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그린투어리즘을 가다> (5)농민 스스로 만들어간다(완)
<일본 그린투어리즘을 가다> (5)농민 스스로 만들어간다(완)
  • 이보원 기자
  • 승인 2007.06.21 1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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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의 자원을 소중히 하면서 거주하는 사람들이 마을에 애착과 자랑을 가져 방문하는 사람들을 소중히 하고 싶다. 일본 규슈의 오이타현 아지무마치(安心院町)의 그린투어리즘에 참가하는 농민들의 기본 이념이다.

 이때문에 농박 참여 농민들은 기본적으로 농사 지을 땅을 소유하고 있어야 하며 영리목적의 민박 참여를 배제한다.

농박,이른바 팜스테이는 마을단위의 집단 운영체제가 아닌 개별 농가단위로 운영되고 있으며 지자체등의 예산지원은 거의 없다. 시설투자는 대부분 농가들 스스로 이행하는 체제가 기본 골격이다.

 사업추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와 그린투어리즘의 개발 방향 제시등에는 지자체와 지방의회, 각계 대표들로 구성된 연구회등이 지역농민들과 머리를 맞댄다.

 오이타현 아지무마치 의회는 1997년 그린투어리즘의 방향설정을 위해 자체적으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그린투어리즘 선진국인 독일 마을을 시찰하는 등 벤치마킹을 하고 돌아와 보고서를 작성하고 일본 최초로 그린투어리즘을 선언, 오늘날 농박 발전의 토대를 마련했다.

 그리고 그 해 10월 각계 대표로 그린투어리즘 협의회를 구성하고 아지무마치만의 특성을 살린 그린투어리즘 사업 추진에 나선다.

 2001년 아지무마치는 일본 최초로 행정기관내 그린투어리즘 추진 기구를 설치해 농가민박의 규제를 완화하는 등 행정적 지원을 실시했다.

 농가 민박의 영업에까지 여관업법, 식품위생법, 건축기준법, 소방법등의 허가가 필요했지만 2002년 3월 오이타현은 그린투어리즘을 실시하는 농가민박에 대해서는 규제를 완화해 법적인 문제를 해결했다.

 농가민박은 소비자가 농업의 생산현장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절호의 기회가 되고 있으며 지역농산물의 안전성이 재확인되어 지역특산품의 소비확대에 기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지난 3월까지 농협에 근무한 뒤 퇴직한 아들과 함께 아지무마치에서 농가 민박을 운영하는 도끼에다(80)할머니.

지은지 100년된 농가를 리모델링해 민박을 운영하고 있다.리모델링 공사에는 단 한푼도 정부와 지자체등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

 민박운영을 위해 자비을 들여 농가의 본채를 수리한데 이어 숙박인원을 늘리기 위해 창고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한번에 최고 8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이 민박 가정에는 연간 4백여명의 도시민들이 민박을 하며 전원생활의 여유를 만끽하며 갖가지 영농활동을 체험한다.

쌀농사가 주업인 도끼에다씨는 이곳을 찾은 도시민들은 쌀농사 뿐만 아니라 포도농사등도 체험할 수 있다고 자랑한다.

이토나가 레이코씨 역시 30년 직장생활을 마감하고 야와라카 만두와 채소 절임 등 농산물 가공등으로 귀농해 농가 민박에 뛰어든 케이스.

 가을에는 감자케기, 돌담떡, 두부나 부드러운 만두만들기등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오이타현 110호의 민박 농가들 가운데 30여가구가 아지무마치에서 도농교류의 가교역할을 수행한다.

 산림을 배경으로 발달한 포도와 축산등이 아지무마치 그린투어리즘의 콘텐츠가 된다.

 맑고 깨끗한 물과 신선한 대기등 천혜의 요건과 함께 친환경 농업으로 생산한 아지무 와인과 아지무 쇠고기를 숯불구이로 즐길 수 있는 와인축제가 매년 9월 초순에 열려 친환경농산물의 우수성을 도시민들에게 각인시킨다.

목축업과 쌀농사가 주업이었던 오이타현 유후인시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10a당 쌀 생산량이 27㎏에 불과하고 미질마저 떨어져 가난을 면치 못했다.

밥은 3그릇, 죽은 2그릇 먹어야 한다는 말이 나돌 정도로 농업지역임에도 쌀이 부족했다.

 800여개나 되는 온천은 대부분 개인소유라 개발에도 여의치 않았다.

