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특공대-01
지구 특공대-01
  • 진영란 진안초 교사
  • 승인 2024.03.27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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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지구를 지키는 지구 특공대

1. 넌 어떤 씨앗이니?

‘우리 아이들과의 첫 만남, 어떤 책이 좋을까?’ 한참을 책꽂이 앞에서 서성이다 최숙희 작가의 책. ‘너는 어떤 씨앗이니?’를 꺼내 들었다. 작고 쭈글쭈글하고 겁 많고 수줍음 많은 씨앗이 온 마을에 향기를 퍼뜨리는 수수꽃다리, 따가운 햇살에도 퍼붓는 비에도 지지 않는 봉숭아, 누구라도 마주 보며 빙긋 웃어주는 접시꽃으로 피어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어떤 꽃을 품은 씨앗일까?’ 기대와 희망이 싹트게 된다.

2. 우리 학교는 어떤 씨앗을 품고 있을까?

아이들과 학교 텃밭 나들이를 나갔다. 우리 학교가 품어낸 작고 아름다운 것들에는 무엇이 있을까? 봄까치꽃, 산수유, 매화꽃들 사이로, 작년 봄에 아름답게 피어났던 당근꽃이 작은 당근으로, 겨우내 매서운 바람을 이겨낸 배추가 꽃대를 밀어 올리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자라지 않을 것 같은 황량해 보였던 텃밭 구석구석에서 생명이 움트고 있는 것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교실로 돌아와서 우리는 이 아름다운 것들을 더 이상 품을 수 없을지도 모르는 지구에 대해 공부해 보았다.

“선생님! 우리 진짜 사라져요? 북극곰만 위험한 게 아니라, 우리가 더 큰 일이네요! 우리 망한 거예요?”우리가 마주한 현실에 아이들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직 완전히 늦지는 않았어요. 지금부터 우리가 지구를 돌보면 어떨까요?”

3. 우리 반 이름을 정해볼까?

“옆 반은 아이스크림 반이래요. 우리도 반 이름을 정해요! 친구랑 사이좋게 지내고 싶으니까 존중하는 반 어때요?”“나는 힘찬 반이 좋을 것 같아요! 튼튼하면 좋잖아요!”2주 간의 치열한 고민 끝에 우리 반은 ‘친구와 지구를 돌보는 지구 특공대’가 되었다. 첫 날부터 꾸준히 아이들에게 읽어준 환경 그림책들이 많은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또한 친구랑 잘 지내고, 열심히 배워서 행복하게 살려면 건강한 지구가 꼭 필요함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친구와 지구를 돌보는 지구 특공대? 우리 반 친구들이랑 글자 수가 똑같아요! 정말 멋진 이름이에요!”

4. 지구 특공대가 될래요!

“선생님! 우성이가 책을 진짜 실감 나게 잘 읽어요!”조용한 아침 활동 시간, ‘흔한 남매’의 대사를 큰 소리로 읽으며 신나하는 친구가 불편할 법도 하건만 책을 잘 읽는다며 큰누나처럼 그 모습을 칭찬해 준다. “선생님! 올해도 우유팩 모아서 휴지로 바꿀 거예요?우유 급식 신청서를 내면서 우유팩을 모아서 읍사무소에 가서 휴지로 바꿀 생각에 벌써부터 들뜬 표정이다. 친구와 지구를 사랑하기로 한 지구 특공대는 망설이거나 미루지 않고, ‘지구 특공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진영란 진안초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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