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급에만 퍼주는 한국교육대상
교장급에만 퍼주는 한국교육대상
  • 장세진
  • 승인 2007.09.27 17: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교육대상·눈높이교육상·올해의 스승상·SBS교육대상. 이미 짐작했겠지만, 앞에 열거한 것들은 교육발전에 지대한 공로를 세운 교원을 발굴하여 1천만 원의 상금과 함께 시상하는 상의 이름들이다.

한국교직원공제회·대교·조선일보·SBS에서 주관하는 위의 교육상외에도 상금은 적지만, 국민일보·한국일보 등 교원을 대상으로 하는 상들이 더 있다. 또 미처 내가 알지 못하는 교육상들도 있을 것이다.

우선 반갑고 환영할 만한 일이다. 누가 뭐라해도 교육상은 입시지옥에다가 학부모 허리가 휘는 사교육비 지출 천국인 이 땅의 열악하거나 비정상적인 교육현실에서도 묵묵히 사도(師道)의 길을 걷는, 그야말로 ‘참스승’을 발굴· 시상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또 그런 상들에 응모하는 교원의 수가 많다는 점은 우리 교육의 미래가 밝음을 말해줘 흐뭇한 마음이다. 각 상마다 응모자 수가 너무 많아 심사기간이 길어지고, 선정에 어려움까지 겪는다니, 이 얼마나 대견하고 흐뭇한 일이겠는가!

그러나 내가 느끼기에 이런저런 상들의 선정기준은 너무 엉뚱해 보인다. 수상자들의 프로필을 보면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묵묵히 학생교육에 전념하는 평범한 교원들보다는 ‘기인’이나 슈퍼맨, 지역사회 일꾼이나 자원봉사자 같은 ‘선생답지 않은’ 공적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나만의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수상공적들은 오지 또는 벽지의 소규모 학교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요컨대 그런 선정으로는 교육상의 원래 취지인 무너진 교실과 공교육의 위기를 타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다수 교원들에게 위화감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물론 상의 주관기관이나 심사위원들의 성향 등 그들이 세운 잣대를 무시하려는 것은 아니다. 재를 뿌리며 폄하하려는 의도는 더욱 아니다. 그렇더라도 가장 늦게 출발한 ‘한국교육대상’의 운영에 대해서는 좀 짚고 넘어가야겠다.

한국교육대상은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제정·시상하는 상으로 얼마 전 제3회 시상식을 마쳤다. 수상자 8명 중 상금이 2천만원인 대상만 교사일 뿐 교장 5명, 교수 1명, 행정직원 1명 등이다. 제 2회 때도 9명 수상자중 교사는 2명뿐이었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교원들이 적금처럼 납부하는 공제회비로 설립·운영되는 기관이다. 유치원·초·중·고·대학의 교원과 교수는 물론이고 행정직 원들까지 공제회비를 매월 적립하면 회원의 자격이 주어지기에 그것을 전부 아우르는 시상 범위는 이해가 된다.

이를테면 40만 교원이라면 공제회 존립의 주춧돌은 엄밀히 말해 교사들인 셈이다. 그런데도 9개 분야 중 고작 1~2명의 교사 수상자만을 배출하고 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한국교육대상’인지 납득되지 않는 대목이다.

한국교육대상은 앞에 열거한 교육상들과 확연히 다르다. 가령 올해의 스승상이 평교사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더라도 그것은 주최측의 자유에 속하는 문제이지만, 한국교육대상은 그렇지 않다. 수천 명의 교장보다 수십 만 명의교사들이 납부하는 돈으로 설립된 한국교직원공제회가 시행하는 상이기 때문이다.

그렇듯 평교사를 양념격으로 끼워 넣으려면 내년부터는 한국교육대상의 수상자 자격을 차라리 교장(급)으로 한정하기 바란다. 올해의 경우 중등부문의 경쟁이 가장 치열했다는 심사평이 시사하듯 응모한 많은 전국의 평교사들이 그런 운영에 얼마나 낙담했겠는가?

<문학평론가·전주공고교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