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질에 다다르는 기술
본질에 다다르는 기술
  • 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 승인 2024.03.2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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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일본 모든 구단에서 드래프트 1순위”의 목표를 이루고 더 큰 바다로 나간 사나이,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지난주 미국 프로야구(MLB) 개막전 서울시리즈를 위해 우리나라에 왔다. 오타니의 방한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야구팬들은 오타니를 ‘영접’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라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이를 증명하듯 경기장은 오타니를 직접 보기 위한 행렬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왜 전 세계는 그에게 열광하는 것일까? 뛰어난 실력, 훈훈한 외모, 성실함과 단정한 품행 등을 겸비한 ‘만찢남(만화책을 찢고 나온 남자)’이 현실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타니가 인기를 얻으면서 그가 직접 쓴 ‘만다라트(Mandarat) 계획표’도 대중의 이목을 끌고 있다.

 만다라트는 Mandara(본질)+Art(기술)의 합성어로 본질을 달성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본질적 목표를 중심으로 이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계획과 실천 사항을 3×3의 표에 작성하는 방식인데, 오타니가 앞서 말한 목표(본질)를 이루기 위한 계획은 다음과 같다.

 제구, 구위, 스피드, 변화구, 몸만들기, 멘탈, 운, 인성 등 8개의 세부계획을 수립하고 다시 이를 실천하기 위한 64개의 방법을 도출해 내는 것이다. 불과 16세의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치밀하게 설계하고 꾸준히 실천했던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오늘의 오타니를 탄생시킨 것처럼, 정부도 환경정책의 본질적 목표인 ‘깨끗하고 안전한 환경을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환경기준을 설정하고 다양한 정책 수단을 고민한다.

 일례로, 커피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증가하는 커피박(커피찌꺼기)의 처리 문제가 골칫거리로 떠올랐다. 업계에서는 커피박을 재활용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였으나 기존 환경 규제의 틀 안에서는 제약 요인이 많았다.

 정부는「폐기물관리법」을 개정(‘22.11)하여 커피박을 단순 폐기물이 아닌 다용도로 활용 가능한 ’순환자원‘으로 인정했다. 커피박은 폐기물 규제에서 벗어나면서 화장품, 화분, 활성탄, 벽돌까지 다양한 새활용 제품으로 재탄생하게 되었다. 그 결과 온실가스 감축, 일자리 창출 등 환경과 경제를 모두 살리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창출했다.

 최근 들어 모습이 바뀐 플라스틱 생수병 또한 제도 개선의 결과물이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자 라벨 없는 생수를 보급했지만, 유통기한, 수원지 등의 의무표시 사항을 묶음 포장에 인쇄한 후에야 판매가 가능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라벨 없는 생수를 낱개로는 구매할 수 없었다.

 정부는「먹는샘물 등의 기준과 규격 및 표시기준 고시」개정(’22.12)을 통해 제품 정보가 담긴 QR코드를 병뚜껑 등 개별 병에 인쇄하도록 의무화하여 낱개 판매를 가능하게 했다. 이 역시 정부가 환경정책의 본질을 생각하며 다양한 수단을 고민한 결과물이다.

 지방행정에도 비슷한 사례는 많다. 축사가 밀집되어 있는 새만금 유역은 악취와 수질오염 등 크고 작은 환경오염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전북지방환경청에서는 전국 최초로 ‘우분(牛糞) 연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8년까지 국비 1,146억원을 투입하여 새만금 유역 4개 시·군(김제, 정읍, 완주, 부안)에서 발생하는 하루 650톤의 우분을 원료로 160톤의 고체연료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전북특별자치도와 협력하여 사업의 제도적 장애를 허물기 위한 노력도 병행 중이다. 고체연료의 발열량을 높이기 위해 우분에 각종 보조연료(깔짚, 톱밥 등)를 섞을 수 있도록 정부에 법령 정비를 건의한 상태이다. 사업이 시작되면 가축분뇨의 경제적 처리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새만금 유역의 수질을 개선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이다.

 하나의 정책을 완성하려면 본질적 목표와 더불어 정교한 수단이 필요하다. 오타니를 비롯한 많은 선수들이 치밀한 계획과 꾸준한 노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목표를 달성했듯이, 정부의 고민이 담긴 다양한 정책 수단들 또한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본질적 목표에 다다르기를 소망한다.

 송호석 <전북지방환경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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