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다양한 답안이 존중되어지는 논술교육
14. 다양한 답안이 존중되어지는 논술교육
  • 문창룡
  • 승인 2007.03.15 16: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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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이 논술이다. 사회구성원들이 처한 곳곳에서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의 선(善)을 이루어 나가는 과정을 들여다보면 논술의 과정과 다를 바 없다. 백인백색(百人百色)이란 말이 있다.

 사람마다 모두 추구하는 가치가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도 다르다. 그러기에 문제해결과정에 있어 모두에게 유익한 방안을 찾아내는 것이 최적의 해결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논술의 답도 그렇다. 다양한 답이 모두 존중되도록 해야 한다.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느 초등학교에서 ‘얼음이 녹으면 무엇이 될까요?’ 하는 문제를 냈다. 대부분의 아이들이 ‘물이 된다.’고 했다. 맞다. 얼음이 녹으면 당연히 물이 된다. 그런데 유독 한 아이는 ‘봄이 온다.’라고 썼다.

 여러분은 이 아이의 답안을 어떻게 처리하겠는가? 틀리다고 할 것인가? 맞았다고 할 것인가? 나라면 이 아이의 답안을 정답처리 할 것이다. ‘아주 훌륭한 생각을 해 냈구나!’라는 칭찬과 함께 말이다.

 어떤 골동품 가게에서는 일부러 상품을 엉망으로 흩어 놓아 고객들이 그 속에서 감추어진 보물을 찾아냈다는 믿음을 갖도록 한다고 한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어떠한 물음에 대하여 아이들이 이렇게 저렇게 고민한 답들이 다양하게 인정되어지는 풍토는 논술교육의 성공을 예감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명심해야 한다. 이러한 논술 교육은 결국 무슨 주제건 겉으로 드러난 현상의 이면에 숨은 원인이 무엇인가를 더욱 탐구적으로 찾아내는 동기를 제공해 준다.

 이러한 점에서 보면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나 ‘광해군의 외교적 수완’을 바라보는 관점이 글 쓰는 이의 입장에서 확연히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주몽과 대조영의 신드롬을 일으키는 작금의 사회 현상과는 상반되는 논리를 전개하는 연세대 교수 함재봉의 역사를 보는 관점은 이채롭다.

 그는 ‘중국과 끝까지 일대일로 맞서다가 망한 고구려나 발해보다는 신성 강대국인 명을 공격하는 것이 무모하다고 생각한 이성계의 판단이 우리 민족의 생존을 가능케 한 지혜였다.’고 위화도 회군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함교수의 논리에 강한 반박을 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것이다.

 논술 교육에서는 이 점을 노려야하는 것이다. 그러면 함교수의 글을 더 읽어 보자. ‘광해군은 새롭게 부상하는 청나라를 잘 구슬리는 외교적 수완을 발휘한 반면 당시의 사림은 명분을 내세워 몰락하는 명나라의 편을 들다가 삼전도의 굴욕을 당했다.’고 쓴다. 그렇다. 어떤 이는 이 글이 끝나기도 전에 갑론을박의 논쟁구조로 자신이 변하는 것을 직감했을 것이다.

 물론 함교수의 의견에 동조할 수는 없으나 ‘실용주의’와 대립되는 ‘사대주의’의 관점을 공격하는데 무리가 있음도 우리는 안다. 사회는 이처럼 다양한 사고를 하는 사람들로 가득 하다. 그러기에 논술교육은 ‘잘 쓴 글 자랑’이 아닌 ‘스스로 지혜를 깨우치는 공부’가 되어야 한다.

 지금 당장 우유와 모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물어보자. 정말 제각각의 다양한 답들이 나오는 것에 대해 놀라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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