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농촌의 작은 희망만들기
우리농촌의 작은 희망만들기
  • 김창우
  • 승인 2007.06.19 17: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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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6일 완주군 고산면의 작은 농촌학교에 또래의 올망졸망한 아이들과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유치원생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조용하던 시골학교가 시끌벅적 해졌다.

 고산지역에서 유기농으로 작물을 생산하는 땅기운 유기농 생산자회와 고산 삼우초등학교가 중심이 되어 해마다 단오 때가 되면 풍년을 기원하는 단오맞이 한마당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는데 이 날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 모여든 무리들이다.

 멀리 경기도의 남한산초등학교와 충남의 거산초등학교 또 인근 전주의 인후초등학교, 신동초등학교, 코끼리 유치원 등에서 교사, 학부모, 학생 등 500여명이 모여들었다.

올 들어 가장 덥다는 무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모내기, 오리넣기 등 농촌체험도 해보고 또 난생 처음보는 칡소타기와 단오그네타기, 부채그림 그리기, 솟대 만들기, 새끼줄 꼬기, 천연염색, 천연비누 만들기 등 다양한 체험을 했다.

점심에는 유기농으로 지은 쌀밥을 먹고, 새참으로 국수와 인절미도 만들어 먹었다. 오늘 하루 만큼은 어린 농부가 되어 본 것이다.

요즘 농촌체험을 통해 우리농촌과 농업을 알리고 또 이를 통해 높은 소득을 올리는 마을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또한 1사1촌 자매결연을 통한 도시와 농촌의 사랑나눔이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고산지역의 단오맞이 한마당 행사는 특별함이 있다. 바로 지역주민과 지역학교가 함께하는 지역사회 공동체의 축제마당인 것이다.

행사의 주축이 되는 땅기운 유기농 생산자회는 일찍이 1991년부터 무농약, 무화학비료 농법을 시도하여 이 지역의 친환경 농업을 선도하는 기수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2003년부터 전환기 유기인증 7.6ha와 무농약 재배인증 3.3ha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2004년에는 유기재배인증 6.9ha와 전환기 유기인증 9.3ha, 2005년 유기재배인증 15.6ha 무농약 재배인증 21.1ha, 2006년에는 전환기 재배인증 6.6ha와 무농약 재배인증 27.7ha를 받았다. 이제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친환경농산물 재배지역으로 알려져 연중 생산현장 견학이 줄을 잇고 있다.

남들의 비웃음과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는 이들의 노력이 밑거름이 되어 지난해 초 고산지역이 농림부 광역친환경농업조성지구로 선정되어 2년간 100억원이 친환경농업 기반시설 등에 지원되는 결실로 나타났다.

한편 삼우초등학교는 2003년 3월 1일 고산서초등학교와 삼기초등학교를 통합해 만든 학교다. 고산서초등학교는 1967년에 삼기초등학교는 1946년에 개교한 이래 오랜 전통을 유지해 온 학교였다.

그러나 농촌지역의 인구감소에 따라 두 학교는 분교로 조차 유지되기 어려워 면소재지의 학교로 통합되면서 폐교가 될 처지였다.

그렇지만 마을주민들의 입장으로서는 자신들의 모교이며 전통있는 두 학교가 사라지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이들은 3년여에 걸친 폐교반대 운동을 벌여 작은 학교간 통합으로 학교를 유지하는 성과를 얻어냈다.

학교에 대한 주민들의 남다른 애정은 한국의 교육현장에 산재한 이식문화를 청산하고 한국적인 문화를 바탕으로 교실수업을 개선하려는 의지를 가진 교사들이 모여들면서 마을 아이들의 교육의 장이자 마을공동체의 장이 만들어졌다.

교육적이고 친생태적인 아름다운 교사가 신축되어졌고 여기에는 도농교류(농촌체험)를 염두에 둔 기숙시설 겸 마음닦음프로그램을 위한 온돌식 문화체험방, 학생중심의 대규모 다목적 공간, 실내체육실, 지역사회의 문화적 공간기능을 담당할 극장형 시청각실, 지역사회학교로서 더불어 이용하는 식당 겸 유기농교육실 등 자연사랑, 인간사랑, 문화사랑 차원의 생태지향적이고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농촌의 작은학교 대안사례를 만들어가는 모델이 되고 있다.

"행복한 만남을 이어가는 작은 학교" 삼우초등학교와 자연을 지키고 사랑하는 땅기운 유기농 생산자회 이 두 공동체의 아름다운 동행은 어려운 우리 농촌에 새로운 희망이 되고있다.

차별화된 농업과 대안적인 학교를 통해 공동화된 농촌에 사람이 모이고 활기를 되찾는 희망의 싹이 자라고 있는 것이다.

<완주 고산농협 지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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