범법자 검거 시 여성이라서 힘들겠다는 주변의 시각을 일소한 뒤 “여성이라는 시선이 아닌 엄연한 경찰의 한 사람으로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 여성기동순찰대장 송미영 경위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자상함으로 남들에게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성매매 여성들의 아픔을 감싸줄 수 있어 오히려 유리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여성의 몸으로 성매매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근무하기에 힘들지 않느냐는 우문에 오히려 장점이 더 많다며 웃음짓는 송미영 여성기동순찰대장.

 지난 1979년 경찰에 입문한 그녀는 탁월한 업무 추진력과 여성 특유의 세심함으로 도내 지역 여경들에게 높은 신망을 얻고 있다.

 범죄 사실에 대해서는 냉철한 판단을 내리지만 범죄자를 대할 때면 그들의 입장을 최대한 이해하며 감싸안으려 노력하는 송 대장은 여성의 섬세함과 태권도 2단이라는 만만치 않은 실력까지 두루 겸비한 준비된 경찰이라는 게 주위 동료들의 평가다.

 이런 송 대장이 거친 범죄자들과 여린 피해자들이 공존하는 성매매 및 성폭력을 전담하는 여성기동순찰대장으로 취임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

 지난 2001년 가정폭력 및 성폭력 등 대여성범죄를 전담하는 여성기동반에서부터 성매매특별법 시행 이후 최일선에서 성매매와의 전쟁을 수행하는 여성기동순찰대의 터줏대감으로 활동 중인 송 대장은 “여성으로서 성 관련 범죄 수사를 하는 게 부담스러운 면도 있지만 여경이라는 특성상 성매매 여성들이 쉽게 털어놓지 못하던 아픈 상처나 그들의 고민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오히려 수사에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04년 송 대장은 자칭 조폭이라던 남성에게 성폭력을 당하고도 두려워 신고를 꺼리던 한 여성에게 경찰이 아닌 인간 대 인간이라는 관점에서 접근, 그녀의 아픔을 공유하며 지속적인 상담을 진행해 결국 사건을 해결하고 피해 여성은 가정으로 되돌려보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도 했다.

 송 대장은 “성매매와 관련된 수사를 진행하다 보면 아직도 수많은 성매매 여성들이 자신들의 의지가 아닌 타의에 의해 강제적으로 성매매에 나서는 것을 보는데도 아직까지는 그녀들에게 상담센터를 연계시켜 주는 게 고작”이라며 “그녀들이 아무런 거리낌 없이 정상적인 사회 생활로 복귀할 수 있는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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