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섬’ 고군산 이야기
‘천혜의 섬’ 고군산 이야기
  • 이세리
  • 승인 2007.07.04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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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얼마 전, 시나리오 작가들을 데리고 전주, 군산 팸투어를 실시했다. 전북도의 멋진 자연과 지역 속 이야기, 시대적 배경, 역사와 인물들을 전달하기 위한 자리이다.

  황진이만 예인인 줄 아는 대중의식 속에 진채선과 이매창을 알리고자 했고, 홍길동전의 율도국으로 불리운 부안 위도를 알리고자 했으며, 왜 전주가 조선왕조의 본거지인지를 다시 한번 알림과 동시에 호남 판소리의 중심지인 학인당을 지키고자 했던 주인장의 마음과 채만식선생의 탁류 속에 군산이 어떤 시절을 살고 있었는지를 알리고자 했다.

  그 중 한 곳이 바로 고군산군도이다.

  옛날 군산도라 불리웠으나 이젠 군산에 그 지명을 넘겨주어 古 군산이라 불리우는 그곳. 장자도, 무녀도. 유부도, 말도, 선유도, 야미도, 신시도 등 10여개의 유인섬과 20여개의 무인섬으로 이루어진 그 곳.

  새만금공사로 이젠 육지가 되어버린 바다와 길게 선 횡경도가 자연 방파제가 되어주는 곳. 먼 뱃길에 지친 이들이 군도의 끝 섬 말도에서 비춰오는 등대를 보며 ‘이젠 육지에 다 왔구나!’라며 안심한다는 그 곳.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충남장항 재련소 앞바다와 금새라도 마주칠 듯한 그 갯길은 유부도의 가슴 아픈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다행이 고군산군도 여행길에 나선 날, 전날부터 내리던 빗줄기가 잠시 천천히 사그라들면서 바다 위 섬들을 한눈에 선히 볼 수 있는 장관을 선사하기도 했다. 군장국가산업단지 부두 위로 보이던 멀리 타향살이 나가는 자동차들의 행진은 나라를 위해 한몸 희생에 굴하지 않는 씩씩한 청년들처럼 보인다.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섬 선유도로 가보자.

  이곳엔 언제부터 사람이 살았던 것일까? 망주봉 산기슭에 자리 잡은 오룡묘는 그곳이 먼 시절 어느 왕이 살았을지도 모르는 또 하나의 국가였을 가능성을 예시한다. 또 고려시대 김부식(삼국사기의 저자)이 이 곳에서 사신을 맞이했다는 이야기를 보면 이곳은 무역의 중심지 역할을 하기도 했던 곳 인듯 하다.

  신선이 놀다 갔다하여 선유도라 이름 붙혀진 이곳은 본디 자동차가 없는 섬이기도 했다 한다. 지금은 관광객 몰이를 위해 이상하게 개조된 오토바이도 경운기도 아닌 것이 사람을 한 가득 싣고 도로를 폭주하고 있지만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과히 나쁘기만 한 경험은 아니다. 꼭 동남아 어느 지역에 가면 탈 수 있을 것 같은 요상한 재미거리이다.

 손주를 업고 저 바다 어딘가에 고기잡이를 하는 아들부부를 기다리는 장자도의 할매바위는 오늘도 그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일년에 한번 무당할매들만 와서 손수 걸어줄 수 있다는 할매바위의 포데기끈이 그나마 늙은 할미의 어깨의 짐을 덜어주는 듯하다.

  장자도의 밤바다를 고기잡이 배들의 불빛으로 가득 메우는 장관에서 ‘선유 8경’으로 알려진 ‘장자어화’의 모습 역시 지금은 쉬 볼 수 없지만 고군산군도 앞 바다의 황금어장이 얼마나 풍부한 어장이었는지를 알게 해준다.

  떠나오는 뱃길, 몸은 뭍으로 가고 있지만 마음이 그 곳에 남겨졌다. 20명이 넘는 작가들이 군산을 떠나며 남긴 말은 이곳이 너무 좋아져버렸고 더 알고 싶어졌다는 말이었다.

  언젠간 그들 손에서 이곳이 쓰여지길 바란다. 먼 바다 수평선 아득히 보이던 그날, 그곳에 두고 온 아쉬운 이야기가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길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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