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활동 위축시키는 임시전도
교육활동 위축시키는 임시전도
  • 장세진
  • 승인 2007.06.07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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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교직경력 23년째인 고등학교 교사이다. 지금 2년째 어문학부장을 맡고 있지만, 내가 수업외 하는 일은 문예?교지?학교신문 제작지도 등이다. 한편으론 문인의 한 사람이기도 해 그런 일들을 아직까지는 의욕이 넘쳐나게 하고 있다.


그런데 그런 일들을 아예 그만 둬버릴까 하는 유혹이 불쑥 치밀곤 한다. 소위 ‘임시전도’ 때문이다. 임시전도란 학생들의 백일장 참가여비를 교사에게 임시로 지급해주고, 다녀온 후 영수증을 첨부하여 정산하는 행정 절차를 말한다.


물론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학교예산을 쓰는데 한치의 빈틈이나 소홀함이 있어선 안될 것이다. 쓴 돈에 대한 영수증 첨부 등도 당연한 일이긴 하지만, 거기엔 시대에 맞지 않는 구태의연하고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깔려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보자. 학생들이 백일장대회에 나가는 경우 교사의 승용차로 인솔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그런데도 학생여비는 대중교통을 전제로 하기 때문 현지의 시내버스 차비까지 정산서에 기재해야 한다. 심지어 자판기를 이용한 간식비 영수증까지 첨부하라고 한다.


그에 비하면 밥값 영수증 첨부는 양반일 것 같지만, 그게 아니다.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서는 계산과 동시에 영수증이 자동 발급되지만, 자장면을 먹는 경우는 다르다. 가령 2명분 6천원짜리 영수증을 떼달라고 했을 때의 그 묘한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을 정도이다.


문제는 그런 임시전도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여비정산 방법이 있는데도 그리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생들에게 여비를 직접 주고 도장을 받아 처리하는 방식이 그것이다. 그것은 내가 20년 넘게 백일장에 참가하면서 학생여비를 받은 방식이기도 하다.


나는 일개 교사라 회계법에 대해선 잘 모른다. 학생여비 지출방식에 그 두 가지가 있는지, 아니면 임시전도가 적법한 것인지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사실이 있다. 그런 행정편의주의가 교사의 의욕을 꺾고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면서 결국 학생들 ‘피해’ 로 고스란히 이어진다는 점이다.


또한 교사가 학생여비를 빼기 위해 한번 기안?결재해서 행정실에 넘겨주면 되지 사후정산용으로 한번 더 결재를 하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그렇게 대한민국의 교사들이 한가하거나 할 일 없는 줄 안다면 그것처럼 큰 착각도 없을 것이다.


임시전도가 적법하다해도 문제는 남는다. 학생활동에 드는 여비인데도 정작 수업료 납부와 함께 일정한 권리가 생기는 학생들 입장에선 전혀 모르는 예산(교수학습활동비)이 지출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임시전도는 교육의 한 주체인 학생들에게 여비를 직접 못줄 이유가 없는데도, 어른들끼리 ‘은밀하게’ 처리해버리는 정산방식인 것이다.


차제에 교육부총리는 실태파악후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주기 바란다. 늑장 조처 등 어영구영하는 사이 전국의 많은 교사들이 백일장 등 이런저런 대회참가 학생들에 대한 지도의욕을 잃고 아예 손을 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선 나부터 교사를 무슨 수금사원처럼 대하고 한없이 초라하거나 번거롭게 만드는 임시전도 방식으로는 어떤 백일장대회에도 나가지 않을 참이다. 아울러 혹 천직이니 성직이니 하며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지말 것도 당부한다.


<전주공고교사·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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