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합니다. 아버지!
사랑합니다. 아버지!
  • sergi 기자
  • 승인 2007.04.18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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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의 달이 다가와서인지 5월 극장에 걸릴 영화들 중 유독 가족소재 영화가 많다. 그리고 이번 영화들의 특징은 가족 중에서도 특히, 아버지가 앞세워 진다는 점이다.

 수년 전, 소설 ‘아버지’가 등장했을 당시 갑작스레 많은 독자들이 그 동안 고생과 희생의 표식으로 어머니만을 기억하고 있었음에 미안해하고 아버지의 등을 깨달으며 눈물 꽤나 흘렸던 이후로 정말 오랜만이다. 한동안 술렁이던 아버지이야기들이 더 이상 재미를 보지 못하고 쏙 들어가 버리고 만 후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우아한 세계’를 선두로 이번 주 개봉하는 ‘파란 자전거’와 5월에 개봉하는 ’이대근 이댁은‘, ’날아라 허동구‘, ‘아들’, ‘눈부신 날에’ 등 모두가 아버지와 자식의 이야기이다. 내용이 다르긴 하지만 결국 가족을 위한 희생적인 아버지의 모습과 무뚝뚝하지만 가족에 대한 정이 가슴 저 끝부터 차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나이를 넘나들고 장소를 넘나들며 때론 부녀 때론 부자로 만나 이야기의 끈을 줄줄 풀어 놓는 것이다.

 ‘파란자전거’, ‘날아라 허동구’, ‘이대근 이댁은’ 등은 전북지역에서 영화의 90%이상을 촬영한 영화들이다.

 지난해 이 영화들을 만났을 때 그때까지만 해도 그다지 아버지의 마음이 와닿기 보다는 눈 앞에 섭외 상황이 더 힘들기만 했던 영화들이다.

 개봉을 앞두고 매체에 떠도는 기사들을 보다가 다시 시나리오 책을 들썩거려보왔다. 왜 그때는 이 진지한 만남을 느끼지 못했었는지.

 의수을 끼고 살아가는 동물원의 사육사 동규가 편한 자신의 모습 때문에 사랑을 포기해야 겠다라고 생각한 날 그의 아버지는 나지막한 언덕에 동규와 같이 앉아 마음으로 아들을 위로 한다. 그러나 아들이 아버지의 그 마음을 깨달았을 때 아버지는 교통사고로 아파하고 있는 중이다.

 지능장애 아들 동구과 함께 치킨집을 운영하며 사는 허진규는 오랜기간 학교가는 길을 반복적으로 학습한 덕에 집에서 학교까지의 길을 어렵게 외워다니는 아들을 위해 죽을지도 모르는 자신의 몸을 뒤로 한 채 끝까지 집을 사수하기 위해 눈물을 삼킨다.

 고집쟁이로 자신만을 위해 산 것 같은 아버지의 노년 모습도 결국 다르지만은 않은 이대근씨 이야기 역시 아버지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얼마 전 필자에게는 하늘이 두 동강이 날 것 같은 일이 있었다. 토요일 아침부터 전화를 걸어 집에 언제 오냐며 일찍와서 같이 외출하자시던 아버지 전화에 잠에 잔뜩 취해 ‘이따 밤에 가요. 혼자 다녀오세요’하고 말았는데 저녁에 집에 가보니 얼굴이 퉁퉁부은 아버지가 누워계신 것이다. 잠시 밖에 다녀오시다가 집 앞에서 쓰러지셨던 것이다. 괜찮다시며 “몸살이었나보다.”라고 하시는데 그 말을 찰썩같이 믿고 말았으니. 결국 다음 날 고열로 힘겨워하는 아버지를 모시고 집안 식구들이 응급실 행을 해야 했다.

 그날 병실에 있는 아버지를 뒤로 하고 나오며 발자국 떼는 만큼이나 얼마나 울었는지…….

 새삼 매일 아침 출근길에 전화 걸어 ‘사랑한다’말하던 내 마음이 진심보다는 익숙함에 버릇이 아니었는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평생을 옆에서 둑이 되어 주실 줄 알았던 내 아버지가 조그맣게 쳐진 어깨로 힘겹게 숨을 쉬며 지친 웃음을 지으시는 것이다.

 저번 주 옆에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머리를 한번 쓰다듬어 주라고 말했던 필자다. 지금 이 이야기를 읽고 있는 당신에게는 빨리 전화기를 들어 부모님께 전화 한통으로 전하는 안부와 좀 낯설고 쑥스러울지 모르지만 사랑한다 말하며, 어릴 적 그 분 앞에서 보였던 천진난만한 미소와 당신이 있어주어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 내가 당신의 자녀임이 얼마나 자랑인지를 말해드리면 어떨까?

 “얘가 갑자기 왜 이러누”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오늘 내가 내 보인 용기 있는 한마디에 몇 날을 곱씹어 행복해 하실 것이다. 또 어느 순간 이 말을 하고 싶어도 하지 못 할 때가 올지는 아무도 알 수 없기에 더 소중한 용기가 될 것이다.

 마음 속 깊은 진심으로 되뇌여본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딸이어서 오늘 하루도 얼마나 자랑스러운 날인지 모르겠습니다. 내가 아버지의 딸이어서 감사합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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