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당혹속 파장 촉각
與 당혹속 파장 촉각
  • 승인 2007.01.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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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은 16일 고 건(高建) 전 총리가 대선 불출마를 전격 선언하고 나서자 당혹감 속에 술렁이고 있다.

범여권 후보로서는 그나마 `유의미'한 지지율을 보여온 고 전총리가 돌연 중도하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당직자들과 의원들은 당황스런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이제 판을 어떻게 그려야 하느냐"며 삼삼오오 얘기를 나누면서 향후 사태전개에 관심을 보였다.

특히 고 전총리를 아우르는 범여권 대통합 쪽으로 새판짜기의 가닥을 잡아가던 여당으로서는 중요한 통합대상의 한 축이 무너진 데 대해 `허가 찔린 듯'한 표정이 역력하다.

우리당은 공식적으로는 `안타깝다'는 반응이다. 우상호(禹相虎)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여당으로서는 잠재적 연대 대상으로 생각했고 인품이나 능력면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고 있는 분이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대 준비위원회 대변인격인 오영식(吳泳食) 의원도 "안타깝고 유감스럽다"며 "여권의 대선주자 카드 하나가 날아간 것이어서 중장기적인 전략적 손실"이라고 평했다.

당내에서는 고 전총리의 중도하차를 계기로 선도 탈당론의 동력이 약화되고 신당논의에도 일정한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체적이다.

한 재선의원은 "고 전총리가 그동안 원심력 작동의 중요한 축이었다"며 "고 전총리를 겨냥한 탈당 흐름이나 통합신당 움직임이 아무래도 위축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하고 "무조건 허허벌판에 나갈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대 준비위에 참여중인 한 초선의원은 "고 전총리를 겨냥한 새판짜기 움직임은 아무래도 둔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고, 또 다른 재선의원은 "기존의 구상이 완전히 백지화되면서 그림이 복잡하게 그려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지만 통합신당파 내에서는 오히려 통합작업에 가속력이 붙을 수 있다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 길' 소속 전병헌(田炳憲) 의원은 "어차피 고 전총리는 우리의 목표가 아니었고 그냥 `원 오브 뎀'(One of them)이었다"며 "고 전총리에 대한 여당내의 저항감을 감안하면 오히려 신당의 추진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희망21' 소속 양형일(梁亨一) 의원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대통합 신당이 특정후보를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어서 이번 일을 계기로 통합신당의 명분과 의지가 퇴색될 수 없다"며 "앞으로도 차질없이 신당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초선의원은 "복잡한 갈래로 형성돼온 통합론의 가지를 쳐내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통합논의에 속도가 더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친노진영을 주축으로 한 당 사수파는 고 전총리의 중도하차에 따라 통합신당 쪽으로 흐르던 당내 여론을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참여정치실천연대 소속의 한 초선의원은 "고 전총리가 중도하차함에 따라 통합 대상이 민주당으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 경우 통합론은 결국 100% 지역당으로의 회귀라는 비판을 받을 수 밖에 없어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참정연 소속 김태년(金太年) 의원은 "여권의 유력한 후보가 중도에 그만둬 아쉽다"며 "고건을 염두에 뒀던 분들은 상실감이 클 것이고 선도 탈당을 하려는 분들은 주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 초선의원은 "고 전총리가 실패한 중요한 원인은 바로 여권의 정체성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며 "정체성과 비전을 갖고 통합을 추진하는 쪽으로 신당논의의 방향이 잡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대선후보군은 고 전총리의 중도하차에 따른 득실을 따져보면서 향후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표정이다.

일단 여당의 후보중에서는 정동영(鄭東泳) 전의장이 상대적으로 유리해진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고 전총리와 호남이라는 지역기반을 공유하고 있는 정 전의장으로서는 호남의 새로운 구심점으로서 반전의 계기를 모색할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정 전의장은 이날 보고를 받고 아무 말도 없었다고 측근들이 전했다.

김근태(金槿泰) 의장은 주된 지지기반이 개혁적 성향이어서 보수안정적 성향의 고 전총리와 중첩되는 면이 없어 별다른 유불리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높다. 김 의장은 이날 "대통합의 중요한 한 축이었는데,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는 후문이다.

호남에 일정한 지지기반을 갖춘 천정배(千正培) 의원도 고 전총리의 불출마 선언에 따라 어느 정도 플러스 요인이 있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당 일각에서는 고 전총리의 `대안카드'로서 당 밖의 제3후보가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과 박원순(朴元淳) 변호사, 문국현(文國現) 유한킴벌리 사장을 영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공간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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