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최초 희생자 이세종 열사
5·18민주화운동 최초 희생자 이세종 열사
  • 박대길 전북민주주의연구소 소장/문학박사
  • 승인 2024.03.26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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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길 전북민주주의연구소 소장/문학박사

 지금으로부터 5년 전인 2019년 12월 27일 출범한 5·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지난해 12월 15일, 『직권조사사건 진상규명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 중 「5·18민주화운동 당시 사망사건(직가-2)」에 “(1980년) 5월 18일 01:40~01:50경 전북대를 확보하려던 계엄군(7공수여단 31대대)의 시위 진압 과정에서 사망하였다. 이세종은 5·18민주화운동 기간 첫 사망자이다.”라고 명확하게 기록하였다. 이는 뒤늦게나마 국가가 이세종 열사를 5·18민주화운동 최초 희생자로 인정한 것이다. 올해 6월 중 국민과 정부에 보고할 종합보고서 작성이 남아 있지만, 특별한 사정이 생기지 않는 한 이 사실은 그대로 종합보고서에 담길 것이다.

 그런데 이 보고서가 국민에게 공개된 것은 보고서 작성 후 76일이 지난 2024년 2월 29일이었고, 방송과 언론이 이를 알고 보도한 것은 12일이 지난 3월 12일이었다. 그러니까 보고서 작성 후 88일이 지난 뒤 국민이 알게 되었다. 관계자들은 보고서 작성 당시 이미 알았을 터이지만, 이처럼 약 3개월이 지난 뒤 국민이 알게 사실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사실 이세종 열사가 5·18민주화운동 첫 번째 희생자라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1980년 5월 17일, 전북대학교 제1학생회관에서는 40여명의 학생들이 ‘계엄 반대’와 ‘전두환 결사반대’ 등을 외치며, 4월부터 연일 농성 중이었다. 18일을 기해 비상계엄이 전국으로 확대되기 전, 한밤중에 전북대학교에 진입한 계엄군은 학생회관을 포위하고 학생들을 토끼몰이식으로 진압하면서 학생들을 체포하였다. 그리고 먼동이 터오던 새벽 6시경, 학생회관 주변에 피투성이가 되어 숨진 이세종 열사가 발견되었다.

 이후 이세종 열사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이 다방면으로 진행되었으나 실상을 밝히는 것은 쉽지 않았다. 2002년 순천향대학교 이민규 교수가 “5·18 최초의 무력 진압은 바로 전북대학교이고, 5·18 최초 희생자는 이세종”이라고 주장하였지만, 이것은 정부의 대답 없는 메아리였다. 그 당시 이 주장이 받아들여졌다면, 20여 년 전에 5·18민주화운동은 광주·전남 뿐 아니라 전북을 비롯한 전국적인 민주화운동으로 시간적·공간적으로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전북은 동학농민혁명의 발상지이자 중심지라는 사실과 함께 4·19혁명과 5·18민주화운동의 진원지이자 성지로 역사에 기록되었을 것이다.

 1980년 5월 18일, 이세종 열사가 처참하게 희생당할 때, 함께 하지 못한 채 살아남은 이들은 해마다 5월이 되면, 산 자의 부채감으로 시달렸다. 그나마 함께 농성했던 동료들과 전북대학교 학생회가 1985년 교내에 추모비를 세우고, 그 일대를 ‘이세종 광장’이라 불렀다. 1995년 전북대학교는 열사에게 명예졸업장을 수여하였고, 정부는 1998년 6월, 열사를 5·18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인정하고, 1999년 국립5·18민주묘지에 안장하였다. 2020년 이세종 열사가 추락한 자리에 표지석을 세웠고, 2023년 추모비가 세워진 일대를 전북대학교에서 대대적으로 재정비하였다. 그리고 학생회관 재건축에 따라 열사의 흔적을 보존하기 위해서 다각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 이와 함께 모교인 전라고에 추모비가 세워진 것은 2002년이고, 해마다 전북 5월 동지회 회원들은 ‘이세종 장학금’을 수여하고 있다.

 이제는 5·18민주화운동 최초 희생자로 43년 만에 국가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이세종 열사를 기억하고 기리는 기념사업을 보다 더 구체화할 시기이다. 전북대학교 총동창회와 전북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그리고 전북 5월 동지회 등 여러 단체가 모여 ‘이세종 열사 기념사업회’ 구성을 논의하고, 실무위원회를 발족하였다. 부디 열사를 기억하고 기리는 데 머물지 않고, 한반도의 온전한 민주주의 실현과 남북의 평화적인 통일로 나아갈 수 있는 지렛대가 되기를 희망한다.

 박대길<전북민주주의연구소 소장/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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