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부난자
난부난자
  • 소병년
  • 승인 2007.06.28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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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부난자(難父難子:누가 아비이고 누가 아들인지 분간하기 어렵다.)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백사 이항복과 명보 이덕형은 만나기만 하면 농담과 장난을 잘 하기로 유명하였다. 그런데 두 사람이 몇해를 두고도 결판이 나지 않는 문제가 있었는데 서로 자기가 아비라고 입씨름을 하는 것이었다.

 이 논쟁은 온 조정의 화젯거리가 되어 마침내 임금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선조임금은 두 사람의 기지를 시험해 보려고 여러 신하들이 있는 자리에서 “백사와 명보는 듣거라. 너희들은 만나기만 하면 서로 자기가 아버지라 우겨대니 오늘은 짐이 아버지와 아들을 판정할 것이다. 이의 없으렸다.”하였다. 왕명이니 감히 거역할 수 있으랴.

 임금은 벼루와 붓을 가져오라 하여 두 장의 종이에 ‘父’와 ‘子’자를 써서 접으며, 두사람에게 하나씩 집으라고 하였다. 그리고 이제부터 ‘부’자를 집는 사람이 아버지이고, ‘자’자를 집는 사람이 아들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명보가 종이를 펴 보더니 싱글벙글 하였고, 백사는 어쩔줄 몰라하였다. 선조는 두 사람의 눈치를 보고 이내 알아 차렸으나 시치미를 떼고 “자∼ 이리 가져오라” 재촉하였다. 이때 백사가 갑자기 큰 소리로 “황송하오이다. 소신이 오늘 망극하신 전하의 천은을 받아 아들을 하나 얻었습니다. 명보와 같은 훌륭한 아들을 얻었으니 이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 할 길이 없습니다. 보나마다 명보는 ‘부’(아버지)를 얻었을 것입니다”하고 머리를 조아렸다.

 임금은 이항복의 기지에 감탄하면서 “오늘 재판은 ‘난부난자’요”라고 판결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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