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갑천장(爪甲穿掌)
조갑천장(爪甲穿掌)
  • 소병년
  • 승인 2007.04.13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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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갑천장(爪甲穿掌), 손톱이 손바닥을 뚫었다는 뜻으로 굳은 결심으로 분발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말한다. 조선 중종 때 양연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남원사람으로 훈구세력이던 김안로 일파를 제거하는데 공을 세운 양성지의 손자이며 문과에 급제하고 대사헌까지 올랐다.


 양연은 어려서는 성품이 월등하게 뛰어나서 세상의 물정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의지대로 행동하고 학문에 힘쓰지 않았다. 나이 40살이 되어서야 비로소 학문에 뜻을 두어 공부를 시작했다. 소년시절 공부하지 않은 것을 크게 후회한 나머지 왼쪽 주먹을 꼭 쥐고 결심하기를 학문을 이루지 못하면 주먹을 펴지 않으리라 하고 맹세하고 북한산에 있는 중흥사에서 공부했다. 일년 남짓 학문의 이치를 깨닫고 시를 짓는데 천하의 명문이었다.


 양연이 장인어른에게 문방사우를 보내 달라는 편지를 썼는데 장인이 그 편지를 읽어보고 어찌나 글을 잘 썼는지 감탄하며 마흔에 늦게 배우기 시작해 빨리 학문을 터득한 것을 어여삐여겨 답장을 썼다. “연아 네가 나이 마흔살에 산사에 들어가서 공부한다기에 나는 마음속으로 ‘아 늦었구나’ 하고 한탄하였더니 세상 사람들이 이 말을 가지고 젊어서 공부 않는 사람들에게 주는 잠언으로 삼았더구나” 하고 기뻐하며 칭찬하였다. 양연이 과거시험에 급제한 날에 비로소 꼭 쥐었던 그 주먹을 펴려고 하니 손톱이 손바닥을 뚫고 손등에 박혀 있었다. 이른바 조갑천장(爪甲穿掌)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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