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63> 대학가에서 시작되는 음주문화의 변화
새로운 문화를 찾아가는 술 이야기<63> 대학가에서 시작되는 음주문화의 변화
  • 이강희 작가
  • 승인 2024.03.24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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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이면 대학가 식당은 붐볐다. 겨울을 지난 절기로 낮이 길어지고 석양으로 서쪽하늘이 붉어질 무렵 대학가의 식당 간판에 불이 들어온다. 아직은 쌀쌀한 기온으로 꽃샘추위가 옷깃을 여미게 만드는 3월의 대학가 풍경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게 식당과 모임이다.

정문을 나오면서 펼쳐지는 거리에 즐비한 식당은 거나한 술자리로 거의가 만석이었다. 신입생 환영회를 핑계로 전공별 모임, 과별모임, 동아리모임 등 다양한 자리가 만들어졌었다. 서로의 잔을 채워주며 식탁에 놓인 잔을 부딪치는 소리가 계속되었고 마실수록 테이블에는 빈병 수가 늘었다. 자리를 옮기며 새벽까지 이어지던 술자리가 3월 대학가의 모습이었다.

그렇게 사람들이 북적이던 대학가의 개강풍경은 코로나 이후 보기 힘든 광경이 되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것에 대한 부담감도 있지만 과거처럼 개강모임을 하는 경우도 줄어들었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이후 2022년까지 거의 모든 수업은 비대면으로 이루어졌고 각종행사는 없어지거나 간소화되었다. 2023년 이후에는 대면활동이 다시 이루어졌지만 과거의 모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사이 어려워진 식당들이 문을 닫은 것도 있지만 모임의 문화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식당들이 하나 둘 문을 닫은 대학가에는 무인사진관을 시작으로 무인점포의 수가 늘었다. 모임의 크기도 참여인원이 많은 모임보다는 취향이 맞는 소수가 공간을 대여해서 만나는 모임으로 바뀌고 있다. 특히 배달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음식점에서 만나기보다 공간을 빌리거나 야외에 모여 배달음식을 시키는 경우가 잦다.

술을 소비하는 모습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다. 많이 마시는 술보다는 다양하게 마시는 술을 추구하는 게 일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술자리는 선후배의 대오와 서열을 잡는 의무의 영역에서 벗어나 눈높이를 맞추며 격식과 간격을 줄이는 선택의 영역으로 인식이 바뀌었다.

술을 나누기보다는 취향을 나누는 매개로 술의 역할이 변화하고 있다. 술을 주로 소비하는 20~30대층에 위스키를 베이스로 만드는 하이볼을 마시는 게 유행을 타면서 칵테일에 대한 선호도가 늘었다. 기존에는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소주와 맥주처럼 제품에 맞춰서 주류를 소비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이런 주류소비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소비심리는 각자 다른 취향에 맞춰 다양한 변신이 가능한 칵테일에 대한 선호도를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이에 따라 칵테일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증류주 소비가 늘었다. 그중에서도 하이볼을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되는 위스키를 비롯해 진이나 럼, 보드카처럼 수입증류주의 소비가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여기에 다양한 종류가 전통주류가 소비시장에 선보이면서 술을 소비하는 문화의 무게중심이 양보다는 질에 우선을 두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4년 3월 개강모임은 여전히 식당에서 이루어진다. 겉은 변화가 없어 보이지만 예전에 비해 다양해져가는 메뉴의 변화에서 주류소비의 변화와 문화를 엿볼 수 있다. 이에 따른 주류회사의 변화도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글 = 이강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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