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주부모임 전북연합회
농가주부모임 전북연합회
  • 이보원 기자
  • 승인 2007.04.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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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을 앞둔 지난해 9월29일 전북농협 상생관에서 열린‘외국인 여성 친정어머니 인연 맺기 및 한국문화체험행사장’. 도내 13개 시군에 살고 있는 40명의 외국인 이주여성들의 얼굴에 모처럼 함박 웃음꽃이 폈다.

이국생활의 외로움을 달래주며 포근한 마음의 안식처가 되어 줄 한국인 친정어머니와 자매결연을 맺어 마음 든든한 후원자가 생겼기 때문이다. 

 우리의 전통음식인 송편과 전, 떡 등 추석음식만들기와 김치담그기, 김밥만들기 등 한국음식조리와 한복 바르게 입기, 큰절하기, 다과상 차리기 등 전통예절 익히기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새로 생긴 친정어머니들의 자상한 가르침을 받으며 낯선 한국문화 체험에 푹 빠졌다.

 외국인 며느리들은 고국의 전통의상을 곱게 차려입고 전통의상 퍼레이드를 벌이며 잊고 살았던 고향의 향수도 달랬다. 틈틈이 갈고 닦은 노래솜씨를 뽐내며 이국생활의 고단함도 잠시 잊었다.

 우리말과 글이 서툴고 피부와 외모가 다소 다르지만 이제는 어엿한 우리 농촌사회 구성원이 된 외국인 이주여성들의 친정어머니로 나선 사람들은 바로 농가 주부·고향주부 모임 회원들.

 우리 농촌, 우리 농가 주부모임이 지킨다.

 인구 감소에 따른 공동화와 여성화·고령화가 심각한 농촌지역에 여성 농업인들로 결성된 농가 주부모임이 섬김과 열정으로 고향지킴이를 자임하고 나섰다.

 농촌에 뿌리를 두고 농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조직인 농가주부모임 전북연합회(회장 황혜숙)가 쇠락해가는 농촌마을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93년 영농에 종사하는 젊은 부녀회원들이 중심이 돼 면단위로별로 10여 명 안팎의 조직으로 출범한 농가주부모임은 이듬해 젊은 농가주부모임 읍면 조직을 결성하고 2년 뒤 시군연합회 및 시도 연합회가 구성됐다.

 1999년9월 전국연합회 및 전북연합회 창립, 2001년 6월25일 농림부 장관의 사단법인 설립허가, 2002년 4월 전북도 비영리민간단체 등록을 거쳐 이제는 소외된 우리의 농촌사회를 밝히는 등불로 자리매김했다.

 13개 시군회와 면단위별로 117개 분회 조직을 갖춘 (사)농가주부모임 전북도연합회는 출범초기 1천여 명이었던 회원 수가 올들어서는 4천518명에 달하는 막강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회원수입(35%)의 출연과 기부금 및 모금활동(50%), 정부보조사업(10%)등으로 조성되는 연간 예산규모도 올해는 3천5백만원을 넘었다.

 초창기 식생활 개선, 배고픈 시절의 근검절약 정신을 실천하려는 좀도리운동, 독거노인돕기 등 지역봉사활동, 장학금지급, 교양강좌, 여성복지 및 지위향상 등 주로 소규모 자원봉사활동과 여성권익향상을 위해 활동하던 농가주부모임은 농촌사회을 이끌어가고 변화시키는 단체로 거듭난 것이다.

 외국인 여성 한글지도와 한국문화체험, 친정어머니 인연 맺기와 가족 교류 등 외국인 여성 친정 어머니 인연 맺기 행사를 비롯 여성의 권익증진과 삶의 질 향상, 여성농업인의 역할과 농업 사업 참여 및 이용확대, 변화하는 시대를 맞는 여성의 역할과 행복찾기, 선진농가 방문 등 여성농업인을 농촌의 지도자로 양성하기 위한 다양한 리더십 교육을 통해 여권을 스스로 찾고 또 향상시켜 나간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자원봉사자를 양성하고 농촌여성의 노인병원 등 취업기회를 제공하며 농가소득증대에 기여하는 사랑나눔 자원봉사자 양성교육도 농가주부모임의 역할이다.

 김장철에 개최하는 ‘이웃사랑 손잡기 김장축제’는 농가주부모임 회원들의 대표적인 이웃 사랑실천운동.

 매년 김장철마다 도내 자치단체장 부인과 여성단체장등이 전주 등 시군에서 릴레이식 김장축제를 펼쳐 사회복지시설과 경로당,독거노인과 청소년 가장 등 불우이웃 5천여 세대에게 김장김치와 쌀들을 전달하며 훈훈한 온정을 전파한다. 일손이 부족하거나 재해를 입어 도움일 절실한 농가들에게 농가주부모임 회원들은 지원의 손길을 아끼지 않는다. 폭설피해와 수해를 입은 농가들에게 인력지원은 물론 성금과 성품을 전달하며 재기에 몸부림치는 이재민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준다.

