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열차 시험운행 남북경협 활성화 계기로
남북열차 시험운행 남북경협 활성화 계기로
  • 전종찬
  • 승인 2007.05.21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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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7일 반세기 만에 남북열차가 군사분계선을 통과, 남북의 혈맥을 다시 잇는 역사적 순간이 연출됐다. 경의선 열차는 남측 문산역에서 북측 개성역을 향해, 동해선 열차는 북측 금강산역에서 남측 제진역을 향해 우렁찬 기적소리를 뽑아내며 반세기의 분단을 넘어 각각 남으로 북으로 내달렸다. 16개월 동안 남북경제협력의 최일선인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근무한 바 있는 필자로서는 남다른 감회에 젖을 수 밖에 없었다.

  물론 이번 시험운행은 말 그대로 시험운행일 뿐 본격적인 남북철도 연결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시험운행을 계기로 단계적인 재개통 및 정상운행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지대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남북간 물류비의 대폭 절감과 개성공단사업 활성화로 남북경협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장기적으로는 남북철도와 대륙횡단철도의 연결로 한반도가 세계 물류의 중심지로 부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남북간 물류는 해운에 지나치게 쏠려 있다. 작년말 현재 운송수단별 수송 분담율을 보면 해운이 96.1%, 도로 3.9%로 전적으로 해운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해상운송 쏠림 현상은 지나친 물류비 부담과 부정기적인 운항으로 남북경협 황성화를 가로막은 요인으로 작용해왔다. 20피트짜리 컨테이너 기준으로 인천-남포간 운임이 720달러에 달하고 왕복 수송일수는 7일에서 10일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철로를 활용할 경우 운임을 132달러로 낮출 수 있고 수송일수도 1-2일로 단축할 수 있다.

  또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이 이용하게 될 경우 물류비 절감으로 개성공단은 강력한 발전동력을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아울러 개성공단 현안 중에 하나인 인력확보에도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약 300여개로 예상되는 1단계 입주기업들이 본격 가동하게 되면 북측 근로자 10만여명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반면 개성 인근지역의 인력 공급능력은 4만여명으로 한정되어 인력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경의선 열차가 정상개통되면 원거리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어 인력난을 해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기적으로는 남북철도를 이용한 대륙철도 연결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중국횡단철도(TCR) 연결로 가는 발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ESCAP) 조사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유럽간 물류수송비는 철도가 해운보다 운송거리 면에서 1만여㎞, 운송시간은 14~15일 단축되고 운송요금도 1TEU(20피트 컨테이너)당 260달러 정도 싼 것으로 나타났다.

  남북철도와 TSR이 연결된다면 한반도의 동북아 물류중심화 전략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동안 해운이 거의 독점하던 대유럽 수출입화물의 수송을 철도가 분담할 수 있게 되면서 두 운송수단 간 경쟁촉진으로 수송요금의 절감과 양질의 수송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선 운송거리 및 시간단축으로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러시아 및 유럽 교역량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나아가 남북철도는 환동해경제권과 환황해경제권의 교집합지역인 한반도를 종단함으로써 동북아지역의 육상물류 및 국제복합운송의 거점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남북철도 정상화는 이와 함께 금강산 및 개성관광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이렇듯 남북철도 연결은 남북경제협력을 본 궤도에 올려 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한반도가 세계경제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남북철도의 정상화까지는 북핵문제 해결 등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이번 남북열차 시험운행이 남북철도 정상화를 앞당기고 한민족이 세계로 비상하는 계기가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무역협회 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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