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목항’
빛나던 별들은
찬 달 아래 잠들어
세월의 위로
은하수가 되어 흐른다
아우성을 머금은 바다
보는 순간 말문이 막혀
봄날인데도
마음이 얼어붙었다
마지막 가는
봄의 시샘에
수많은 꽃봉오리가
우지끈 꺾여 버려졌다
팽목항은
오늘도 말이 없다
세찬 바람에도 파도는 일렁이고
하늘은 멍들어 온통 잿빛이다
밤하늘에 은하수가
수를 놓을 때면
성난 군홧발이 내마음을 짓이겨
바다를 차마 보지못하고 돌아선다
길을 잃어
돌아올 수 없는
어린 양들의
눈물 의미를 누가 알까
죄인 같은 부끄러움에
성난파도에 푸념만 늘어놓고
해야 될 말은 한 마디도 못하고 돌아왔다
오늘도 은하수는 무지개처럼 하늘에 걸려 있다.
이영국 <시인,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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