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없는 전북 경찰
어이없는 전북 경찰
  • 김강민기자
  • 승인 2007.08.08 18: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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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주 출입처인 전북지방경찰청 홈페이지에 마련된 ‘전북경찰에 바란다’란 시민 게시판을 둘러보던 본 기자는 황당한 사연을 접하게 됐다.

익산에 사는 김모씨가 올린 ‘112상황실...’이란 제목의 글에는 ‘다급한 사건 현장을 목격하고 경찰에 신고했더니 반말하지 말라는 핀잔만 주더라’는 어처구니없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 글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9시40분께 익산시 신동의 한 노상에서 한 남성이 세 명에게 둘러싸여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었고 이에 놀란 김씨는 곧바로 112에 신고전화를 걸었다. “지금 길거리에서 어떤 남성이 집단 구타를 당하고 있으니 빨리 오라”는 김씨의 다급한 신고 전화에 접수를 받는 경찰은 “왜 다짜고짜 반말이냐, 반말하지 말라”는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했고 이에 놀란 김씨는 일단 급한 상황은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에 장소와 상황 등을 대충 설명한 뒤 전화를 끊었지만 도저히 참기 힘들어 전북지방경찰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항의 글을 남긴 것.

주기적으로 일선 경찰서들을 대상으로 전화친절응대 관련 교육 및 점검을 통해 우수 경찰서에게 일정 혜택을 주는 등 ‘친절한 전북경찰’을 추구하던 전북지방경찰청의 노력을 알기에 이 같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이에 곧바로 사실 확인에 나서보니 경찰은 당시 전화를 받았던 사람은 112 지령실에서 근무하던 경찰이 아니라 이곳에서 근무 중이던 의경이었으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적절한 징계를 내린 뒤 재발 방지를 위한 교육에 나서겠다고 밝혔고, 112 지령실에서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여통의 전화를 받아야되는데 이 중에는 장난전화는 물론 대뜸 욕부터 하는 이상한 전화들까지 섞여있어 직원들도 사람인 이상 본의 아니게 불친절하게 응대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사태를 애써 축소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격무에 시달리는 직원들의 어려움을 모르는바는 아니나 이번 사태를 둘러싸고 진행된 경찰의 행보에 본 기자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다른 부서도 아니고 다급한 상황에 몰린 일반 시민들이 가장 먼저 의지하게 되는 112 지령실에서 근무하는 직원이 범죄 피해자 혹은 목격자의 신고전화를 받으면서 격식과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고 핀잔을 준 것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수습될 성질의 문제가 아닌데도 해당 민원인에게는 별다른 사과 한마디 없이 기사화 유무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경찰은 깊이 반성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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