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믿는 것은 다 옳은가
자신이 믿는 것은 다 옳은가
  • 서정환 신아출판사 회장
  • 승인 2024.03.24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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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서정환 신아출판사 대표

요즘 우리 사회는 자신이 믿는 것만 옳다고 우기는 이상한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온갖 구실을 다 붙여가며 우기는 작태를 보면서 방관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소리를 낼 수도 없는 참 한심스러운 현실이다. 그저 한숨만 나온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서 ‘최선의 삶이란 무엇인가’ 참 알 수가 없다. 깊이 있고, 실용적이며, 상식에 바탕을 둔 윤리의 세상은 어디로 간 것인가, 답답하기만 하다.

우리는 스스로가 진실을 알고 있다고 믿고 싶어한다. 설령 우리가 확신이 없다 하더라도, 정보들을 냉철하고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진실은 척 보면 단박에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윈스턴 처칠이 말한 바와 같이, “인간은 때때로 진실 위에 실수로 넘어진다. 하지만 우리들 대부분은 서둘러 일어나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진실로부터 떠난다”고 했다.

우리는 우리가 머릿속에서 그리는 세상 속을 진정한 세계라 믿고 활보하고 있을 뿐이다. 그 이미지들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과 행동을 지배한다고 한다. 그러나 과연 그 이미지들은 진실일까?

오늘날 유튜브며, 텔레비전, 라디오, 인터넷, 신문 등의 덕택으로 우리는 우리가 원하는 것들을 보고 읽고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정치, 사회, 과학, 경제적 지식을 얻을 수도 있다. 이것을 ‘선택적 노출’이라 부른다고 한다.

우리의 신념이 흔들리는 불쾌한 체험을 하는 대신에, 우리가 이미 알고 있고 믿고 있는 것들을 이야기하는 채널을 선택하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우리가 섭취할 메시지들을 신중하게 선택하고 편식한다. 그 결과, ‘우리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가’에 관해 논쟁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에 관해 논쟁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계’를 갖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우리는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에 관여할 순 없다. 그래서 권위 있는 학자나 교수, 또는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고자 하고, 옛날 위인들의 행적을 더듬는 것이다.

우리는 특정한 상황을 보고 전체적인 그림을 그린다. 우리는 그럴듯하게 들리기만 하면, 특히 그것들이 우리가 원래 갖고 있던 개인적 견해와 일치한다면 우리가 보고 읽는 것들을 사실로 받아들여 버린다.

우리는 또한 문화적 존재이기도 해서, “세상은 이런 것이다”라고 말하는 고정관념을 받아들이며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기교육은 우리가 다른 문화나 견해를 받아들이기 힘들게 한다. 우리가 눈과 마음을 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리고 예의바르고 정치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생각에 질문을 하거나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꺼리게 된다. 스스로 생각하거나 도전하는 대신, 모두가 받아들이는 사실 위에서 안주하고 마는 것이다.

우리는 가끔씩이라도 우리의 사실, 혹은 진실에 대한 해석이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회학자들은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이, 우리가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들이 실은 우리의 성장 과정과 속해 있는 사회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는 문화적으로 얽힌 거미줄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인생의 대전제를 생각하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 대신 불안한 사회적 가치를 선택한다. 물질적 풍요로움과 지위, 그리고 쾌락 같은 것들 말이다.

어떤 것을 추구하느냐 하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의 자유이다. 하지만 잘못하다간 진정한 삶을 놓쳐버리는 수가 있다. 지금 당장 즐거운 것을 추구하고 즐기는 대신 하루만이라도 깨어 있는 의식으로, 인생을 낭비하게 만드는 혼돈과 오류들을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혼돈과 오류로 인생을 낭비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들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고, 우리 사회가 더 나은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 것은 우리들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서정환 <신아출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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