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마음만 고우면 되나?’
‘진짜 마음만 고우면 되나?’
  • 이세리
  • 승인 2007.01.03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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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오랜만에 극장에서 영화 한편을 보고 나오며 땅이 꺼지게 한숨을 쉬고 뚫어지게 거울을 째리며 오동통 오른 뱃살을 손에 부여잡고 쓴 눈물을 삼켜야 했다.

 연말연시 생각지도 않게 흥행 몰이를 하고 있는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보고 난 후다.

 이 영화 속 주인공 ‘한나’는 95kg의 거대한 몸매를 자랑하는 가수다.(솔직히 영화 속 분장은 그보다 더 거대해 보인다. 아마 제작진은 실제 95kg의 여자를 본적이 없었던 모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녀는 천상의 목소리를 갖긴 했지만 비호감 외모덕에 무대 뒤에서 섹시 여가수 ‘아미’를 대신해 얼굴 없이 노래를 할 뿐이다. 또 하나 그녀의 직업은 폰팅 알바. 그 역시 목소리 덕에 그녀는 완전 성업중이시다.

 그런 그녀에게도 사랑이 있으니 바로 프로듀서 ‘한상준’. 여자인지라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는 당연 예쁘게 보이고 싶어서 말도 안되는 빨강드레스에 귀여운 척 눈 깜빡이기까지. 하지만 ‘한상준’에게 ‘한나’는 그냥 ‘아미’를 키우기 위해 필요한 대도구 같은 존재이다.

 우리의 ‘한나’. 드디어 결심을 한다. 온몸을 뜯어 고치기로 작심한 것. ‘머리부터 발 끝까~지~이’ 칼질을 시작한 우리의 ‘한나’양 1년의 시간이 흐른 후 완전미인으로 거듭나 ‘제니’로 새로 태어나니 이는 동정녀의 몸에서 태어난 예수님 이후로 남·녀의 정식적 결합 없이 태어나는 또 하나의 기적이 일어 난 것이다.

 이제부터 영화는 적나라하게 미녀의 생활을 보여준다. 짜장면 배달부도 성질 더러운 택시기사도 오매불망 짝사랑하던 ‘한상준’님도 모두 그녀이기에 용서가 되고 사랑하게 되는 것. 드디어 ‘아미’를 제치고 얼굴 있는 가수 ‘제니’가 되어 온 국민의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도대체가 아무리 봐도 괴로울 일이 하나도 없다. 비록 성형미인이라는 사실을 숨긴채 ‘한상준’과 러브모드에 돌입하고 순수미인이라는 타이틀로 얻게 된 인기는 그녀가 성형미인이었다는 것이 알려지는 순간 마차가 호박으로 변하듯 ‘뻥’하고 터져버리지만 결국 그 끝은 솔직한 ‘한나’로 성공하는 스토리로 마감된다.

 울며불며 대형콘서트장에 사람들을 모아놓고 성형미인임을 고백하고 난 후 그녀가 다시 ‘제니’에서 ‘한나’가 되었을 때 그녀의 외모는 어떠했는가? 외모마져 ‘한나’로 돌아가진 않았다 이거다.

 이 영화 괜시리 가슴만 후벼파고 그렇게 끝을 맺는다. 모든 여성이라면 한번쯤 꾸는 꿈. 완전미인이 되어 거리를 걷는 일. 완전미인이 되고자 남몰래 안아야 하는 아픔은 또 얼마나 많던가!

 소리나는 배를 움켜쥐고 전주천을 뛰어야 하는, 때론 못견디게 맛있는 냄새가 진동하는 음식을 앞에 두고 젓가락만 깨작거려야 하는, 있는 힘껏 숨을 들이켜고 잠근 지퍼가 터지지 않게 경련이 일어날 정도로 배가죽에 힘을 주고 있어야 하는, 체중계에 올라가기가 당근쥬스 먹기보다 더 싫은, 흔들리는 팔뚝 살 덕에 민소매 티셔츠는 사놓은지 1년이 넘도록 집에서 혼자만 입어보는… 그런 일들을 아는가?

 ‘한나’처럼 온몸을 리모델링하고 나서 눈물을 훌쩍이며 사람들 앞에서 고백을 한 후 모든 것이 다 용서받아질 수 있다면 100개월 할부를 끊어서라도 하고 싶다.

 이 영화 외모지상주의를 비판한다 떠들더니 결국은 아무것도 모르는 헛 꿈꾸는 남자가 만든 뻥치기 영화일 뿐이다.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라고 노래만 부르는 남성들이여! 가슴에 손을 얻고 고백해 보아라. ‘진짜 마음만 고우면 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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