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18> 조선 최고의 묘지 명당은 전북에(4)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118> 조선 최고의 묘지 명당은 전북에(4)
  • 김두규 우석대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 승인 2024.03.28 14:5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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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풍수로 보는 전북 부흥의 길

일이 안 풀리는가? 떠나라! 풍수가 권하는 해결책이다. 전통적으로 풍수에서는 사는 곳을 옮기거나 조상 묘를 옮기는 행위로 나타났다.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파묘’의 시작도 3대에 걸친 집안의 우환이 조상 묘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서 시작한다. 집안에 우환이 생기면 사는 곳을 옮기고, 후손들에게 문제가 생기면 조상 묘를 옮긴다는 관념에서 비롯한다.

필자의 젊은 날 가슴 쓰린 이야기이다. 인생에서 가장 후회하는 것은 대학 전공으로 독문학을 선택한 것이었다. 당시(1979년) 한국 대학에 개설된 독어독문과 숫자는 독일의 독어독문과 숫자보다도 많았다. 수요보다 공급이 천문학적으로 많은 학과가 배출한 이들을 어디에 쓸 것인가? 독문학과 교수와 대학 좋은 일만 시켰다. 이왕 독일어를 택한 바에야 독일 유학이라도 해보자는 막연한 생각으로 석사까지 마쳤다.

독일이 한국 학생에게 제공하는 장학금이 3가지 있었다. 그 가운데 하나인 ‘아데나워(독일 초대 대통령) 장학금’을 목표로 준비하였다. 당시에는 금지된 ‘과외 알바’까지 그만두고 준비를 하였으나 최종 면접에서 탈락했다. 대학원 졸업 1년 후 일이었다. 갑자기 ‘백수’가 되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 하늘이 노랬다. 불합격통보를 받던 그 순간 절망했다. 인생에 아무 대안이 없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필자의 대학 6년 동안을 지켜보시던 대학 지도교수님이 권했다. “두규! 한국과 독일은 공부 분위기와 제도가 다르네. 한번 가보게. 순발력은 없으나 노력하는 자네라면 할 수 있네. 비행기 표만 끊을 여력이 있으면 자비로 가보게.” 농사짓는 부모님께 말씀을 드리니 200만 원을 주신다. 논 한 마지기 값이었다. 비행기 표 사는데 70만 원이 들었다.

독일로 떠난 것은 잘한 일이었다. 유학 6개월 만에 독일 사민당 장학금(‘FES’)을 박사학위 취득 때까지 매달 받았으니! 만약 유학을 가지 않고 한국에 머물렀다면?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거저 주어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훗날 성경을 읽다가 “구하면 찾을 것이요, 두드리면 문이 열릴 것이다(seek and you will find; knock and the door will be opened to you)”란 문장에 깊이 공감하였다(‘마태복음’).

지난번 글에서 언급한 ‘이리학원을 1960년대 인수한 서복환 이사장 이야기’이다. 김제 성덕면 대석리 마을 언저리에 그의 무덤과 선영이 있다. 그의 비문에 ‘서복환 선생은 1924년생으로 가세가 도탄(塗炭)에 이르러 고향을 떠났다’는 문장이 보인다. 전후 자세한 이야기는 비문에 없다. 대석리 명문가였던 청곡 선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청곡 선생 집에는 뜨내기 지관들뿐만 아니라 당대 최고의 지관들이 유숙했다. 당시 흔한 일이었다. 어린 시절 필자의 순창 집 사랑채에도 ‘임씨’ 지관이 일 년에 몇 달씩 머물렀고, 대여섯 살 무렵의 필자는 그의 물심부름을 했다. 지금도 사랑채는 그대로 있으나 사람들 흔적 끊긴 지 오래다. 훗날 임씨 지관을 찾았으나 죽은 지 오래란다.

청곡 집안은 박연수 지관 말고 몇 명의 지관들을 ‘전속지관’으로 모셨다. 경상도 청도에서 모셔온 성백운, 나주 출신의 이의종·오익수 등 당시 전국에서 소문난 지관들이었다. 성백운은 글을 잘 했으나 풍수 실력이 없었고, 박연수는 일자무식이었나 실력이 탁월했다. 이의종은 주역과 도교에 능했다. 가난한 청년 서복환이 어떻게 청곡 집안의 전속지관 박연수 환심을 샀는지 모른다. 박연수가 잡아 준 자리에 서복환은 할머니 묘를 썼다. 대명당이었다. 그리고 서복환은 고향을 떠났다. 그는 서울에서 큰 부자가 되었다. ‘조상 묘를 명당에 쓰고 고향을 떠난 것’이 핵심이다.(계속)

 

글 = 김두규 우석대 교수(전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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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석 2024-03-29 23:22:35
흥미로운 글 잘 읽고 있습니다.
다음글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