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로 저온 피해 우려…과수농가 ‘비상’
이상기후로 저온 피해 우려…과수농가 ‘비상’
  • 양병웅 기자
  • 승인 2024.03.20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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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만에 찾아온 '이른 추석'으로 도내 과수 재배 농가들의 햇과일 출하에 비상이 걸렸다. 대목이 다가왔으나  연일 계속된 비로 과일들이 제대로 익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주시 원동 한 과수농가의 배가 노랗게 익어가고 있다.    사진=신상기 기자
전북도민일보 DB.

“가뜩이나 지난해 저온 피해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겪었는데 또다시 악몽이 되살아나지 않을까 속만 타들어갑니다.”

전주에서 배 농사를 짓는 강성열(63) 씨의 한숨 섞인 푸념이다.

지난해 이상기후 영향으로 과일 착과율 저하 등 큰 피해를 입었던 도내 과수농가들이 올해도 저온 피해를 입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사과와 복숭아, 배 등 주요 과일나무 개화 시기가 평년보다 크게 빨라질 것이란 예측이 나왔기 때문이다.

20일 농촌진흥청의 생물계절 예측 모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봄 과일나무꽃 피는 시기가 평년보다 최대 10일 이상 빨라질 것으로 분석됐다.

평년 대비 배꽃은 9일, 사과꽃은 11일, 복숭아꽃은 12일 가량 빠르다.

평년과 견줘 개화가 이처럼 앞당겨지는 것은 3∼4월 기온이 높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앞서 기상청은 3월 넷째주(18∼24일) 기온이 평년(6.3∼7.9도) 대비 비슷하거나 높고, 다섯째주(25∼31일)도 평년(7.3∼9.1도) 수준을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4월 들어서도 둘째주(8∼14일)까지는 평년(9∼12도)보다 높을 전망이다.

이처럼 3월 기온이 높아 과일나무 꽃피는 시기가 빨라지면, 4월 초 저온에 쉽게 노출돼 피해를 보기 쉽다.

지난해에도 평균 10여 일 빨리 개화해 4월 저온 피해로 생산량이 크게 떨어진 바 있다.

실제 지난해 도내에서는 4천622농가에서 총 2천440ha의 과수 저온 피해가 발생했다.

여기에 국비와 도·시비 등 80억원에 가까운 재난지원금이 투입됐다.

현재까지 전북특별자치도와 농촌진흥청 등에 과수 피해가 접수되지 않았지만, 이상기후로 조기 개화가 매년 반복돼 올해도 피해는 불보듯 뻔한 상황.

저온 피해로 인해 열매가 기형으로 자라거나 생리 장애가 발생할 경우, 결과적으로 수확량 감소와 품질 저하로 이어져 농가의 경제적 손실은 불가피하다.

여기에 더해 과일 생산 감소로 천정부지 치솟은 과일값 추세가 올해에도 이어진다면 소비자들의 부담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도는 과수고품질시설현대화사업, 영양제살포 등을 통해 재해 방지에 나선다는 구상이다.

과수 농가들은 저온 피해 예방 설비 지원과 함께 내실 있는 피해 보상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강씨는 “최근 몇년 동안 이상기온 현상으로 과일 농사에 큰 타격을 입고 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큰 피해가 우려된다”며 “그렇다고 수 년간 가꿔온 과수를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하루하루 속이 타들어갈 지경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저온 피해를 미리 예방할 수 있도록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설비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또한 지역별로 상이한 피해 보상에 대한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병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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