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씨네 토종콩 식품 세모녀
함씨네 토종콩 식품 세모녀
  • 남형진 기자
  • 승인 2007.01.15 16: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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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종콩 하나로 새로운 인생 개척에 성공한 함씨네 토종콩 식품의 함정희(55)사장.

 자신을 가르켜 ‘이 시대의 진정한 토종콩 마니아’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그만큼 지난 수년간 토종콩에 얽힌 그녀만의 사연을 말로 다 할 수 없다.

 굳이 얘기하자면 하루 해가 모자랄 정도다.

 온갖 역정을 딛고 토종콩으로 새롭게 삶을 살기까지 그녀의 곁에는 참모진 역할을 200% 이상 수행하고 있는 두딸 박현신(28), 나은(27)이 있었다.

 함정희 사장은 “두 딸이 없었다면 지금의 함씨네 토종콩 식품은 없었을는지 모른다”고 말한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토종콩에 대해서라면 억척스러울 만큼의 관심을 보여온 엄마와 그런 엄마 곁을 지키며 자신들만의 인생 영역을 구축해 온 두 딸.

 이 세 모녀들의 성공담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콩’과의 인연

 지난 1979년 두부공장으로 시집을 온 함사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이나 수입콩으로 두부와 청국장을 만들어 왔다.

 콩과의 처음 만남은 수입콩인 셈이다.

 이런 함사장이 토종콩과의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전주시청 강당에서 고려대 농학박사인 안학수 회장의 강연을 들은 후부터다.

 당시 유전자 조작과 많은 약품 처리 등 수입콩에서 나타난 인체 유해 가능성을 알게된 함사장은 그 순간부터 수입콩과의 결별을 선언한다.

 며칠동안 밤잠을 설치면서 고민을 한 함사장은 100% 우리 콩으로 제품을 만들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새로운 인생 항로 개척에 나서게 된다.

 ▲토종콩이 가져다준 시련

 토종콩으로 영양가 만점인 안전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함정희 사장의 의지는 세상의 벽에 부딪혀 여지없이 무너져 버렸다.

 20여 년을 넘게 수입콩으로 만들어온 제품을 하루 아침에 토종콩으로 바꾸고 나니 가장 먼저 가격이 맞지 않아 한 달에 2천여 만 원 가량 적자가 쌓여갔다.

 사업이라고는 난생 처음 하는 함사장, 경제성을 따지기 보다는 안전한 제품 생산에만 욕심을 내다보니 토종콩과 인연을 맺은 지 2년여만에 어느덧 공장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까지 맞게 됐다.

 그 당시 빚이 10여억 원에 달해 남편과의 가정불화 등 모진 시련을 겪어야만 했다.

 ▲토종콩과 말기 췌장암 환자

 빚더미에 올라 앉게 된 함정희 사장은 그야말로 공장 문을 닫고 파산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토종콩으로 두부와 청국장을 만들어 유명 백화점과 관공서 등을 돌아다니면서 시식회를 가졌지만 결과는 가격이 비싸서 어렵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돌파구를 찾기란 사실상 불가능 했고 함사장 자신도 그저 하늘만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말기 췌장암으로 시한부 삶을 살고 있던 한 고객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집을 담보로 잡혀 천만 원을 줄 테니 다시 한번 시작해 보라는 제안이었다.

 토종콩으로 만든 두부와 청국장 등을 식사 대용으로 애용하던 이 고객의 진심 어린 도움으로 함사장은 용기를 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 했던가, 그 때부터 서울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입점 허가가 났고 친환경 유기농 농산품을 취급하는 초록마을 매장에서도 입점 허락이 떨어졌다.

 췌장암을 앓고 있던 한 고객이 아낌없이 건넨 천만원이 지금의 함씨네 토종콩 식품을 만든 것이다.

 현재 그 췌장암 환자는 지금도 함사장이 주기적으로 보내주는 토종콩 두부와 청국장 등을 먹고 병마를 이겨내고 있다.

 ▲시련을 함께 이겨낸 창업 일등공신 두 딸

 함사장의 맏딸 현신(28)이는 원광대학교 보건행정과를 나와 새마을 금고에 취직했지만 엄마의 도움 요청에 과감히 사직서를 던졌다.

 둘째 나은이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재원, 롯데백화점에 입사했지만 역시 가업을 이어받기 위한 마음으로 토종콩과 인연을 맺었다.

 이들 두 딸의 공식 직함은 현신이가 기획팀장을 맡아 특허 출원과 신제품 개발, 바이어 상담 등 1인 3역을 담당하고 있다.

 경영학을 전공한 나은이는 총무팀장으로서 인터넷 판매, 상품 품질 관리 등 함씨네 토종콩 식품의 살림살이를 모두 책임지고 있다.

 이들 세 모녀는 현재 국내 시장 확보는 물론 중국과 일본, 미국 등지에까지 판매망 확대를 꿈꾸고 있다.

 내달 일본 바이어와 미국 출장 등 가슴설레는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도 사업가로 변신한 세 모녀들만의 기쁨이 되고 있다.

 ▲10억대 빚더미 회사에서 연매출 10억의 건실한 회사로 변신

 현재 함씨네 토종콩 식품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토종콩 두부에서부터 콩물, 청국장, 간식콩, 청국장 강정, 청국장 마늘환, 청국장 가루에 이르기 까지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지난 2001년 함씨네 토종콩 식품으로 공장 이름을 바꾸면서 누적된 적자는 2년 반만에 10억에 달했다.

 당시 남편까지도 외면했던 토종콩을 지키면서 세 모녀는 인고의 세월을 견뎌왔다.

 그 누구도 세 모녀가 다시 일어설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억척순이 함정희 사장과 두 딸은 이같은 세간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어 버렸다.

 2003년 전북 최고명품 인증 획득과 바이전주 우수상품 선정, 2005년 품질 ISO 9001, 14000을 획득했다.

 특히 지난 2005년 가을 개발한 마늘 청국장환은 제7회 전북관광기념품 공모전에서 금상을 탔고 마늘 청국장환의 명성은 중국과 일본에 까지도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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