 지역개발 방안으로 댐건설 계획이 발표되자 36세의 젊은 나이로 정장에 취임한 이와오후데끼 정장은 댐건설을 반대하며 취임 연설에서 산업과 온천, 자연을 일치시키는 관광산업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주민들은 대형여관의 건립을 반대하며 별장등 고가(古家)들을 리모델링해 호텔을 오픈했다.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관광지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도 지역주민들이 적극 나섰다.

 1970년대 유후인 지역 여관에서 폭력단이 석방축하연을 갖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를 저지하려했으나 이미 폭력단이 유휴인으로 출발해 저지가 어렵게 되자 상인들은 일제히 셧터를 내려 폭력단의 축하연을 무산시켰다.

 이일을 계기로 폭력을 반대하는 이미지를 전국에서 심어주고 여성혼자서도 안전하게 관광할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줬을 뿐만 아니라 정부로부터 국민보양온천지 지정을 받았다.

 유후인의 그린투어리즘은 민간 주도로 추진하되 행정기관과 공무원들은 효율적인 사업이 추진이 되도록 지원한다. 1980년대부터 리조트 개발 흐름에 편승해 10ha의 농지가 1억엔에 매각되는등 난개발이 우려되자 높이 15m, 연건평 1천㎡이상 건물 신축시에는 시와 상담하도록 조례를 제정해 주민들 스스로 불이익을 감수하며 규제에 나섰다. 마을 축제도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돼 자치단체장의 낯내기 대신 관광객 위주로 진행된다.

 매년 3월 첫째주 토요일에 개최되는 마차 개통식은 형식적인 의식은 대부분 생략한다.

 시장의 간단한 환영사로 개통식의 행정적인 절차는 마무리된다. JR열차를 타고 유후인 역에 도착한 관광객들에게 축하떡을 나눠주며 관광객을 태운 마차가 출발하면 개통식은 끝난다.

 관광객들을 지루하게 만드는 의식을 최대한 줄이는 대신 먹고 마시는 이벤트 중심의 행사로 관광객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유후인 주민들은 ‘신이세’ 즉 대물림 점포처럼 마을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접목시켜 새로운 사람들에 대응하며 유후인 관광의 전통을 이어갈 전략을 모색중이다.

 유후인시 상공관광과 히데또에또 과장보좌역은 “할아버지와 아들 손주들 3대가 함께 하면 대략 10명안팎이 될 관광단을 유치하는 컨셉 마련이 유후인시가 현재 고민하는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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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랑이 논 드라마촬영등으로 관광명소 

  

 다랑이논을 컨셉으로 한 축제개최와 도농교류로 그린투어리즘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는 후쿠오카의 우키하시가 일본의 명소가 된 것은 성공적인 도농교류와 함께 드라마촬영과 사진전 수상등으로 다랑이논이 유명해졌기 때문이다.

 1995년 제1회 다랑이 논 석산축제 개최를 시작으로 그린투어리즘에 첫발을 내디딘 우키하 쯔쯔라구 다랑이 논은 1999년 제7회 일본아름다운마을경관 콘테스트에서 ‘마을만들기 대책추진본부장상’을, 석산축제는 제3회 고향이벤트대상에서 우수상을 잇따라 수상했다.

 이런 수상에 힘입어 쯔쯔라구 다랑이 논은 일본 다랑이 논 백선에 선정됐다.

 특히 쯔쯔라구 다랑이논을 무대로 NHK가 ‘우키하 소년들의 여름’이라는 드라마를 제작방영하면서 다랑이논은 관광명소가 됐다.

 동경과 오사카 등에서 주로 드라마가 제작돼 왔으나 석산축제을 본 NHK드라마 제작자들이 쯔쯔라구 다랑이논을 배경으로 드라마 촬영에 나선 것.

 이드라마는 쯔쯔라구와 도시에 사는 초등학생들의 교제를 극화한 것으로 우키하 마을의 훌륭한 자원과 풍부한 물, 마을사람들의 따뜻한 마음 등을 전했다.

 90분짜리 이 드라마는 마을 주민들에게도 자기 동네가 이렇게 훌륭한 마을인가를 재차 생각하는 기회가 됐다.

 드라마는 다른 드라마 평균(3∼4%)의 서너 배 뛰어 넘는 13%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본방송과 재방송으로 2차례나 전국전파를 탔으며 후쿠오카 지역에서 또 한차례 방송되면서 쯔쯔라구 다랑이논을 모르는 일본사람이 없을 정도로 전국적인 명소로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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