 지난해 초 폭설 피해를 입은 고창지역에서 자원봉사와 성금전달 등 지원활동을 펼쳤으며 도내 뿐만 아니라 수해를 입은 강원도(주방용품), 충북(이부자리), 경남(인력지원, 성금, 생필품)등 자원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지 달려간다.

 지난해부터 농림부와 지자체가 도입한 취약농가 인력 지원 사업에도 농가주부모임은 그 중심에 서 있다.

 영농도우미 활동을 통해 농가의 인력난을 해소하고 농외소득을 증대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으며 빨래와 청소, 밑반찬 준비 등 고령농가에 대한 가사 도우미 활동을 펼치며 손발이 된다. 

 지난해 7개 시군에서 시범 실시하던 취약농가 인력지원 사업이 올해부터는 도내 전역으로 확대됨에 따라 농가주무모임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다.

 농가주부모임은 올해도 여성농업인 리더십 향상교육과 농산물 생산조직 참여, 여성농업인 명함갖기, 농산물포장지 부부공동명의 기재 및 출하대금 통장 갖기, 농업인 부부 경영협약 등 여성농업인 지원 향상과 농촌지역의 양성평등 정착 사업등 더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또한 농촌일손돕기와 환경캠페인, 취약농가 가사지원등을 통해 농협사랑과 전북사랑을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농가주부모임 회원으로 사회봉사활동을 펼치며 여성농업인들의 지위향상과 사회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은 농협조직내에서도 이사와 대의원을 맡다 농협경영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도내 지역농협의 의결기구인 여성 대의원 800명중 25%인 200여명이 농가주부모임 회원들이다.

 또한 전주농협의 이정자이사,장계농협 최희숙이사, 지리산농협 김옥순이사, 고창 대산 농협 강부덕 이사, 부안 변산농협의 정숙희 이사, 부안주산농협의 최정숙이사, 부안중앙농협의 김홍우 이사등 농가주부모임 회원 7명이 지역농협의 이사를 맡아 지역농협 경영을 선두에서 이끌고 있다.

 

<황혜숙 회장 인터뷰>

“양성평등시대라고 하지만 농촌남성들은 아직도 일부 가부장적 우월감을 갖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고정관념이 바뀌도록 앞으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 나가야죠.”

지난 2월 농가주부모인 전북연합회 2007년 정기총회에서 제5대 회장에 선출돼 임기 3년 동안 전북도내 농가주부모임을 이끌어 가고 있는 황혜숙(46·정읍시 고부면)회장은 “여성농업인들이 노력한 만큼 보람과 긍지를 갖고 사회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94년 정읍 고부에서 젊은 농가 주부모임과 인연을 맺은 후 제3·4기 정읍시 회장과 정읍시 여성단체협의회 임원 등을 역임한 뒤 이번에 도연합회장에 선출됐다.

 황회장은 “매년 김장봉사활동을 통해 노인들에게 김장김치를 전달해주면 너무나 좋아하는 것 같아 봉사활동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다”며 “밑반찬과 김장김치 전달 등 불우이웃을 돕는데 회원들의 힘을 모아 나가겠다”고 말했다.그는 “여성농업인들이 농업에 종사하면서 농가주부모임 활동에 참여하다보니 여러 여건이 열악하지만 다른 단체 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황회장은 그러나 “농가주부모임 활동에 참여하려면 미리 집안일도 해야 하기 때문에 농가주부모임 활동을 시작한 이후로는 나태해 지지 않도록 스스로를 채찍질하는등 가정살림도 더욱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아직도 일부 도시민들은 시골 사람들은 농촌사회가 어렵다보니 죽도록 고생만 하고 하고픈 것도 제대로 못하고 있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고 있으나 시골사람들도 도시사람 부럽지 않다”며 농촌사회에 대한 편견과 그릇된 인식을 바꾸는데도 농가주부모임이 적극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남편과 함께 100여마리의 한우 사육과 1만8천여평의 수도작 농사를 짓는 황회장은 농가주부모임이 여성단체 협의회에 가입한지 3년밖에 안돼 아직은 생소하지만 앞으로는 조직을 많이 알리는데도 힘을 쏟겠다고 말했다.

 “여성농업인 스스로 농가 소득을 높일 수 있는 영농교육이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교양교육에도 적극 참여해 전문성을 쌓는 등 여성농업인들이 농촌 발전의 중심이 되도록 회원들의 지혜와 힘을 모아 나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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