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르네상스, 이제는 맛이다
전주 르네상스, 이제는 맛이다
  • 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 승인 2024.03.25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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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우리 고장 전주에 대하여 외지인들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일까? 과거에는 양반의 도시, 교육의 도시, 맛의 도시를 떠올렸으나 과연 현재에도 우리의 고장 전주를 그렇게 평가하고 있을까?

 맛의 고장이라는 말은 광주, 전남에 추월당한 지 오래라는 것이 타지역사람들이 느끼는 객관적 상황인 것 같다.

 필자는 유독 맛에 죽고 사는 터이고 우리 전주의 음식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하여 타지인이 우리 음식에 대하여 폄하하기라도 하면 여간 속상한 것이 아니다. 나는 우리 전주의 어지간한 맛집은 수십 년 전부터 두루 섭렵하였고, 장거리 여행이라도 가게 되면 유독 맛집부터 탐문하는 바람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유별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 편이다.

 얼마 전부터 전주의 대표 음식인 한정식은 그 의미도 모를 ‘전통한정식’이라는 뭐가 전통인지 모를 붉고 노란 현란한 색상의 음식이 상을 뒤덮어, 그 맛의 정체는 가늠하기가 어려우며, 콩나물국밥을 필두로 한 각종 국밥 역시 고유의 맛을 잃어버린듯하여 요즘은 해장 한 그릇 제대로 할 만한 식당이 없어진 것이 여간 속상한 일이 아니다.

 필자는 전주의 음식 맛이 예전만 못하게 된 원인은 한옥마을 관광객의 증가가 그 원인의 하나는 아닐까 하는 조심스러운 진단을 내린다. 비교적 젊은 세대인 관광객들은 우리 전주의 고유 음식에 대하여 ‘맛이 있다’라는 반응과 함께 ‘짜고, 맵고, 양념 맛이 너무 강하다.’라는 평을 하는 말을 종종 듣는다.

그러다 보니 요식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그 관광객들의 입맛에 맞추다 보니 전주 고유의 음식에 대한 감각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옥마을과 가까운 남부시장의 유명한 최고의 맛집들이 과거와 달리 타지역의 어느 곳에서라도 맛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식당으로 전락해버렸고, 거의 매일 만나던 맛집의 단골들 얼굴은 대부분 사라지고, 낯선 사람들만이 듬성듬성 식사를 할 뿐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 되듯이 가장 전주적인 맛이 전국적인 맛이 되는 것은 아닐까?

 전주시는 ‘전주 음식 명인·명소 등 심의위원회’와 같은 심의위를 두고 전주의 맛을 보존하고 지키기 위하여 수십 년 동안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명소, 명인, 명가 등을 발굴하기도 하였으나 정작 시민들의 평가는 냉혹하기만 한 것 같다. 일단 맛의 기준 평가가 지나치게 전문가적이거나 심오하거나 일반인들과의 미각과는 사뭇 그 기준이 다른데 그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한다.

 일본 전국시대의 유명한 무장인 오다 노부나가가 일본의 천하 통일을 이루었을 때 천황가의 음식 장인을 불러 음식을 만들도록 하고 그 맛을 보았으나 크게 실망한 나머지 목을 베려 하였으나 주위의 만류로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주자 사뭇 전과는 다른 엄청난 맛이 있어 그 이유를 물어보자 그가 말하기를 ‘천황가의 음식에는 일체의 조미가 들어가지 않으나 방금 드신 음식에는 각종 조미가 첨가되었기 때문입니다’라고 고하였다고 한다. 그동안 명망가, 자칭 음식 전문가라 칭하는 자들이 허례허식과 겉멋에만 길들어 전혀 먹지도 못할 음식에 대하여 “과연 천황가의 음식답다”라는 허언을 남발한 탓이었던 것이다.

 전주에는 ‘전주 음식 명가’, ‘전주 유네스코 창의업소’라는 팻말이 붙어 있는 음식점도 있고 어지간한 식당은 ‘모범업소’라는 팻말을 달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과연 팻말을 붙여놓은 음식점이 천황가(?)의 음식인지, 평민들이 좋아하는 음식인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전주시민들의 맛 평가에서는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한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이는 평범한 일반인들이 선호하는 맛보다는 자칭 전통음식 전문가나 혹은 심오한 맛을 추구하는 천황가류의 사람들이 그 특수한(?) 맛을 평가한 결과는 아닐까 하는 것이 나의 조심스러운 판단이다. 필자는 전주시에 가칭 ‘전주 풍미 기행단’을 만들어 보자고 건의하고 싶다. 일단 풍미 기행단에는 자칭 ‘○○ 전문가’ 등은 제외하고, 전주의 평범한 시민들을 공모하여 원하는 음식점에 한하여 대중적이며 친서민적인 음식에 대한 암행 방식의 맛 평가를 하도록 하는 것은 어떨까?

 전주시로서는 특별한 예산이나 품이 들어갈 것 같지도 않다. ‘풍기기행단’의 극히 평범한 입맛에 엄격한 판단 기준을 두도록 하여 미슐랭에 버금가는 ‘전슐랭’의 기준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전주는 가장 전주적이어야 하며, 가장 전주적인 것이 가장 한국적인 것이 될 것이다.

 전주! 맛의 르네상스를 위하여!

 이성순 <(유)효원 대표/법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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