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행위예술의 1세대부터 현재의 젊은 작가들까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행위예술가들이 차려낸 만찬
한국행위예술의 1세대부터 현재의 젊은 작가들까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행위예술가들이 차려낸 만찬
  • 김미진 기자
  • 승인 2024.03.25 17:30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겨우 한 평, 5분 남짓, 그 제한된 시간과 범위에서 과연 어떠한 예술 행위가 가능한 것일까? 한국행위예술의 1세대부터 젊은 작가들까지 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행위예술가들이 전주에 모여 그 특별하고도 별난 경험을 선사해 주목됐다.

 한국행위예술가협회(회장 심홍재)는 23일 기린미술관에서 ‘Performance 2024 - 한 평 속에 내가 있다’를 선보였다. 이날 3시부터 시작된 오픈 퍼포먼스 설치 드로잉에는 30여 명의 작가가 참여해 각자의 발언을 이어가다 보니 해가 저무는 시간까지 계속됐다.

 50평 정도 되는 전시공간에서 모인 행위예술가들은 각자의 스팟을 설정해 두고 관람객들을 맞았다. 심홍재 회장의 즉흥적인 해설과 안내로 자연스럽게 동선이 이어질 수 있도록 구성해 각 퍼포먼스를 빠짐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행위예술가들은 한 평 남짓의 공간에서 수축과 팽창의 몸짓을 통해 잉태하듯 드로잉과 설치로 자신만의 세계를 표현했고, 관람객들은 그들의 행위에 빠져들며 환호와 박수로 화답했다.

성백 - Messenger_03232024<br>
성백 작가 - Messenger_03232024

 성백 작가는 ‘Messenger_03232024’이란 작품에 희망을 담았다. 빨간 물감을 묻힌 물체를 던져 꽃잎을 표현하고 이내 드로잉으로 줄기와 가지를 속도감 있게 그려나갔다. 완성된 매화 나무에 피어난 인내의 상징인 매화꽃을 바라보며 관람객들의 가슴 속에 각자의 꽃을 피우며 평화를 기렸다.

조은성 작가 - 한곡 드로잉

 조은성 작가는 두 개의 향을 피워 ‘한곡 드로잉’이라는 작품을 완성했다. 짜여진 시간 안에 행위예술가는 허공에 향연기로 드로잉을 하고, 그 드로잉은 관람객의 호흡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나가며 완성되는 합을 보여주었다.

배달래 작가 - 관조

 배달래 작가는 작은 공간 안에서 움직임을 통한 행위 본연의 느낌을 담아낸 드로잉 ‘관조’로 시선을 붙잡았다. 발의 촉감으로 드로잉을 완성하는 과정 속에 작가의 표정과 몸짓은 관람객의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고, 이내 고요함이 밀려들었다.

 윤진섭 작가는 ‘서울에서 전주까지_자동차 드로잉’으로 행위예술가들의 일상은 매 순간이 퍼포먼스임을 알렸으며, 심홍재 작가는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흔적을 ‘흔적20240323’이란 명제에 담아냈다.

 예정에 없던 얼굴도 있었다. 부산 꽃동네 레지던시 프로그램 참여작가인 에밀리(독일)와 필립(프랑스) 부부는 자발적으로 전주까지 찾아와 젖먹이 아가와 함께 하는 ‘일상의 기록’이라는 작품을 선보여 깊은 인상을 남겼다. ‘다음 세대가 원하는 것은 뭐지?’라는 질문과 아이의 모습이 절묘하게 교차되며, 마지막에는 여성 작가가 인체를 찍어 내는 행위를 통해 이브클랭의 인체측정을 연상케 만들며 묵직한 주제를 전달했다.

한국행위예술가협회와 기린미술관이 MOU를 체결했다.

 이날 완성된 드로잉 및 설치 작품 등은 4월 14일까지 기린미술관에서 관람할 수 있다.

 더불어 한국행위예술가협회와 기린미술관은 매년 봄 퍼포먼스 설치, 드로잉 展을 개최하기로 MOU를 체결했다.

 심홍재 회장은 “퍼포먼스는 공간성과 현장성, 작가성에 의해 같은 주제의 시연도 다른 표현으로 전해지는 예술작업의 상위에 속하는 매력적인 장르다”며 “날것으로 보여지는 행위예술가들의 퍼포먼스 난장 작업은 처음 있는 행사로 ‘퍼포먼스의 메카-전주’를 꿈꾸며 매년 봄 전주에서 명실상부한 퍼포먼스축제가 이루어진다는 것이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심 회장은 “이번 행사를 계기로 타 지역에서도 이러한 형식의 퍼포먼스 행사들이 전국적으로 붐을 타며 이루어질 것이며, 한국행위예술의 새로운 역사를 정립시키는데 한 축을 담당하리라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김미진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성백 2024-03-26 12:44:09
전시정보 감사합니다.
심홍재 2024-03-25 23:19:28
유인한 기사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