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오는 문턱에서…
가을이 오는 문턱에서…
  • 박상봉
  • 승인 2007.08.28 1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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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황방산을 아내와 같이 모처럼 올랐다.

오르는 길옆에는 밤송이들이 조금씩 커가고 있었고, 고추잠자리들이 머리 위를 오가며 춤을 추고 있어 계절의 변화가 조금씩 오고있음을 느꼈다.

집중호우 비가 지나간 하늘은 높게만 느껴지고 파랗게 펼쳐진 들판의 녹색의 향연은 조금씩 색이 변화하고 있었다.

전주에서 군산으로 출퇴근하다보면 전용도로 양 곁에 펼쳐진 녹색의 벼들이 조금씩 날로 노란색으로 바뀌고 있음을 느낀다.

초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김현승의 詩를 되 내이며 한아름 가슴속에 담겨져 오는 가을 내음을 맡는다.

Hendel의 음악을 들으며 가만히 거울을 들여다본다.

가득히 눈물이 고인 눈가엔 세월의 흔적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눈가에 주름이 늘어나고 흰 머리카락이 하나둘씩 늘어나고 있음을 보고 이젠 인생의 가을이 저만치

오고있음을 실감하게된다.

가을엔 왠지 울고 싶어진다. “쏴”하고 합창하는 풀벌레소리. 눈부신 햇살. 상큼한 공기. 시리도록 파란 하늘. 다가선 山. 그리고 기세꺽인 잎새들…

얼마간 지나면 곧 단풍이 들고 낙엽은 지려니…

산자락 이곳저곳에서 가는 여름을 아쉬워하듯, 매미소리가 힘겨워 우는 것만 같다.

그만큼 금년여름은 무더위가 극성을 부리고 하루도 예측할 수 없는 집중호우가 몰아쳤다.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비바람 속에 풍화되는 세월의 무게 속에 삶과 죽음의 意味를 생각하며, 그 아스라한 時間의 층계 위에 앉아 긴 想念에 젖는다.

人生을 文學的으로 아름답게 생각하던 20~30대도 지나고 人生을 哲學的으로 해석해 보려했던 40대도 지나고 이제 기도와 정성으로 삶을 추스르고 싶은 50대의 나이도 지나갔다. 새삼 生命에의 외경과 自然에 대한 경탄으로 숙연해짐을 느낀다.

작은 새싹하나 미미한 벌레 한마리, 길가에 빠져나올 하찮은 풀 한 포기. 구름 한 조각. 바람한줄기. 어느 것 하나 귀하고 신비하지 않는 것이 없다.

이제 人生이 가을 길에 접어들어서 이리라. 하지만 계절을 타지 않고 늘 청정한 아름드리 老松을 보며 어떻게 늙어가야 할 것인가를 배운다.

결실과 마무리를 함께 해야할 계절이 다가오고 있는 길목에 서서 자신을 되돌아 보고 참된 자성과 정진을 기구하며 좋아하는 시구를 떠올려 본다.

깊은밤

자질구레한 일상의 허물을 벗고

방안 가득히 불을 모으고

귀 기울이면

영원으로 통하는 이 무한 공간 속에선

뼛속까지 환희 트이는 청정한 영혼의 물소리가 들린다.

이 계절엔 깊고 청정한 내 영혼의 소리를 듣고싶다.

지난번 옥서 미군기지 앞에서 데모를 막고 되돌아오면서 군산시 입구로 들어

오는 길엔 코스모스가 벌써 꽃망울을 움켜지고 있었다.

곧 가을의 향연은 시작될 것이고,

우리가 매일 기다리던 그 시간은

또 소리도 없이 지나갈 것이다.

모든게 “생야일편 부운기요. 사야일편 부운멸”일텐데 말입니다.(詩人)

<군산경찰서 생활안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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