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절세미인도 제 눈에 안경
47. 절세미인도 제 눈에 안경
  • 이동희
  • 승인 2006.12.18 15: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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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갓나희들이 여러 層(층)이오레.

 松骨(송골)매도 갓고 줄에 안즌 져비도 갓고 百花園裡(백화 원리)에 두루미도 갓고 綠水波瀾(녹수 파란)에 비오리도 갓고 따해 퍽 안즌 쇼로개도 갓고 석은 등걸에 부헝이도 갓데.

 그려도 다 각각 님의 사랑인이 皆一色(개일색)인가 하노라.

 -김수장(1690~?. 사설시조)

 

 이 작품은 작자가 알려진 몇 안 되는 사설시조 중의 하나다. 작가 김수장은 자신이 편찬한 가집 『해동가요』에 자신의 자작 시조 117수와 함께 이 작품을 수록하였다.

 이 시조는 여인을 소재로 해서 초장, 중장에서는 다양한 개성의 여인들을 새에 비유하였고, 종장에서는 모든 여인들은 다 짝이 있어 임으로부터 사랑을 받으니 모두 아름다운 여인이라고 노래한다.

 예술의 역사는 어찌 보면 아름다움의 기준을 세우려는 부질없는 노력의 일단이 아닌가 한다. 아름다움의 4대 영역인 ‘장엄미, 우아미, 골계미, 비극미’도 아름다움이란 이름으로 묶어 두려는 감동의 편차가 아니겠는가? 감당하기 벅차게 수량적으로 장대하고 감성적으로 거룩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장엄미, 균형과 조화로운 상태에서 우러나와 감성의 쾌락을 주는 우아미, 포복절도(抱腹絶倒) 요절복통(腰折腹痛) 박장대소(拍掌大笑)하는 웃음과 함께 예리한 비판을 웃음으로 포장한 풍자에 이르기까지 웃음의 쾌락을 주는 골계미, 눈물마저도 감정을 정화(카타르시스-catharsis)시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비극미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4대 영역은 결국 주관적 감정을 범주화 한 것이다.

 사물을 보는 시각을 일반화하여 아름다움의 기준을 세워보려는 노력의 결과 황금분할을 낳았다. 인간의 눈으로 보기에 가장 조화로워서 아름다운 비율이라는 황금분할도 감정의 편차를 범주화한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다. 가로와 세로의 비율이 어찌되었건 결국 그것을 통찰하는 인간의 주관적 감정의 편차일 뿐이다.

 미인의 조건들도 마찬가지로 감정을 범주화해 보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팔등신 미인이건 경국지색(傾國之色)이건 아름다운 여인의 기준마저도 주관적 감정의 편차를 드러낸다. 서양의 클레오파트라도 혹은 동양의 양귀비도 그녀들의 아름다움 때문이 아니라, 그 주관적 아름다움을 객관적으로 규정해 보려 한 인간의 주관적 의도가 낳은 설화일 뿐이다.

 중국의 4대미인 하면 서시(西施), 왕소군(王昭君), 초선(貂蟬), 양귀비(楊貴妃)를 든다. 사람들은 미인을 선호한다. 『장자(莊子)』에 이런 이야기가 전한다. 미인이 저자에 나타나자 그녀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그런데 그 미인이 물가에 가자 물고기들은 깊은 물속으로 숨어버렸고, 나뭇가지에서 노니는 새들의 곁으로 가자 새들은 하늘 멀리 날아가 버렸으며, 사슴들이 노니는 숲으로 가자 사슴들은 수풀 깊은 곳으로 달아나버렸다.

 송골매처럼 사나운 기색도, 제비처럼 날씬한 미모도, 두루미처럼 우아한 기품도, 비오리처럼 말쑥한 미인도, 솔개같이 우람한 기상도, 부엉이같이 펑퍼짐한 자태도 그것이 여인으로서의 외모 때문이 아니라, 순전히 마음에 자리 잡은 ‘내 임’이라는 인연 때문에 사랑하고 사랑 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것이 남녀의 애정이요, 그것이 부부간의 금슬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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