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보다는 바른선거 의식이 선행되어야
법보다는 바른선거 의식이 선행되어야
  • 박희선
  • 승인 2007.04.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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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제군주시대에는 모든 국가권력이 절대군주의 자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행사됨으로써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유린되고 침해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시민혁명에 의해 전제왕권이 무너지고 입헌국가가 성립되면서 법치주의가 도입되어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민주국가에서 헌법의 기본이념인 법치국가의 원리는 사람이나 폭력이 지배(통치)하는 국가가 아니라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제정된 법이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법의 지배’라고 하는데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법률의 우위’,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법의 우위’라고 하여 한 글자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대륙법계 국가 특히 독일에서의 ‘법률우위(法律優位)의 원칙’은 국회에서 제정된 법률이기만 하면, 그 내용의 정당성여부는 무시되었기 때문에 결국 국민의 기본권 보장도 형식에 그쳤다. 그 결과 히틀러의 나치정권이 이를 악용하여 자의로 제정한 법률로써 독재를 정당화할 수 있었다. 이처럼 형식에 있어서만 법의 지배일 뿐 실질적으로는 사람의 지배에 지나지 않는 형식적 법치주의에 대한 반성을 통해, 오늘날 헌법이념에 적합하지 않은 위헌법률에 대한 심사제를 도입함으로써 실질적 법치주의가 실현되게 된 것이다.

 한편 영국에서 ‘법우위(法優位)의 원칙’은 코크경(卿)이 “국왕이라도 신과 법 아래에 존재한다.”고 하여 군주적 대권의 절대성에 반대하며 보통법(common law)의 우위성을 주장해 영국 헌정의 원칙으로 정립되었다. 영국에서 법우위의 원칙은 오로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절차법적인 측면에 중점을 두었고, 이는 미국에서의 법원에 의한 위헌법률심사제 내지 사법권의 우위로 이어졌다. 그런데 영미법계 국가에서의 법은 주로 판례법을 의미하며 판례법은 판단의 잣대를 ‘법대로’에 얽매이지 않고 자연적 정의에 합당한가 하는 점도 충분히 고려한다. 그리하여 내용적으로도 타당한 법에 의한 지배 즉 실질적 법치주의를 실현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되는 것이다. 그런즉 국회에서 제정된 문자화된 법문에 앞서 입법취지 내지는 진정한 자연적 정의가 사법적 판단의 중요한 전제가 되는 것이다.

 또한 예리네크(G. Jellinek)가 ‘법은 도덕의 최소한’ 이라고 주장한 것도 지극히 상식적인 도덕관념이 법보다 우위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도 영미법계 국가에서와 같이 법 이전에 자연적 정의에 합당한가 하는 문제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야 할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공직선거법’이라는 성문법만으로는 바른선거를 실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충분히 입증되었다.

 하지만 ‘공직선거법’을 가볍게 여기고 별다른 죄의식 없이 위법행위를 저지른 결과 뜻하지 않은 처벌을 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또한 후보자(예정자 포함)와 그의 배우자는 기부행위를 하면 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언제든지 처벌하도록 규정되어 있어서 행동에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처럼 부지불식간에 위법행위가 됨으로써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범법자가 되는 경우도 있다. 이 모두가 ‘공직선거법’을 무시 내지는 가볍게 여기는 결과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다가오는 4월 25일에 치러지는 재·보궐선거에서 후보자와 유권자들의 현명한 판단과 참여 그리고 합리적인 선택을 간절히 바란다.

<정읍시선거관리위원회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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