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에 공공의대 물 건너 가나
‘의대정원 증원’에 공공의대 물 건너 가나
  • 장정훈 기자
  • 승인 2024.03.2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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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원,국립공공의료대학원이 들어설 위치 조감도
남원,국립공공의료대학원이 들어설 위치 조감도

폐교된 남원 서남대 의대 정원을 활용한, 공공의대 설립 계획이 물 건너간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가 지난 20일 의대 증원 배정을 확정하며 그동안 남겨뒀던 서남대 정원을 전북대와 원광대에 배정하는 식으로 일단락하는 모양새 때문이다.

그동안 부지 매입까지 진행하며 지역의료 혁신의 계기를 희망했던 남원시만 애를 태우고 있다.

남원시가 5년 전부터 집중적으로 사들인 부지는 면적이 6만4천700여㎡. 축구장 9개 규모다.

남원시가 지금까지 투입한 예산만 16억원. 앞으로 90억원이상 더 투입될 예정이다.

지난 2018년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이 ‘공공의료대학’ 설립을 약속했기 때문.

당시 “지방 의료인력 부족과 응급, 외상, 감염, 분만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되는 필수 의료인력 부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며 공공의대 설립 결정을 발표했다.

남원의료원 바로 옆에 지역의사를 양성하는 공공의대 강의시설을 짓고, 길 건너로는 부속시설을 조성한다는 계획.

하지만 바뀐 정부에서 지금 이 계획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공공의대법은 정부·여당이 신중론을 앞세우면서 21대 국회 활동 종료를 앞두고 있어 벌써 4년째 발이 묶인 상황이다. 다음 달 총선이 끝난 뒤 열리는 마지막 국회 본회의에서조차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의대정원 증원 배정은 공공의대에 악재

남원시의회와 남원공공의대 추진시민연대, 남원시애향본부 등은 지난 20일 정부가 밝힌 의대정원 2000명 확대 방침에 “남원 국립의전원 몫 49명을 강탈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밝힌 의대 정원배정 계획에 따르면 전북지역에서는 전북대가 기존 서남대 정원 32명을 포함해 142명에서 58명을 늘려 200명으로, 원광대는 서남대 정원 17명 포함 93명에서 47명이 증원된 150명이 각각 배정됐다.

이에 대해 남원시의회를 비롯한 지역시민사회단체들은 “남원 국립의전원 정원을 강탈했다”며 “남원 몫인 국립의전원 정원 49명을 원래대로 남원 국립의전원에 배정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동안 폐교된 서남대 정원 49명을 활용해 국립의전원 설립을 지속 추진해 왔다.

특히 ‘의대 정원 49명이 남원 몫’이라는 것이 이미 수차례 확인된 데다, 2018년 폐교된 서남대 의대정원을 임시 배정했던 전북대와 원광대에 포함시키면서 기대감을 높여 왔다.

그런데도 이날 의대 정원계획에 기존 서남대 남원 몫은 인정되지 않음에 따라 “서남대 의대 정원 49명 강탈은 국립의전원 설립을 원천 봉쇄하기 위한 처사”라며 윤석열 정부를 강력 규탄했다.

그러면서 “‘국립공공보건의료대학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제21대 국회 만료 전 본회의에 통과될 수 있도록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며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강인식 남원국립의전원 유치지원특위 위원장은 “정부는 균형발전을 외치면서 실제로는 남원 등 전북특별자치도를 푸대접하고 있다. 오래전에 약속한 국립의전원법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한다”면서 “남원 몫인 국립의전원 정원 49명을 원래대로 남원 국립의전원에 배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공공의대·지역의사제로 필수의료 유입시켜야”

정부가 학교별 증원 배분 결과를 공개한 뒤 하루 지난 21일 전국보건의료노조 등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늘어날 의사들을 지역·필수의료 분야로 진출하게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대 증원 추진과 의사들의 진료 거부 등으로 대한민국 의료의 부실한 민낯이 드러남으로써 의료개혁 과제가 명확히 드러났다”며 대안 마련을 요구했다.

보건의료노조가 강조한 대안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대’로, 이 두 제도는 크게 봤을 때 의대생들이 졸업 후 특정 지역에서 근무하도록 의무화하는 점에서 유사하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인력이 필수의료 등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지역의사제 도입, 공공의대 설립, 필수의료 보상체계 강화와 같은 패키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여연대 역시 늘어난 의사 인력을 지역·필수의료 분야에서 종사하게 하는 방안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얼마나’ 늘릴지는 정했지만, ‘어떻게’ 자리 잡게 할지가 빠졌다는 비판이다.

참여연대는 이날 논평에서 “공공의대 설립을 막고 공공병원을 외면하는 정부 정책의 한계가 명확하다”며 “공공의료 강화를 위해 지역·필수의료 인력을 양성하고 배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동안 참여연대는 공공의대 설립과 의대 졸업 후 지역에서 의무 복무케 하는 ‘지역의사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이 단체는 특히 정부의 의대 정원 배정안이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을 오히려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드러냈다.

참여연대는 “비수도권에 의대 증원분의 82%를 배정했지만, 수련병원이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는 ‘무늬만 지역의대’인 경우가 많다”며 “정부 정책으로 늘어난 의대생들이 더 큰 규모로 수도권을 향할 게 뻔하다”고 예상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전날 “정부는 의대 증원으로 의사 부족이 해소될 것으로 자만해서는 안 된다”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경실련은 논평에서 “정부가 최우선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과제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필수진료 과목 및 의료취약지의 의료공백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공공의대 신설 및 지역의사제 도입 등 지역·필수의료에 의사를 안정적으로 배치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은경 경실련 국장은 사회정책국장은 연합뉴스에 “정부가 장기간 지역 근무를 유도하기 위한 계약형 필수의사제를 추진하는데, 여기에는 정해진 기간 일하지 않을 경우 면허를 취소할 수 있다는 내용이 빠져서 강제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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