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의 이동’을 따라서 - 고령친화산업
‘힘의 이동’을 따라서 - 고령친화산업
  • 김진
  • 승인 2007.02.05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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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600여 년 전 15세기 당시의 중국과 인도는 세계 GDP의 75%정도를 차지하였다. 한글창제가 1446년이니 이 시기면 우리나라도 세종시대를 맞아 동아시아 과학의 중심에 서있었을 때이다. 1983년에 일본에서 발간된 ‘과학사기술사사전’을 보면 1400~1450년 사이에 세계과학기술사의 주요업적으로 한국29건, 중국5건, 일본0건, 그리고 다른 지역 국가들의 것이 28건으로 기록되어 있다고 하니 세종시대가 15세기 과학사의 중심에 있었다는 것이 괜한 자찬만은 아닐 것이다. 이때 당시 유럽 국가들은 낙후되어 있었고, 미국은 대서양을 횡단하여 인도를 찾아 나섰던 콜럼부스에 의해 15세기 말에서야 발견되었으니 존재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18세기의 산업혁명 이후 서양의 신기술이 놀랍게 발달하면서 동양을 앞서나가다가,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축적된 자본과 힘을 앞세워 남의 나라를 침범하고 지배하는 ‘제국주의 시대’를 열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서양의 식민 지배를 받으며 모든 것을 착취당하던 동양은 마침내 1차 대전이 발발하던 당시에는 세계 GDP의 8% 만을 차지하는 낙후된 지역으로 전락하고야 만다. 동양의 힘이 서양으로 넘어가는 ‘힘의 이동’이 일어난 과정이다.

그렇게 몇 백 년에 걸쳐 서양으로 옮겨간 힘이 다시 중국과 인도를 주축으로 한 아시아로 돌아오고 있다. 지구촌을 움직이는 힘의 축이 다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스위스에서 열렸던 ‘다보스포럼’에서도 2007년의 주제를 <힘의 이동>으로 선정함으로써, 가까이에서 힘이 이동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다보스포럼은 △지정학 △경제 △비즈니스 △기술과 사회로 분류한 4대 힘의 축이 이동하는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과 인도로, 시장은 생산자에서 소비자로, 생산 현장에선 제조업자에서 원재료 공급업자로, 커뮤니티에서는 기관에서 개인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는 청장년층에서 고령층으로 전에 없이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인 전이 추세에서 전라북도가 관심을 갖고 먼저 살펴보아야 할 부분은 사회적부분이 아닌가 싶다. 다보스포럼을 주관하는 WEF는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영향과 평균수명 증가로 인한 지구촌 인구 구조가 변혁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적 충격이 거세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령 인구로 힘이 이동하는 것을 겨냥한 새로운 경영 전략을 찾아야 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고령화를 축으로 한 '힘의 이동' 시대를 맞아 새로운 부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서는 변화하는 힘의 원리를 이해하고 이에 대한 관리 전략을 짜야 한다.

그에 대한 일례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는 2002년 말에 6조4000억 원대로 추산하던 고령친화산업이 2010년에는 약29조원, 2020년에는 약108조원대로 비약적인 성장세를 거듭할 것으로 예측 했다. 또한 그에 맞춘 유망사업으로 금융 ? 주택 ? 교육 ? 정보 ? 한방 ? 요양 ? 기간산업 등 분야별로 19개 전략산업을 제시 했다. 이와 같은 고령친화산업은 고용유발효과도 크다. KDI에 따르면 지난 2002년 17만 명 수준에서 2010년에는 38만 명, 2020년에는 62만 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으니, 고용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고용창출의 실례를 들자면 진안군보건소 같은 경우 2006년에 지역에서 활동하던 건강도우미 25명을 군비로 지원하여 ‘요양보호사’라는 전문인력으로 양성했고, 이들은 지역의 보건자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는 작은 예에 불과하지만 도정의 의지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큰 그림을 구상할 수 있는 분야가 <고령친화산업>이다. 특히나 고령층 비중이 높고 산업화가 뒤진 전북이 고령친화산업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역복지에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경희대 무역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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