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26 - 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 조은수/ 길벗어린이
김헌수 시인과 함께 읽는 책 놀이터 26 - 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 조은수/ 길벗어린이
  • 김헌수 시인
  • 승인 2024.03.2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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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내리던 봄비가 그치더니 찬바람이 쌀쌀하다. 꽃샘추위로 꽃대가 올라온 꽃들이 떨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차가운 날씨에도 바람을 비집고 샛노랗게 피워 올라온 산수유와 생강꽃이 보인다. 손가락 두 세 마디만한 둥그런 목련 꽃잎도 봄의 전령이 되어 피었다. 기쁜 소식이라는 꽃말을 가진 봄 까치꽃도 일찌감치 고개를 내밀었다. 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 라는 책을 펼치면서 봄의 기운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책 속에 나오는 나비들을 따라가 보았다. 호랑나비, 흰나비, 검은 나비, 왕나비, 네발나비, 남방공작나비, 들신선나비, 노랑나비, 푸른부전나비, 제비나비, 꼬리명주나비, 남방남색공작나비, 큰줄흰나비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물가에 피는 창포, 붓꽃, 연꽃, 오이와 가지, 옥잠화, 국화, 맨드라미, 매화 등도 보인다. 한동안 우리나라의 전통 그림에 빠져 보낸 적이 있다. 실물처럼 세밀하게 그린 그림이 놀라워서 몇 번이고 들여다봤다.

봄날 처음 본 나비가 호랑나비라면 즐거운 한 해가 될 거라고 여긴 조상들, 처음 본 나비가 배추흰나비라면 별로 좋지 않다고 여겼다. 배추흰나비를 좋지 않게 여기는 이유는 배추흰나비 애벌레가 배춧잎을 갉아먹기 때문에 좋지 않다고 여겼다. 검은 나비는 잊어버리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좋지 않게 여긴 이유는 검은색은 사람이 죽었거나 슬플 때 검은 옷을 입기 때문이다.

‘봄날, 호랑나비를 보았니?’ 라는 그림책은 그림을 감상하고 미적 감수성을 읽히기에 좋은 책이다. 예술작품을 감상하고, 창의적으로 표현하며 아름다움을 찾는 일을 경험하기에 좋다. 그림의 아름다움과 우리 전통예술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생기며 책의 구성 또한 여러모로 유용하다. 옛 그림의 원본을 확대하거나 이야기 해주고 싶은 부분을 잘라서 보여주고 재배치 해준다. 중간 중간 곤충이나 식물, 동물에 얽힌 속담이나 그것에 얽힌 설화가 흥미롭다.

공주를 사랑한 화가의 이야기가 있는 붓꽃이야기가 눈에 띈다. 공주는 화가에게 진짜 꽃처럼 그림을 그리면 결혼을 하겠다고 했는데 그림을 그리고 나자 향기가 없어 결혼을 못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화가의 꽃그림에 나비가 앉아 결혼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옥잠화의 슬픈 전설은 피리 부는 젊은이에게 반한 선녀가 있었다. 젊은이가 연주하는 것을 듣고 선녀는 하늘로 올라가면서 비녀를 젊은이에게 준다. 젊은이는 선녀를 바라보다가 비녀를 떨어뜨렸는데, 그 자리에 옥색 비녀를 닮은 꽃이 피어났다는 이야기다. 맨드라미는 충성스런 장군의 이야기다. 나쁜 신하들이 충성스러운 장군을 임금님에게 나쁜 놈이라고 고해바쳐 장군은 죽게 된다. 그 자리에 빨간 방패처럼 생긴 맨드라미가 피어났다는 이야기이다.

흥미진진한 이야기와 민화가 주는 투박한 그림을 맛볼 수 있으며 꿩이나 당나귀, 고양이나 참새, 나비를 볼 때 원본이 주는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우리들의 생활 가까이에 있는 사물을 세밀하게 그린 그림이 주는 위로와 정겨움이 환하다. 옛사람들의 모습과 여러 나비의 이름, 꽃에 관련된 전설, 그리고 왜 꽃과 벌레 그림을 그렸는지를 알 수 있다. 동양화 또는 한국화의 그림에서 훨씬 더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를 펴고 조상들의 옛 그림과 근, 현대 미술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전설과 설화까지 아우르는 주제를 접할 수 있다. 밀레와 피카소보다 김홍도와 신윤복, 정선을 더 알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 것의 익숙함을 은은한 색감의 그림에서 찾았으면 한다. 우리 땅의 동물과 식물이 지닌 아기자기함과 우리 겨레의 고유한 심성이 배어 있는 책을 통하여 우리만의 형태와 색채가 지닌 독특한 아름다움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가리라 믿는다.

 

김헌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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