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학교를 밝히자
밤에 학교를 밝히자
  • 박규선
  • 승인 2007.07.2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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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잘 아는 한석봉의 어머니는 떡을 썰면서 일부러 어둡게 했다고 한다. 그러니 한석봉의 글씨 역시 어두운 곳에서 연습이 이루어 졌다. 나중에 불을 밝혀서 글씨가 고르지 못한 아들을 엄히 꾸짖었다는 일화는 오늘날까지 널리 회자(膾炙)된다. 그러나 오늘날 일부러 어둡게 만들어 공부를 시키는 경우는 없다.

 밤이 되면 학교는 어둡다. 물론 밤마다 불야성을 이루는 인문계고등학교가 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자율학습을 하는 교실만 불을 켜놨기에 학교가 밝은 것은 아니다. 학교가 어두우면 누가 가지를 않는다. 그런 곳이니 음습한 공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탈 청소년들이나 술꾼들이 배회하기도 한다.

 실제로 주택가 학교의 경우 아침이면 청소하느라고 바쁘다고 한다. 어떤 학교는 아침에 출근해서 보니 여기저기 유리창이 깨져 있더라는 이야기도 들었다. 아무도 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일어나는 범죄들이다. 밤 사이 학교에서 일어나는 이런 사건들은 때로 학생들의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이런 문제로 고민하던 전주의 한 중학교 교장 선생님이 아이디어를 냈다. 학교 운동장을 비롯한 뒤편에 야간에 등을 설치한 것이다. 그리고 타이머를 달아 새벽 2시가 되면 자동적으로 꺼지도록 만들었다. 그랬더니 주변 환경이 그리 좋지 않은 곳이라서 아침마다 깨진 유리병과 쓰레기로 고민해 왔던 문제가 하루 아침에 풀렸다고 한다.

 문제가 해결된 정도가 아니라 학교가 밝으니 운동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음식을 싸가지고 와서 먹고 치우고 거더라는 것이다. 아무도 오지 않는 음습한 공간에서 모두가 어울릴 수 있는 밝은 광장으로 학교가 바뀐 것이다. 밝은 광장에서 문화는 싹튼다. 환한 학교라야 마음 편하게 찾을 수 있고, 그 안에서 놀이가 살아난다.

 밤에 학교에 불을 켜서 밝혀야 한다는 것은 학교의 관리를 위해서만은 아니다. 위에서 보듯 학교가 지역의 문화 공간으로 자리 잡아 갈 수 있기 때문에 사실 그 수혜자는 바로 주역주민인 것이다. 그렇기에 지자체에서 이 문제에 동참해야 한다고 본다. 면단위 이하 농어촌 지역이야 야간에 활동하는 인구가 적기 때문에 제외를 하더라도 읍단위 이상의 학교에서는 야간 조명이 필요하다.

 그러나 열악한 학교의 예산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 예산이 교육에 직접 연관이 없기 때문에 세우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지자체에서 원하는 학교에 시설을 지원하고 일정부분 전기료도 부담해줌으로써 밤에 음지에 놓인 학교를 양지로 바꾸어 나가야 한다.

 밤에 가족들과 함께 학교 운동장에서 운동을 하는 가족을 보면 행복해 보인다. 그런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다. 사실 자기 집 옆의 학교가 어둠에서 벗어나 밝게 빛날 때 한번이라도 더 뛰고 싶을 것이다. 학교가 밝으면 가족의 건강은 물론 화목한 분위기까지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본다.

 미국의 어느 주에서 ‘제로 톨로런스’ 운동을 펼친 적이 있다. 톨로런스란 프랑스어의 똘레랑스와 같은 말인데 어떤 것을 수용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고쳐나가는 방법이다. 원래 이 운동은 그 자체를 허용하지 않음으로써 고치려고 한 것이다. 쓰레기를 하나도 남기지 않으면 그 자리에 버리지 않는다는 데서 착안했다. 지저분한 곳에 쓰레기가 쌓이는 이유가 그것이다.

 우리 학생들이 아침에 등교하면서 깨끗한 교정을 보게 된다면 마음가짐도 달라질 것이다. 쓰레기를 버리는 일 등 일탈적인 행동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들이 사회에 나온다면 그만큼 우리 사회가 밝아지지 않겠는가? 지금 학교에 등을 밝히는 일은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일과 같다. 이 일에 지자체가 거들고 나오기를 바란다.

<전북도교육위원회 교육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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