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편두통으로 자주 고생하던 여성 A씨는 고등학교 때 두통증상이 생겼고, 20대 시절에는 약국에서 판매하는 두통약을 가끔 두통이 발생할 때마다 복용하였다. 두통을 흔히들 겪는 대수롭지 않은 증상으로 생각하였다. 월경주기 때마다 자주 두통이 발생하긴 했지만, 보통은 참고 넘어가거나 심하면 약국에서 구입한 진통제를 복용하였다. 30-40대는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자주 스트레스와 불규칙하고 충분하지 않은 수면이 반복되었고, 이에 더욱 두통의 빈도와 강도가 악화되어 더욱더 진통제를 자주 복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기존에 복용하던 두통약인 복합진통제의 효과가 떨어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진통제를 더 많이 자주 복용하게 되면서, 심하게는 한달에 10일 이상 진통제를 달고 사는 일도 있었다. 최근에는 더 많이 자주 복용함에도 두통이 전혀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었고, 이에 직장에서도 일의 능률이 떨어져 집중이 되지 않아 자주 실수하게 되고, 집에서도 작은 일에 자꾸 짜증이 일어나는 일이 반복되었다. 더 이상은 본인의 힘으로 두통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신경과 진료실을 방문하였다.
위 사례는 신경과 진료실에서 드물지 않게 보게 되는 약물과용 두통의 경우입니다. 약물과용 두통은 편두통으로 복합진통제 등의 약물을 오랜 기간 동안 과다 사용하면 나타나는 두통입니다. 보통 편두통이 심하거나, 자주 발생하는 경우에 일어나기 쉽습니다. 편두통을 으레 누구나 겪는 일이라고 대수롭지 생각하고, 제대로 진료를 받지 않은 상태로, 참거나 혹은 일시적으로 효과가 있는 진통제로만 생활하는 경우 발생할 수 있습니다. 편두통 환자는 뇌가 통증에 대해 민감해진 상태로, 이를 단순히 컨디션 저하나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으로만 치부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스트레스나 수면문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편두통 환자들은 두통 증상을 앓기도 하며, 이는 삶의 질의 저하를 초래하기 마련입니다.
약물과용 두통은 일단 발생하게 되면 일반적으로 치료가 좀 더 어려운 경과를 가지게 됩니다. 왜나하면 약물과용 두통은 시간이 지나면서 뇌의 통증조절계를 변화시켜 더욱 더 자극과 통증에 예민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중추신경계의 변화로 인해 약물과용 두통은 단기간에 조절하기는 힘들고, 수개월간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는 기존의 약물을 중단하고, 새로운 예방약물 및 적절한 비약물요법 등을 통해 서서히 호전되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최근에 출시된 신약인 항CGRP단클론항체 등도 효과가 좋아 자주 사용되고 있습니다. 보통 치료기간 동안에 상당기간 통증을 견뎌야 하는 시기가 있기도 하고, 심한 경우는 입원을 하여 두통을 조절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게 약물과용 두통은 한 번 발생하게 되면 치료하는데 힘든 시기를 견뎌야 하기 때문에, 미리 이러한 두통이 발생하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좋습니다.
우선은 만약 자신이 두통으로 한달에 평균적으로 10일 이상 진통제를 사용을 하고, 이러한 일이 3개월 이상 지속된다고 하면, 약물과용 두통의 위험이 있어 진료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두통을 단순히 진통제만으로 조절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반적인 진통제 외에 효과적인 다른 두통 예방약제, 급성기 편두통 특이약물 및 시술 등 여러가지 치료 옵션이 있어, 환자는 이에 적합한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두통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대처방법으로 두통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있으므로, 진료를 통해서 두통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두통을 잘 관리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두통으로 진료실을 방문할 때는 평소에 자주 두통으로 복용하는 진통제 등의 약물의 이름, 사용기간, 횟수 등을 기록하여 가지고 오시면 진료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편두통은 제대로 알고 관리한다면 일상생활에 큰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지만, 제대로 된 이해가 없이 방치한다면 편두통이 만성화 되거나 혹은 약물유발두통 등의 난치편두통으로 진행할 수 있기에, 두통으로 고통받으신다면 하루빨리 신경과 전문의 진료를 받으시는 것을 권합니다.
최창환 기자
