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선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기부·자선은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 김영래
  • 승인 2007.09.19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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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16일 서울과 부산, 대전, 전주 등 네 개 도시에서 아름다운가게가 주관하는 ‘위아자나눔장터’가 열렸었다. 위아자의 위는 빈곤아동을 입체적으로 지원하는 위 스타트(We Start)운동이고, 아는 기증물품의 판매 수익금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아름다운가게며, 자는 자원봉사의 약자이다.

‘위아자나눔장터’는 각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옷, 책, 장난감, 주방용품등을 갖고나와 스스로 가게주인이 되어 가격결정, 홍보, 흥정, 판매 등 재미있는 시장원리도 배우고 재사용습관을 생활화하며 또 가족이 번 수익금은 직접 빈곤아동을 돕는 아름다운 나눔 실천 행사이다. 금년 행사가 전주에서는 3번째인데 해마다 시민의 참여도가 점점 높아가고 있어서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매년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아름다운가게가 전북지역에는 2005년 2월 전주 풍남문점의 전신인 서서학점이 개점된 이래 모래내점, 평화점과 함께 익산점, 군산점 등 5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각 매장별로 매월 2~3차례씩 도내 각 기관 단체 및 기업체들과 아름다운하루 나눔 행사를 하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아름다운가게 운영에 참여하여 봉사하면서 많은 보람도 있었으나 때로는 참으로 아쉬움을 느낄 때도 많았다. 진정한 기부나 자선, 성숙된 봉사와 헌신은 결국 내가 가진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나누어주는 것으로 이는 곧 마음을 나누는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란 말이 자주 회자(膾炙)되고 있다. 이 말은 사회 고위층 인사에게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도덕적 의무를 일컫는 말이다. 이 말은 초기 로마시대에 왕과 귀족들이 보여준 투철한 도덕의식과 솔선수범하는 공공정신에서 비롯되었다. 초기 로마사회에서는 사회 고위층의 공공봉사와 기부·헌납 등의 전통이 강하였고, 이러한 행위는 의무인 동시에 명예로 인식되면서 자발적이고 경쟁적으로 이루어 졌다.

로마 건국 이후 500년 동안 이러한 귀족층의 솔선수범과 희생에 힘입어 로마는 고대세계의 맹주로 자리할 수 있었으나, 제정(帝政) 이후 권력이 개인에게 집중되고 도덕적으로 해이해지면서 발전의 역동성이 급속히 쇠퇴한 것으로 역사학자들은 평가하고 있다.

근대와 현대에 이르러서도 이러한 도덕의식은 계층간 대립을 피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으로 여겨져 왔다. 특히 전쟁이나 천재지변 같은 총체적 난국을 맞이하여 국민을 통합하고 역량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득권층의 솔선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인간사회가 동물사회와 다른 것은 동물은 철저한 약육강식의 냉엄한 생존원리가 존재하지만, 인간사회는 강한 자가 마땅히 연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고 보완하여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남자는 연약한 여자의 약점을 담당해주어야 하고, 어른은 어린이의 약점을 담당해주어야 한다. 또한 건강한 자는 병들었거나 불편한(障碍)자의 약점을 담당해주어야 하고, 많이 가진 자는 적게 가진 자의 약점을 담당해주어야 한다.

우리 한국인은 정(情)이 많은 민족이라고들 한다. 그러나 한국인의 정은 자신과의 관계에 따라 베푸는 것이지 나와 상관없는 타인을 위한 박애정신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약함을 담당하는 일로 남을 돕는 사람, 사회공헌을 하는 기업을 높이 평가한다고 하면서도 그 ‘속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의심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미국의 워런 버핏이나 빌 게이츠의 거액 기부가 화제를 모은바 있지만, 아무도 그 속내를 의심스러워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미국을 비롯한 구미 선진사회는 기부문화가 조직적으로 잘 발달되어 있으며 기부는 이미 모두에게 자연스런 삶의 한 형태이다. 또한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기업가들은 대부분 자식들에게 많은 재산을 물려주기보다는 사회에 환원하는 경우가 많이 있었다. 강철 왕으로 잘 알려진 카네기가 그러하였고, 엄청난 규모의 재산을 가진 포드재단, 록펠러재단 등이 또한 그러하다. 최근 들어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의 사회공헌활동도 점점 활발해지고 있는듯하다. 우리도 이제는 기업의 사회공헌이나 개인기부문화를 더욱더 활성화하고 사회의 박애와 돌봄의 문화를 한 차원 더 높여 나아가야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이나 기업은 물론 사회단체나 지도층 인사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때이다.

또한 기부는 거액의 자산가들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소액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실제로 개인기부의 힘은 수많은 소액 기부자가 모여서 만드는 십시일반(十匙一飯)의 정성에서 나온다. 이런 힘이야말로 사회를 건강하게 떠받치는 정신적 인프라가 될 것이다.

우리 사회에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이 말이 선(善)을 이루고 덕(德)을 세우는 의무와 명예로 깊이 인식되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개인 기부문화가 많은 국민의 폭 넓은 동참을 이끌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약한 자도 강한 자와 더불어 진실로 함께 웃을 수 있는, 정의가 물같이 공법(公法)이 하수(河水)같이 흐르는 밝고 건강한 복지사회가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

<아름다운가게 전주풍남문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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